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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땡감 / 함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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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함동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07회 작성일 21-07-10 17:15

본문

 

(수필)


 

땡감

         함동진


 

  서울의 복판이라고 할 수 있는 곳, 서울역에서 마주보는 곳에 용산구 후암동과 버티고개(남산공원 입구)로 갈려지는 후암삼거리가 있다.

  남산 줄기가 서쪽으로 벋어 내려오다가 도로개설로 인하여 절개되어진 산줄기 마지막 부분의 옹벽 위로 우뚝하니 동산 하나가 있다.

  이곳이 용산구 동자동 2번지인데 여러 호(號)의 번지로 나누어져 있고 이번지들 위에 여러 채의 집들이 있다.

  이곳에 내가 소일(消日)을 하는 남산농원이 있어 화초를 가꾸기에 적합한 곳이다.

  주위를 화초로 아름답게 꾸미고 하루하루를 보람 있게 보낸다.

  나는 어릴 적부터 좋아하는 꽃가꾸기를 이곳에서 마음 것 누리고 있다.

  후암동길에서 이 동산에 오르러면 두께가 두꺼운 46개의 돌계단을 밟고서야 오를 수 있다.

  이 돌계단으로부터 시작하여 동산과 동산주위에 이르기까지 여러 색깔의 골드메리, 봉선화, 백일홍, 나팔꽃 등 갖가지 화초들을 가꾸어 울긋불긋 꽃을 피워냈다.

  별천지의 아름다운 화원, 꽃동산이 되었다. 보는 사람들 마다 감탄을 한다.

  낯이 선 아가씨가 지나가기에 “어느 집에 사십니까?” 하고 물었더니 “저 너머가 직장인데 꽃길이 좋아서 이리로 넘어가요.”라고 대답을 한다.

 

  동산 중앙에는 정자나무 같은 크기의 감나무 한 그루가 오랜 세월을 버티고 서 있다.

  나는 감나무 아래에 평상을 놓고 흰머리칼 성성한 나이 70의 노인으로 걸터앉아 있으면서 가끔식 나와 저 감나무는 어느 편이 더 나이가 많을까 하고 생각을 해본다.

  감나무는 7.8월의 땡볕 무더위를 가려주고 식혀주며 여러 가지 산새들을 불러 모아 노래를 들려준다.

  그뿐인가. 많은 매미들의 합창은 찬물을 끼얹어 주듯 시원한 청량감(淸凉感)으로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그런가하면 솔솔 살갗을 스치며 지나가는 선들선들한 바람은 어떠하랴.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허기를 채우며 간식거리로 땡감을 줍던 추억이 밀려온다.

  동리 아이들은 땡감을 서로 많이 주으려고 새벽부터 일찍 나와 줍기 경쟁이었다.

  떫은 땡감은 그대로 먹을 수 없으니 우려내야 했다.

  물독에 2~3일 정도는 담가 우려내면 단맛이 돈다.

  더러는 더 속히 우려내려고 쉬어서 부글부글 끓는 설거지 구정물통(돼지 먹이로 쓰려고 설거지 구정물을 모음)에 담가 우려내기도 하였다.

  배고프지 않았다면 구정물통에까지 넣어 빨리 우려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넉넉하고 살기 좋은 지금의 사람들은 떨어져 뒹구는 땡감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떨어진 땡감이 짓물러 사람의 발에 밟히면 지저분한 오물이 된다.

  나는 땡감들을 주워 모아 화분이나 화초 밑에 놓거나 넣어 준다.

  땡감은 점점 엷은 주황색을 띄며 연시가 되어 가다가 갈색으로 변하며 삭아져 퇴비가 된다.

 

  평상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쐬던 나의 머리에 땡감이 떨어졌다.

  느닷없는 타격에 아프기도 하였거니와 크게 놀랐다.

  땡감이라고 우습게 여기지 말라는 경고인 것 같다.

  “머리칼만 허연 70 영감이지 너는 무엇 하나 제대로 하고 남긴 것이 있기나 하느냐?”하며 힐책을 하는 것 같다.

  과연 그렇다 머리칼만 하얀 노인이지 무엇 하나 내어 놓을 만한 것 없는 땡감=영감 ‘이콸러티(대등對等 equality)’ 이다.


    *이 글은 1989년도 이전쯤에 겪었던 이야기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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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산골(긴뫼-長山)

함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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