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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묘일체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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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젯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4회 작성일 21-01-10 12:07

본문

인터넷 쇼핑몰에서 5만원을 주고 구입한 석유 난로가 가난한 우리집의 체온을 조절한다. 

양은 주전자에 물이 끓으면 피어오르는 김이 내 방의 습도를 조절하기도 하고,

양은 주전자에서 물이 끓는 소리와 김은 내 마음의 습도를 조절하기도 한다.

아침에 마당에 고양이 밥을 주러 나간 잠깐 사이에 슬리퍼 속의 맨발이 급냉 되는 것 같아

밥을 얻어 먹을거라고 다섯마리가 포개 자던 비좁은 집에서 뛰쳐 나온 봉순이를 데리고 들어와

몸을 닦이고 밥을 먹였다. 봉순이와 봉달이는 내가 넷플릭스 영화 중 시리즈물 세편을 보는 동안

뛰고 굴리고 쫓고 쫓기며 놀다가 이제사 내가 만든 캣 타워의 맨 꼭대기 선반에서 잠이 들었다.

봉달이는 봉순이를 어미처럼 핥아 주었고, 봉순이도 꼬리를 흔들어 대며 봉달이의 열렬한 환영에

화답하는듯 했다. 마음이 아팠다. 나랑 단 둘이 있을 땐 종일 잠만 자던 아이가 친구가 오니 힘껏

던져 놓은 공처럼 이리 튀고 저리 튀며 정신없이 놀고 있다. 자신보다 덩치가 스무배는 크고, 힘이

센, 봉달이 입장에선 괴물인 나랑 있다는 사실이 봉달이에게 자신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안겨 준 것 같다. 어쨌거나 갈치상자 캣 타워에서 나는 갈치 비린내는 좀 진정이 된듯하다.

아직 캣타워 좌측에 판자 하나를 덧대어 삼끈을 감아 만든 스크레쳐는 아이들이 아직 용도를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 의외로 고양이들은 공장엣 고양이를 위해 만든 용품들과 빨리 친해지지 않는다. 봉달이가 팻 마트

에서 사온 화장실에 적응하는데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모래에서 나는 서걱이는 소리를 무서워 했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겁이 많고, 신중하고 내면에 상처를 잘 입는 동물이다. 내 발을 따라 다니던 봉달이가 다시는

내 발을 따라 다니지 않게 된 것도, 내가 술에 취해 기타를 쳤기 때문이다, 둥둥거리는 기타 소리가 봉달이에게는 엄청난 소음이였던지, 그 뒤론 나를 봐도 숨거나 제 자리에 가만히 웅크리고 있다. 동물과 함께 살면서 동물이 내게 맞춰주길 바라는 것은 폭력이다. 동물과 살기를 원한 쪽은 나이지 동물이 아니다. 그러면 동물의 성격이나 개성, 또한 인간이라면 인격으로 불러야할 존엄성 같은 것을 존중해야 하는 쪽은 사람이다. 선뜻 어떤 입장을 강요하기 이전에 관찰하고 주의 깊게 고민하고 배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동물의 억압된 본능이 이리저리 왜곡되어 키우는 내내 사람을 애먹인다. 휘어진 칼에 손이 베이는 것과 같다. 내가 동물을 관찰하지 않으면 동물이 나를 관찰하고  나를 리드할 수도 있다. 동물은 어지간해서는 바보가 없다. 아무리 어린 동물이라도 그들의 생존에 필요한 모든 지혜를 갖추고 태어난다. 사람처럼 모자라게 태어나는 동물은 없다. 제대로 걷는데 일년이나 걸리는 동물은 없다. 긴 유아기를 가졌다는 것이 어쩌면 인간에게 위대한 뇌를 선물하는지도 모른다. 동물들의 유아기는 짧고 그렇기 때문에 더 치명적이다. 유아기 때 배변습관을 제대로 익히지 않은 개나 고양이들은 평생동안 똥과 오줌으로 반려 인간들을 미치게 만든다. 만약 개와 고양이랑 함께 살아가기로 마음 먹었다면, 견주, 주인이라는 표현은 바꿀 필요가 있다. 동물이 반려 동물이라면 인간은 반려 인간인 것이다. 개와 함께 산다는 것은 개와 사람이 동등해진다는 것이다. 어떻게 개가

읽고 쓰고 말하겠는가? 그 종의 개성과 특이성을 포용하고 배우며 이해해가야 한다. 개는 글자를 모르지만

후각과 청각에 있어서는 인간 백명의 후각과 청각을 합친 것보다 뛰어나다. 개는 모자라거나 장애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랑 훌룡한 면이 다른 것이다. 밥 많이 먹여서 잘 키우고 있다, 어느날 주인 영감이 기력이 떨어지면 솥에 앉힐 수도 있는 완구 겸 보양식이라고 생각치 않는다면, 우리는 마르코 폴로가 중국을 바라보듯이, 베트남에서 7년의 브레드 히트가 티벳을 바라보듯이 애정과 존중과 경이의 마음을 가지고 반려동물들을 대해야 한다. 동물들의 순수함과 사랑을 통해서 위안을 받는 것이 인간 뿐이라면 반려동물이라는 표현은 반려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다시 나의 고민은 원점으로 돌아간다. 서로 반려를 하며 살 것인가, 각자

살아 갈 것인가? 


집사라는 표현은 참 마음에 든다. 고양이라는 동물이 가진 매력 앞에서 사람의 위치를 잘 말해준다. 고양이는 집사가 될 각오를 하고 키워야 하는 동물이다. 주인이 키울 수 있는 동물이 아니다. 집사인데 어쩐지

주인 보다 훨씬 행복하고, 어떻게 고양이에게 좀 잘 보여 볼까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야 함께 할 수

있는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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