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수의 산문 3편 > 소설·수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소설·수필

  • HOME
  • 창작의 향기
  • 소설·수필

☞ 舊. 소설/수필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해당작가에게 있습니다.무단인용이나 표절을 금합니다

정성수의 산문 3편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친정아바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20회 작성일 21-02-02 02:57

본문

철밥통

 

 

‘철밥통’은 철로 만들어 튼튼하고 깨지지 않는 밥통이다. 이는 공무원 사회에서 해고의 위험이 적고 고용이 안정된 직업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주로 공무원을 지칭한다. 철밥통의 어원은 중국에서 유래됐다. 평생을 직장에서 해고되지 않고 버틴다는 뜻에서 중국 국영기업체 직원을 철밥통이라 불렀다. 중국어로는 티예판완(鐵飯碗)이라고 한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모든 사람에게 직업을 보장해 주고 있다. 여기서는 능력이 부족해도 해고될 일이 없다. 눈치나 살피면서 세월만 보내거나, 이권에 개입하고 들통이 나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만다. 그들을 가리켜 철밥통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공무원은 철밥통이라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 무능해도 공무원법에 따라 신분보장이 철저히 이뤄지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면 호봉에 따라 봉급이 상승한다. 공무원이 되면 만년 직장을 얻은 것이 되고 만년 직장은 만년 직업으로 이어져 평생이 편하다. 우리나라의 철밥통은 공무원뿐만 아니라 공기업 임직원이나 목사, 신부 등 해고의 위험이 적고 안정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을 철밥통이라고 부르며 선망을 하고 때로는 질시를 한다.

 

 ‘밥그릇 싸움’은 동서양을 가릴 것 없이 직업을 둘러싼 경쟁자 간의 처절한 다툼을 가리킨다. 여기서 지는 쪽의 밥그릇은 깨지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좀처럼 깨지지 않고 닳지 않는 쇠 밥그릇을 갖고 싶어 한다. 말하자면 영원히 깨지지 않는 밥그릇인 철밥통을 꿰차고 싶은 욕망이 간절한 것이다. 이런 철밥통을 갖고 싶어 학생들은 죽기 살기로 공부에 매달리고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철밥통이 되라고 끊임없이 주문한다.

 

인간의 허영심은 남의 밥그릇까지도 자신의 밥그릇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인간들은 수많은 밥그릇들이 모인 세상에서 크고 튼튼한 밥그릇은 물론 작고 깨지기 쉬운 밥그릇을 안고 고민을 하고 위세를 떨치기도 한다. 이쯤 되면 밥그릇은 권력인 동시에 자존심이자 부의 상징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자신의 밥그릇에 교묘히 남의 밥을 담고 그 밥으로 생색을 내며 선심을 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비리를 눈감아주는 작은 밥그릇을 든 사람에게 자신의 밥을 덜어주기도 한다. 19세기 말 청나라 거상 호설암(胡雪岩·후쉐엔·1823~1885) ‘상인은 이윤이 생기는 일이라면 칼날에 묻은 피도 핥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장사하는 사람과 공직자는 돈에 대한 관념은 달라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이 말에는 ‘사람은 이름나는 것이 두렵고 돼지는 살찌는 것이 두렵다‘는 깊은 뜻이 숨어 있다. 평범해 보이는 한 마디는 철밥통들이 새겨들어야 할 시퍼런 경구다.

 

이제 세상은 바뀌었다. 호시절은 가고 지난 시절은 다시 오지 않는다. 철밥통이라는 말도 희미해져간다. 이제는 금밥통이냐 흙밥통이냐 선택의 기로에 섰다. 능력을 인정받아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는 금밥통을 차지하든지 아니면 언제 깨질지 모르는 흙밥통으로 만족해야 한다는 얘기다. 떳떳이 살고 싶으면 밥그릇에 채우는 일에 급급해서는 안 되겠다. 이제 철밥통 시대는 끝나간다. 능력 있는 사람이 나태하게 사는 것은 그 자체가 죄악이다. 허명(虛名)을 따라가기 위해 철밥통에 재물을 채우기보다 사랑을 채우는 것은 어떨지 철밥통들에게 묻는다.

 

가을 전령사

 

 

가을바람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아 바람 중 으뜸이다. 바람같이 떠난 사람, 바람같이 돌아올 것 같아 가슴 설렌다. 가을바람은 사람을 센티멘털하게 만들어 어딘가로 떠나고 싶게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주저앉게 만들기도 한다.

