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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묘일체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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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8회 작성일 21-02-21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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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쓴답시고 의자에 앉은 나의 양반다리에 동그랗게 누워 잠든 고양이를 깨우지 않기 위해 오줌을 참는, 늦디 늦은 밤이다.

봉달이의 울음 소리는 입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귀를 귀울여야 들을 수 있던 소리에 비해 마이크라도 댄 것처럼 커졌다.

고양이의 울음 소리가 커질 때는 발이나 꼬리를 밟혔을 때와 발정기 때 뿐이다. 밤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지만 낮에는 봄볕이 들이쳐서 따뜻해지고 밝아지는 마루에 앉아서 바깥을 내다보는 시간이 길어지고, 봉달이의 둔부가 많이 둥글어졌다. 어쩌다 시간이 많아 봉달이를 마당에 풀어 놓아주면 나를 피해서 여기저기로 달아난다. 집 주변의 풀잎을 발길질하며 정신없이 노는 봉달이를 보면

또 다시 그대로 놓아 주어야 할 것인지, 병원에 데리고 가서 내 마음대로 봉달이의 운명을 결정 지을 것인지 고민이 된다. 이미 봉달이는 잠을 잘 때 내 목을 감고 자거나, 내 겨드랑이에 스며들곤 한다. 내가 컴퓨터 앞에 앉을 때는 또 어김없이 내 양반다리 위로 달려 오고, 내가 컴퓨터 앞에 앉으면 컴퓨터 곁으로 오고 내가 침대로 가면 침대로 온다. 새벽잠이 없는지 일찍 일어난 봉달이가 내 코나 턱을 깨물어서 나를 깨울 때가 많다. 지금 봉달이는 앞발 두개를 뒷다리 사이에 끼우고 늘어져라 잠이 들어 있다. 예쁘다.

봉달이의 발톱을 맨살에 느낄 때면 봉달이가 장미 같다.  태어난지 육개월만 지나면 사춘기가 오는 딸이 봄 가을 마다 주렁주렁 아이를 낳고 젖을 물리다 고작 십년 남짓한 한 평생을 다 보내는 것이 서글프긴 하지만, 자유의지를 주신 하나님의 심정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정말 사랑하면 그의 자유를 낱낱이 존중하게 되는 것 같다. 집착과 사랑의 차이를 이제사 알겠다. 집착은 다그치고 사랑은 기다린다. 집착은 그가 나를 사랑해야 행복하지만 사랑은 내가 그를 사랑해서 행복하다. 그가 나를 사랑해도 그 사랑을 잃을까봐 늘 불안한게 집착이고,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그가 있어서 행복한 것이 사랑이다. 집착은 내가 원하는대로 그를 존재하기를 바라지만, 사랑은 그가 원하는대로 그가 존재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사랑은 온유할 수 밖에 없고, 참을 수 밖에 없으며, 자랑할 것도 교만할 것도 없어지며, 살면서 사랑만한 진리도 없는 것이다.

창밖에서 숫컷인듯한 고양이가 칼끝으로 난도질한 타이어처럼 동그랗고 커게,촘촘히 갈라진, 검은 울음을 운다. ​내 다리 사이에서 잠들었던 봉달이가 잠을 깨었고, 잠을 깬 봉달이의 두 귀를 가렸지만, 봉달이는 풀썩 책상위로 뛰어 올라 창문 옆에 달아놓은 선반 위로 달아났다. 하나님도, 어느 성당의 아름다운 사제가 미사때 잠깐 스쳐간 처녀의 눈빛 때문에 열에 달뜨서 밤새 뒤척이는 것을 한없는 연민과 사랑으로 굽어보고 계실듯하다. 아이의 몸에 흐르는 호르몬이 아이의 피를 말리기 전에, 아이의 자유 의지를 박탈하러 가야겠다. 아이의 고통을 불보듯이 굽어보시면서도 아이의 자유를 단 한 가닥, 한 낱도 마음대로 하지 않는

신의 무한한 아픔을 느끼는, 늦디 늦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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