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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경쾌한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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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74회 작성일 21-12-15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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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한 소리

            숙영

 

 

그를 쳐다보면 일단 즐겁다. 

그 속에서 풍겨 나오는 유머러스함이 얼굴에 가득하다. 툭 한마디 던지는 소리가 완전 개그다.

 그의 엄마는 네모난 틀에 맞추어 그를 키우려고 하였다. 반듯한 성격에 지식을 더하여 박사를 만들어볼까, 여러 나라의 언어를 구사하는 외교관을 만들어볼까, 아니면 운동을 시켜보아 적성에 맞으면 국제적인 선수를 만들어볼까 하고 꿈을 꾸어 보기도 했다.

 운동선수 시키는 것은 일찍 포기했다. 그가 어렸을 때 동네 친구에게 맞고 들어 온 사건이 생긴 뒤 부터다. 몇 번을 그리하기에 엄마는 약이 오르고 화가 났다. 같은 밥을 먹고 왜 매번 맞고 오냐고 나가서 한번 때려 주고 오라고, 때려 주기 전에는 집에 올 생각을 말라고 문을 열고 밖으로 쫓아냈다. 얼마 쯤 시간이 지나도 들어오지 않기에 궁금해서 나가 보았다.

일 층 마당에서 그는 울며 이 층 창문 쪽을 쳐다보고 있었고, 때린 아이는 창문으로 얼굴을 내밀고 내려다보고 있었다. 키로 따지면 때린 쪽이 맞은 쪽 보다 작았다. 엄마가 나와서 자기를 본다고 느낀 그는 이 층을 향해 자신 없는 소리로 불렀다.

“야 이리 내려와! 우리 엄마가 너 때려 주고 오래!”

그 순간 엄마는 그는 결코 남을 때리거나 괴롭힐 위인이 못될 뿐 아니라 악착 같이 달려드는 성격도 못 된다고 결론짓고 운동선수를 시킬 생각을 접었다. 자기 방어라도 시켜야겠다고 태권도장에 보내기는 했지만 말이다.

 공부는 그런대로 잘해서 엄마가 짜 놓은 네모난 틀에 맞추어 잘 다듬어지는 듯했다. 욕심이 난 엄마는 과외 공부나 학원에 보내길 원했지만 ‘알아서 할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한마디로 일축했고 고등학교 3학년 때는 공부하는 옆에 응원 삼아 앉아있어 주려고 하면 ‘부담스러우니 가서 주무세요.’ 해서 옆에서 떡을 써는 한 석봉 엄마 역할도 해보지 못했다.

 엄마 욕심 만큼의 대학에는 못 갔지만, 뒷바라지 못해준 것에 비하면 황송하다고 생각할 만큼의 대학에 갔고 영문학을 선택했으니 엄마의 네모난 틀에서 성공하리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군대 다녀와 복학한 그에게 영문 학 전공이니 영어 권 나라에 유학이라도 다녀와야 하지 않겠냐고 제안했을 때 그는 엄마에게 정색하며 말했다.

“군대에 가서 제 진로를 결정했습니다. 유학 보낼 돈 십 분의 일만 주시면 제 생각이 맞는지 공부해 보려고 합니다.”

그는 네모난 틀을 과감히 깨고 둥근 본연의 모습을 찾기 시작했다. 작가가 되기 위한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어이가 없어진 엄마가 전공을 안 살리고 생뚱맞게 국문학 쪽이냐고 묻자 군대에서 일어났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군대에서도 그는 훌륭한 군인은 아니더란다. 훈련을 받아도, 땅을 파도 어설픈 자기에게 친구들은 ‘삽 질 하냐?’ 하며 놀렸고 자기 자신이 생각해도 군 생활을 잘하려는지 걱정이 많았는데 어떤 기회가 찾아와 줘서 자신이 생겼고 자기 달란트를 생각해 보게 되었단다.

 부대 간에 장기자랑이 해마다 있는데 축구 시합이나, 연극이나, 뮤지컬이던지 간에 ‘지고 오면 죽는다.’ 하며 열심히 연습하고 준비하는 기간이 있단다. 거기에 그가 연출하고 연습 시킨 뮤지컬 무대가 일등을 했다고 한다. 부대 전체가 축제 분위기가 되고 상급 휴가도 나올 정도가 되니 어설픈 군인에서 인기 있는 군인으로 친구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귀한 존재가 되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에게 이런 재능이 있었는지 놀랐고 그 방향으로 나가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아쉬움에 훌쩍이는 엄마를 뒤로 하고 창작 공부하는 곳에 들어가서 작가 수업을 받다가 개그 콘서트를 쓰는 연출가의 눈에 띄어 대학 졸업하기도 전에 취직이 되었다. 꽤 인기 있는 코너의 작가가 되어, 바쁘지만 자기가 원하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고 무척이나 기뻐하였다.

 작가의 길도 쉽지 않았다. 아이디어 싸움에 신경을 써야 하고 늘 새롭게 써야하고, 유행어 만들기에도 촉을 세워야 해서 코미디언들과도 머리를 맞대고 밤새 작전을 짤 때도 있었다.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방송 개편이 되면 라디오 방송 작가도 했다가, 연출도 맡았다가 세계 여행 작가로 촬영 기사와 여행도 하다가, 드라마 작품도 구상하다가 지금은 방송국 뉴스 팀에 메인 작가로 있다.

어떻게 보면 참 힘든 직업을 택했다고 볼 수 있어서 엄마 마음은 늘 초조하고, 안타깝고 애처롭기까지 하다.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 즉시 글을 써야 하니 어디 가나 노트북을 가지고 다닌다.

그렇지만 그는 늘 희망 차고 표정이 밝다. 힘든 내색은 전혀 안 하고 누구 에게나 상담해 주고 친구의 역할, 아들의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다.

 푸른 옷을 입고 담담해 보이나 칼만 대면 경쾌한 소리로 짝 갈라지는 속이 꽉 찬 수박같이 뜨거운 정열로 가득 차 있다.

짜 놓은 네모난 틀에서 자라는 네모 수박이 있다고 한다. 그런 답답한 네모 틀에서 벗어나 둥근 본연의 모습으로 달고 시원한 맛을 만인에게 보급하는 일등 수박 같은 인생이 되길 그의 엄마는 늘 응원하며 기도하고 있다.

 

추천2

댓글목록

짭짤한시인님의 댓글

profile_image 짭짤한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자신의 달란트를 군대에서 우연히 발견했군요.
작가라는 직업은 엉덩이 붙여하는 정적인 작업이나
그 영향력은 아주 다이나믹하다고 생각 합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초록별ys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
마음 놓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시인님 글 잘 감상하고 있습니다.
그림도, 음악도, 시도, 수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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