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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묘일체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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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1회 작성일 21-01-24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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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더니, 빗물속에 봄의 분말을 개었는지, 젖은 공기에서 봄 냄새가 풍긴다. 한가할 때 갈치 상자 화분들을 좀 정리 해두어야 할 것 같아 오랫만에 호미를 들었다. 작년에 갈치 상자를 1단만 썼던 곳에 호박을 심었다 흙이 얕아서 그런지 열매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 갈치 상자를 두 개 더 포개서 올해는 밭을 깊이 만들어주어야겠다. 처마를 받히는 쇠기둥에는

올해도 나팔꽃 넝쿨이 타고 올라갈 수 있게 장미를 심어 놓은 갈치 상자는 그대로 두었다. 작년에 친구에게서 생일 선물로 받았던 장미는 잎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죽은 것일까? 마당에서 겨울을 잘 견뎌 낸것은 황금사철나무 한 그루 뿐이다. 뱅갈 고무 나무가 죽었고, 아이비도 생사를 알 수 없고, 커피 나무는 방안에 들여 놓아도 죽었다. 그리고 방안에 들여놓은

다육이 중 여러 개가 햇빛을 보지 못해 죽었다. 식물들에게도 나에게도 이 겨울이 참으로 혹독하다. 한 달을 백수로 지내는데 어머니는 속도 모르고 조카들 대학 입학을 하니 돈을 좀 달라신다. 조카들에게 해 준 것도 없는데 한 이백만원 부치긴 부쳐야 하는데 정말, 부담스럽다. 적금을 깨고 아내가 참 많이 울었다. 부모 조차도 틈을 보이면 쑥 하고 손이 들어 온다. 겉치례 인사도 해서는 않된다. 친구가 소주방을 개업하며 이곳 저곳 손을 좀 봐 달라고 해서 봐 주었는데 딱한 처지에 용기를 낸 것 같아, 사례는 그냥 놔두라고 인삿말을 했는데, 정말 주지 않았다. 어머니에게도 인사로 한 말이였는데, 어머니는 재차 전화를 해서 달라고 하신다. 어머니가 야속하다. 아들이 어떻게 사는지, 며느리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 생각하려고도 않으시는 것 같다. 아내를 볼 면목이 없다. 그래도 내가 숨을 쉬는 공기에서 봄 냄새가 난다. 작년 가을에 꽃들이 꼭 쥐고 있다 뿌려주고 간 씨앗들이 흙속에 웅크리고 숨어서 나처럼 공기에서 나는 봄 냄새에 코를 킁킁 대고 있을 것이다. 올 봄에는 늦지 않게 씨앗을 뿌릴 것이다. 그리고 씨앗을 적당한 간격을 두고, 적당히 뿌릴 것이다.한 해가 그냥 간 것은 아니다. 씨앗 봉지에 든 씨앗을 간격을 두지 않고 마구 뿌렸더니, 콩나물 시루의 콩나물처럼 서로

엉켜서 서로 방해를 하는 것 같았다. 특히나 나팔꽃은 원기왕성해서 어디나 기어오르고 타고 올라 다른 식물들이 자라는 것을 방해 했다. 나팔꽃을 조심하게 되었다. 사람도 나팔꽃 같은 사람이 있다. 금새 엮이고, 금새 내것 니것이 없어지고

결국은 자신이 살자고 밭을 망치는 사람들이 있다. 집 주인 할머니처럼 낫을 들고 달려 와서, "이거는 치렁치렁 감아사서 않되야, "하며 모두가 팔을 걷게 만드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귀퉁이에 조심스럽게 길을 열고 올라가는 나팔꽃으로 만들지 못하는 것은 농부의 잘못인 것 같다. 올해는 나의 무지로 나쁜 나팔꽃을 만들지 말아야겠다. 내가 농사를 짓는 녁에 마당에 내 보내준 봉달이는 녀석을 밖에서 키워야 되나 싶을만큼 활기차게 뛰어 놀았다. 봉달이도 자신의 영역이라며 길들여가는 이 실내가 가짜 세계라는 것을 직감하는 모양이다. 캣타워를 만들어 주고, 미로를 만들고, 새 깃털 장난감을 흔들어 주어도 이곳은 영화 세트처럼 세계인 척 하는 세계라는 사실을 느끼는 모양이다. 봄이 오면 햇빛 때문에 바깥에 대한 그리움이 더해질 것이다. 그러니까 진짜에 대한 그리움일 것이다. 가짜 모래가 아니라 진짜 모래에 똥을 누고, 가짜 나무가 아닌 진짜 나무를 타고, 낚싯대에 달린 깃털이 아닌 진짜 새를 잡으려고 점프를 하고 싶을 것이다. 어쩐지 내가 봉달이에게 점점 사깃꾼이 되어가는 것 같다.

