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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그림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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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342회 작성일 21-12-20 12:25

본문

그림자처럼


       숙영


  초등학교 1학년생인 큰 손주와 이제 20개월 된 둘째 손주는 6년 차이가 난다. 동생을 향한 사랑이 유별나서 마치 자기가 아버지처럼 보살피는데 든든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동생이라면 무조건 양보하고 입에 넣었던 것도 달라고 하면 꺼내 준다. 작은놈을 야단치기라도 하면 눈물을 글썽이며 안아 주며 아기인데 왜 그러냐고 할머니에게 항의도 한다. 아파트 앞 놀이터에서도 동생을 잘 보살펴서 둘이 같이 있으면 마음 놓고 이웃과 이야기 할 정도이다.

  이런 마음을 알아서인지 아기도 형을 좋아하는데 그 정도가 유별하다. 형이 학교에서 오면 그 순간부터 졸졸 따라다닌다. 형이 화장실을 가도 따라가고 노래를 하면 같이 서서 손 모으고 춤을 추면 그 뒤에 서서 따라 하는 것이 꼭 그림자 같다. 물을 먹으면 같이 먹고 밥 먹을 때도 옆에 앉아 형이 먹는 반찬을 같이 집어 먹는다. 밥을 안 먹으려고 하면 형 한입, 동생 한입 하며 먹이면 다 받아먹는다. 책을 봐도 같이 앉아서 보고 텔레비전을 켜면 쪼르르 달려와 옆에 앉고 과자를 먹으면 형에게 하나 집어 준 후에 자기가 먹는다. 잠잘 때는 엄마 방에서 자서 형이랑 헤어지는데 늘 같이 잔다고 형 침대에 누워서, 잠들었을 때 안아 가거나 빠이빠이 하며 뽀뽀를 요란히 한 후에 엄마 방으로 가기도 한다.

  모든 것을 동생에게 양보하지만 딱 한 가지 안 하는 게 있는데 게임을 할 때다. 텔레비젼에 게임을 연결해서 하는 건데 동생이 오면 바로 쇼파로 올라가서 손이 못 닿게 한다. 아가는 예쁜 두 손을 내밀고 ‘주세요’ 하고 달라는 시늉을 하는데 형은 못 본 척 외면을 한다. 그러면 아기는 울고 할머니는 좀 주라고 소리치고 엄마는 형을 편들며 동생을 야단친다. 패가 갈리는 순간, 형제의 의가 깨지려는 순간 엄마가 슬그머니 타협안을 제시한다.

”동생이 낮잠 잘 때 하거나 아빠랑 재미있게 놀고 있을 때 하면 어때? 그때는 엄마랑 같이 게임을 하자.“

큰놈은 아쉽지만, 엄마의 말에 어쩔 수 없이 게임기를 접는다. 이번에도 동생에게 양보한 셈이다.

”이럴 때는 동생이 밉지?“

내가 거들라치면

“아기니까 그렇지. 할머니는 그것도 몰라?“

하며 오히려 동생 편을 든다.


  나는 언니와 두 살 터울이었다. 위로 오빠가 하나 있고 언니가 있으니 내가 막내다. 어렸을 때 참 많이 싸웠던 기억이 난다. 엄마는 무조건 내 편이었고 오빠도 내 편만 들어 주었으므로 싸움 후엔 언제나 언니가 울고 나는 오빠 무릎에서 언니를 약 올리곤 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일찍 철이 든 나는 그때부터 언니를 챙기기 시작했다.

옷을 사도 내가 골라 주고 어디를 가도 내가 앞장을 섰다. 언니는 늘 내가 하자는 대로 했다. 내가 잘나서 인줄 알았는데 세월이 지나고 보니 그것이 바로 언니의 배려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집안이 기우니까 언니는 입 하나라도 덜자는 생각으로 시골로 시집을 가 버렸다. 어쩌다 한번 찾아가 보면 시집살이도 힘들게 하는 것 같아 다시 찾아가지 않고 나는 나 대로 고생하며 학교에 다녔으므로 왕래가 한참 없었다.