 

낮에만 해도 새털구름이 하늘에 꽃무늬를 펼쳐놓더니 저녁이 되자 별들이 하나 둘 눈을 뜬다. 이제 초록 잎들은 하루가 다르게 노랗거나 빨갛게 변해, 화려한 단풍 잔치를 치루고 나면 나뭇잎들은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 수많은 말 중에서 돌아간다는 말처럼 쓸쓸한 말은 없다. 거기다가 가을바람의 소슬함, 가을빛에 물드는 과일, 자꾸만 비어가는 논밭, 시들어가는 꽃들, 애절한 풀벌레 울음, 북녘으로 나라가는 기러기 떼 등은 우리를 시름에 젖게 한다. 그래서 마음(心)에 가을(秋)을 올려놓으면 시름(愁)만 쌓인다고 한다.

 

어디선가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들린다. 사람들은 귀뚜라미가 운다고 하지만 나는 귀뚜라미가 노래한다고 말한다. 밤의 백미인 가을밤에는 누가 뭐라고 해도 귀뚜라미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어 좋다. 밤하늘에서 빛나는 별 중에서 자신의 별을 찾는 사람들은 아직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사람들이다.

 

한여름 등이 터져라 울어대던 매미가 사라지면 도시의 콘크리이트 틈새나 시골 마루 밑에서 나는 귀뚜라미의 노래는 폭력적이 아니어서 좋다.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설쳐대는 인간들보다 백배나 났다. 맑고 투명한 귀뚜라미의 노래에 취하다 보면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사람이 그립다. 당당하되 교만하지 않고, 비난 앞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 사람. 겸손함과 평정심을 잃지 않으면서 마음이 포근한 사람 그런 사람들이 도처에 있다면 사는 일을 칼날 같은 세파에 베이지 않을 것이다.

 

코스모스는 연한홍색, 백색 등 품종에 따라 끝이 톱니처럼 얕게 갈라져 산뜻한 이미지를 준다. 가냘픈 소녀를 연상케 하는 코스모스가 하늘거리는 모습은 살아있는 한 폭의 동양화다. 창조주가 세상을 만들고, 우주의 질서와 조화를 생각해 만든 꽃이 코스모스다. 이 세상에 처음 얼굴을 내민 꽃이 코스모스라니 대단한 영예가 아닐 수 없다.

 

가을 산자락과 들녘은 산국, 감국, 해국이 지천이다. 자연의 질서에 따라 피고 져 우리의 마음을 숙연하게 한다. 국화는 가을의 대미를 장식하는 꽃이다. 창조주가 코스모스를 만들어 놓고 아쉽고 부족한 것 같아 그것을 채우려고 만든 꽃이 국화다. 코스모스로 시작해서 마지막을 국화로 방점을 찍어 꽃의 이미지를 완결했다.

 

가을이 풍성한 것은 알곡이 있기 때문이다. 비바람을 견딘 황금 들녘은 낫을 기다리고 나무에 매달려 있는 탐스런 과일은 만복의 기쁨을 준다. 이제 창고에 들어가는 날과 시장이나 길거리 좌판에 올라앉는 일만 남았다. 한 생은 결국 순환하는 계절을 따라가는 것이다. 어리석은 인간들은 채우기 위해 싸우고 발버등치면서 살아간다. 그러다가 한 평의 땅을 차지하고 만다.

 

청량한 가을밤 별들을 바라보면, 무량광대한 우주 앞에 초라한 것이 인간임을 알게 된다. 특히 가을밤에 옷깃을 여미게 하는 바람이 없다거나, 귀뚜라미 노랫소리 들리지 않거나, 코스마스와 국화꽃이 없다면 삶이 얼마나 아득하고 삭막할까? 깊은 생각과 넓은 마음을 가진 가을 전령사들이 있어 가을밤이 외롭고 쓸쓸하고 허전한 것만은 아니다.