어쨌거나 봄이 왔으면 좋겠다. 이 지상에 있는 모든 계절을 사랑하지만, 너무 긴 것은 지겹다. 겨울은 충분히 즐겼으니

이제는 봄을 즐기고 싶다. 봉달이의 몸에도 봄이 올 것인데, 나는 녀석의 봄을 뺏는 것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보았던 영화 쌍화점이 생각난다. 공민왕이 자신의 왕비와 합궁을 시켰던 자제위 대원 홍륜이 왕비와 계속 애정 행각을 벌이다 적발 되어 거세를 당하는 장면이 나온다. 고대에는 남자에게 가해지는 형벌 중 가장 수치스러운 것이 거세였다. 사내 구실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수컷들의 세계에서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였다. 지금도 그런 심리와 사고는

남자들의 세계에 고스란히 잠재 되어 있다. 이전에 아이를 임신할 수 없는 왕비는 폐위를 당하기도 했고, 아이를 임신 할 수 없는 아내는 쫓겨 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아이는 내가 아니다. 더이상 아이를 위해 내 인생을 희생하는 것은 확고한 미덕이 아니다. 아이로 인해 보장 받는 것은 없다. 우리는 아이를 백명을 낳아도 때가 되면 죽는다. 나의 유전자를 일부 가진 남이 나의 업적이나 재산을 물려 받는 것이다. 나의 사후에 내 유전자를 가진 남이 내 남은 꿈과 이상을 승계한다는 가정은 부질 없는 것이다. 내가 후손이 물려 받을만한 업적을 다 이루지 못하고 죽었다면 꼭

내 유전자를 가진 사람만이 그것을 이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나의 유전자를 물려 받지 않은 사람이 더 그 일을 추진하는데 적합하다면 내 아들이 아닌 그가 할 수 있어야 한다. 내 유전자를 계속 지상에 남기는 것으로 득을 보는 사람들은 우리 전체이며, 신이다. 진정한 이기주의자는 자식을 낳지 않는다. 남 좋은 일을 시키지 않는다. 내가 봉달이에게 행하는 것은 인간이 정신적으로 진화한 끝에 결심할 일이다. 앉아서 해탈을 이룬 사람들처럼, 자식을 생산하는 것을 업보로 여기는 것이다. 그것에다 쾌락의 정점을 찍은 것은, 자손을 퍼뜨리게 하기 위한 신의 장치인 것이다. 쾌락에 속지 않거나., 쾌락은 취하되 쾌락의 결과는 버리는 것을 지금 우리 인간들이 하고 있다. 국가는 무리한 출산 장려를 그만 두어야 할 것이다. 노동력과 권력의 기반을 재생산하기 위해 정말 유익한 것인지 아닌지 고민해보지 않은 문제를

고민도 없이 해결하려는 것이다. 개인은 후세를 위한 징검다리가 아니다. 여러 장의 로또 중 한 두 장이 되듯이 연속된

유전자 백 개 중 한 두개가 당첨인 것처럼 인재가 나오고 천재가 나와서 인류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처음에 하나님은 아담과 하와라는 두 개인이, 두 개인으로서 영원히 살 것인지, 영생을 후손들과 나눌 것인지를 자유에 맡긴 것 같다.

그런데 선악과를 따먹고, 영생을 후손과 공유하는 것을 선택한 것 같다. 그래서 신이 내린 형벌의 성격을 보면 모두

출산과 부양에 관한 것이다. 하와에게는 아이를 낳는 고통을, 아담에게는 밭 갈고 땅 갈고​, 밥 벌이 하는 고통이다.

왜 다른 형벌도 많은데 모두 아이를 낳는 일에 관한 것인가? 선악과란, 어쩌면 성을 의미 하는지도 모른다. 하나님 역시도 어느 봄날, 나와 같은 고민을 하신 것은 아닌지, 에덴의 바깥에서 자식 낳고 밥 걱정을 하며 살아 갈 것인지, 에덴의 안쪽에서 자식 걱정 밥 걱정 없이 살아 갈 것인지를, 뻔한 결과를 알면서도 자신들이 선택하게  하신 것은 아닌지,

우리가 이 생이라는 열매를 맛이라도 보고 갈 수 있게 된 것은 우리들의 시조가 원죄를 저질러 주어서가 아닌지, 천국에는 남자도 여자도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성경에도 그리 나와 있다고 들은 것 같다. 그야말로 중성화 아닌가?

성은 죄가 맞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자식의 허락도 받지 않고, 내 맘대로 그를 살게 하는 월권이다. 자식을 낳을 나이가 되면 어느 정도 이 삶이라는 장소가 얼마나 무섭고 힘겨운 현장임을 아는데도, 그의 허락도 없이 그를, 이 삶의 회오리에 끌어 들이는 것이다. 점점 중성화를 시킬 의식의 무장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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