  세월이 흐른 후 만나기 시작하였는데 지금도 언니는 우리 동생 보고 싶네 하며 먼저 전화를 한다. 엄마의 그림자가 되어 나를 덮으려 했는데 나는 나 잘난척하며 그 그림자를 벗어나려고 했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오빠도 하늘나라에 가고 형제라고는 우리 둘뿐인데도 멀리 살고 있고, 내가 손주에게 묶여 있다 보니 자주 만나지 못하여 이웃사촌만도 못하게 지내고 있다. 농사를 조금 짓는데 가을엔 해마다 감자, 마늘, 고추, 들깨 등을 조금씩 넣어 한 상자 포장하여 택배로 부치고는 받았냐고 확인 전화를 한다.

고마운 마음에 ‘이번 가을에는 단풍놀이도 갈 겸 한번 갈게.’ 말했더니 정읍에 사는 언니는 다음날로 내장산에 가서 단풍이 언제 들 건지 확인하고는

“동생아 이 주 정도 있다가 오면 단풍이 고울 테니 그때 애들 데리고 와.“

하며 전화를 한다.

  언니는 휴대폰이 없고 집 전화만 있다. 아침 일찍 전화하지 않으면 통화가 어렵다. 낮에는 밭에 가 있거나, 요즘은 또 나라에서 주는 일거리에 다닌다고 하니 집으로는 전화를 할 수없다.

  요즘은 형부가 몸이 아파 요양원에 있다 보니 그곳에도 다녀야 하므로 바쁘게 살고 있다. 정읍에서도 한 시간 넘게 버스 타고 가야 하는 시골에 살고 있어서 찾아가려면 차를 가져가지 않은 한 버스 시간도 기다려야 하므로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언니는 그런 곳에 살고 있지만, 교통이 불편하다고 불평하는 걸 들어 본 적이 없다. 그 먼 길을 버스를 타고 나와 남편이 있는 요양원에 가던가, 기차를 타고 서울에 있는 당신 딸 집이랑 아들 집을 다녀가곤 한다. 우리끼리 살 때는 형부도 당신 아들 집에 다녀 오면서 들려 하루 이틀 묵다가 가고 언니도 다녀갔지만, 지금은 우리 집이 대가족으로 복잡한 걸 안 뒤로는 우리 보고만 놀러 오라고 한다. 


  손주들이 거실을 뛰어다니며 놀고 있다. 아직 말을 잘 못 해서 엉아 소리만 하고 쫓아다니는데 숨바꼭질을 하자고 하여 할머니가 술래가 되면 아기는 형 손을 꼭 잡고 숨기에 바쁘다. 뛰어가다가 넘어져서 울면 형은 일으켜 주고 안아 주며 안타까워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저게 형이구나! 동생을 사랑하고 아껴주고 돌보아 주는 거. 먹을 것이 있으면 동생 입에 먼저 넣어 주고 아끼는 장난감도 양보하며 텔레비전 프로도 동생이 좋아하는 걸 틀어주는 마음 씀씀이. 그래서 동생은 형의 그림자가 되어 쫓아다닌다.

  문득 언니가 그립다. 형만 한 동생 있냐는 속담이 가슴을 후벼판다. 이제는 언니와 멀리 떨어져 남처럼 살아서는 안 되겠다. 이번 가을엔 언니에게 꼭 가야겠다. 나도 언니의 그림자가 되어 하루만이라도 알록달록 물드는 단풍 물결에 마음 적셔가며 같이 웃고 수다 떨며 재미있게 지내고 싶다.

 눈물이 날 만큼 언니를 그리워 해보는 저녁이다.


2019.


추천2

댓글목록

짭짤한시인님의 댓글

profile_image 짭짤한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숙영님, 애독자 한 명 생기셨습니다.
글이 따뜻하고 푸근해서 올라오는대로
다 보게 됩니다.

저는 두 살 위 누나와 두 살 아래 남동생이 있지요.
어릴 때 누나가 저를 많이 신경 써 줬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동생과 친구처럼 같이 놀구요.

초록별ys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입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여
신변잡기만 하고 있답니다.ㅎ
관심과 응원에 감사드립니다.

함동진님의 댓글

profile_image 함동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초록별ys 수필가님.

귀여운 손주들의 우애는,
초록별ys 수필가님의 어렸을적의 자매간의 우애와 꼭 닮게
대를 이어가는 아름다운 우애로 유전됨아네요.
아름답습니다 !

초록별ys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함동진작가님
다녀가셨네요~~~
요놈들이 요즘은 컸다고 의견 차이도 많이 있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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