 

 

죽음에 대한 단상

 

 

죽는다는 것은 슬픔보다도 두렵다는 생각이 앞선다. 사는 일이 힘들고 고달파도 죽지 않고 오래 살기를 바라는 게 인간이다. 그러나 모든 인간에게는 마지막 순간이 찾아오게 마련이다. 인간이 오래살고 싶어 하는 것은 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삶과 인연을 맺고 살았던 사람들과의 단절이 두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죽음이 우리에게 시사 하는 바는 크다. 인간은 영원히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모든 인간은 언젠가는 마지막 순간이 온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 살아있는 현재가 가장 아름답고 축복임을 알게 한다. 그럼으로 주어진 오늘 이 시간을 가치 있게 살아야 한다. 가치 있는 삶이란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고 나아가 남을 위한 봉사와 희생까지를 포함하는 삶을 말한다. 죽음은 모든 인간들에게 평등하다. 지위의 높고 낮음을 따지지 않는다. 부자와 가난한 자를 가리지 않는다. 유명인이나 사회적 영향력이 있어도 상관없다. 죽은 후에는 한 평의 땅을 차지할 뿐이다. 죽음은 우리에게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삶에 순응하면서 순리를 따르라고 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세상을 떠날 때는 아무것도 소유할 수 없이 빈손으로 저 세상에 간다는 것이다. 그 동안 죽기 살기로 모은 돈도 머릿속에 든 배움도 아무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우쳐 준다. 죽는 순간 내 것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죽음은 욕심과 집착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

 

누구에게나 죽음은 예측 불가하다. 언제 어떻게 죽는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오리무중이다. 그렇기 때문에 매 순간 최선을 다해 기도하는 심정으로 살아가야 한다. 그것은 주어진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자기 자신에게 진실하라는 것이다. 진정한 인간은 인격적으로 성숙한 인간이다. 죽음은 결국 삶이 끝나는 순간 또 다른 삶의 세계에서 또 다른 삶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것은 신만이 아는 사실임을 죽는 순간 깨닫는다.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는 결코 중요한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살아있는 동안 어떤 인격으로 어떤 마음과 행동으로 살았느냐다. 두 다리가 멀쩡해 걸을 수 있고, 이가 튼튼해 먹을 수 있고, 혀가 잘 돌아가 대화할 수 있고, 아직도 시력이 좋아 핸드폰 문자를 날리며 사는 삶이 행복한 삶이다. 이왕 사는 것 즐겁고 후회 없이 인생을 즐겨야 한다.

 

죽음을 우리가 결정할 수 없다. 그러나 후회 없이 받아들이는 죽음을 위해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이기적이고 악한 자신을 버리고 본래의 선한 마음을 회복하여 참된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자신의 이익보다 남의 유익을 먼저 생각하는 양보와 배려와 헌신적 삶을 살면 죽음에 대한 공포 대신 평안한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이 세상을 떠난 후 알고 지냈던 사람들의 긍정적 평가를 받고 좋은 사람으로 기억해 준다면 삶의 성공 여부에 관계없이 인생을 잘 산 것이다. 그러나 사후에 나뿐 사람이었다고 부정적 평가를 받는다면 아무리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 해도 지나 온 날들이 모두 불명예스러운 것이다.

 

인간이 100세를 산다고 해도 삶의 목적이 가치가 없다면 오래 산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다만 욕 될 뿐이다. 누구나 거절할 수 없는 죽음 앞에서 어떻게 죽어야 할 것인지 한번쯤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추천1

댓글목록

시몬이님의 댓글

profile_image 시몬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 철밥통
 IMF 시절 공부원도 잘 못도 없이, 원하지도 않았는데도 하나, 두 명 직장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 가을 전령사
밤이 되어도 별이 눈을 뜨느 것을 볼 수가 없습니다. 나만 못보는가요?
@. 죽음에 대한 단상
가치있는 삶이란 "남을 위한 봉사와 희생까지를 포함하는 삶"이라 하는데, 실행은 되지 않네요.

Total 1,664건 1 페이지
소설·수필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664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 1 04-21
1663 p피플맨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 0 04-19
166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 1 04-17
1661 리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 0 04-14
1660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 1 04-13
1659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 1 04-09
1658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 1 04-08
1657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 1 04-04
1656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 2 04-03
1655 p피플맨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 0 04-01
1654 p피플맨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 0 03-26
1653 음악거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 0 03-21
165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 2 03-17
1651 음악거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 0 03-16
1650 음악거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 0 03-16
1649 세잎송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 0 03-16
1648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 0 03-16
1647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 2 03-07
1646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 2 03-05
1645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 1 03-03
1644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 1 03-02
1643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 2 03-01
164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 1 02-26
1641 안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 1 02-21
1640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 1 02-21
1639 시인삼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 0 02-11
1638 김상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 0 02-02
1637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 2 01-30
1636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1 3 01-23
1635
마당 댓글+ 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 3 01-21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