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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의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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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 박광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21회 작성일 21-08-23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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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의 일기장

                                   - 세영 박 광 호 -

소백산 골짜기 내 어릴 적 아버지 따라 산나물 뜯고 송이버섯 따기 위해 드나들었던
어느 산골마을을 운동 삼아 찾아가는데 굽이 굽이 산길 걷다보니 사람 살아가는 길이 이와 흡사했다.
오르고 내리고 모퉁이 돌고 돌아 언덕배기 올라 땀 닦다 보니 향긋한 나무숲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갈 길은 한참 남았는데 높은 재하나 더 넘어야하니 어쩐다?
땀께나 흘려야겠다 생각하니 맥이 풀렸다.

가는 것에만 집착 말고 즐기며 가자 마음먹고, 찔레꽃 향내 맡으며 덤불 밑 찔레순도 꺾어먹고
이름모를 들꽃들의 미소, 청량한 산새들의 지저귐, 내가 꽃이 되고 새가되어 쉬엄쉬엄 걷다보니
어느새 마을 어귀에 당도했다.

고구마 심는 사람들이 들밥을 먹고 있는데 금새 목이마르고 허기가 져 찾아가 꿉뻑 절하고,
“밥 한술 얻어먹읍시다!” 하니
가타부타 말은 없고 아래 위 사람만 훑어본다.
입성을 보자하니 거름뱅이는 아니고 비록 늙었으되 생긴 걸로 보아 만만찮은 사람 같았던지

“앉으시오, 어디서 오셨소?”
“예, 읍내서 농촌 실태조사 나왔습니다.”

어느 기관에서 나왔는가 묻지 않으니 다행이었다.
자칫 말 한번 잘못 했다간 관명사칭 허위 신분으로 쇠고랑 찰 일이었다.

이러구 저러구 인사 나누니 곧 한 통속, 시원한 오이냉국에 밥 한입물고
풋마늘대 된장 찍어 씹으니 톡 쏘는 맛과 그 향기 일품이었다.

농촌 조사 나왔다니 할 말 다 해보자 했던지 밥 한술 저 놓곤 거침없이 말을 뱉는데,
어쩌면 구구절절이 옳은 말만 하는지 나는 그저 머리만 끄떡끄떡 했을 뿐, 할 말이 없었다.

“야, 이거 산골 노인네라고 깔볼 일이 아니네?”
그분들이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요즘 연일 뉴스에 돈 받아먹은일로 시끄러운데 그들은 정말 애국자고 정치가이며 역사의 증인이었다.

실컷 꾸중 듣는 듯 긴 이야기 듣고
“ 말씀 잘 들었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점심 너무 잘 먹었습니다. “ 하고 일어섰다.

이구석 저구석 동네 한 바퀴 돌아보니 유년시절 그 정겹고 아늑했던 동네는 아니었다.
집들은 다 낡아 초라하고, 얼마 살지 못할 시한부 인생 고령의 노인들만 그 마을 그 땅을 지키고 있을 뿐,
그들이 다 떠나고 나면 잡초로 묻혀버릴 산골마을...
입맛이 씁쓸하고 하전한 고독이 찾아들었다.

다시 돌아오는 산길은 철쭉꽃 한 송이 꺾어 흔들며
“어머님의 손을 놓고 돌아설 때엔
부엉새도 울었다오 나도 울었소!“
울며 넘는 고모령이라 했던가
내가 살아온 옛날의 회억을 되씹으며 유행가 몇 곡조 흥얼거리다보니 언제 왔는지 모르게 왔다.

머리위에 구름하나 방긋이 웃는 듯 흘러간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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