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등선폭포 > 소설·수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소설·수필

  • HOME
  • 창작의 향기
  • 소설·수필

☞ 舊. 소설/수필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해당작가에게 있습니다.무단인용이나 표절을 금합니다

(수필) 등선폭포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248회 작성일 21-12-31 17:07

본문

등선폭포

 

며칠이나 계속되었을까. 가뭄 속 불볕더위에 마스크를 벗고 집에 있는데도 숨이 막힐 듯 답답하다. 밤이 되어도 후끈 거리는 실내 온도가 식을 줄 모른다. 저녁을 먹는 듯 마는 듯 몇 술 뜨고는 집 앞 공원으로 올라간다. 공원 역시 낮에 달군 열기가 식지 않아 후끈 후끈 하다

  공원에는 제법 아름다운 인공 폭포가 있어 오르는 사람들에게 시원함으로 위안을 준다. 그렇지만 이렇게 뜨거운 열기에는 어림없다. 공원 주위가 시원해야 떨어지는 폭포 줄기도 시원할 터인데 떨어지는 물줄기조차 더위에 지친 듯 소리가 시원치 않다. 게다가 폭포 앞의 의자는 변이 코로나의 극성 때문에 사람들이 앉지 못하게 엑스자로 끈을 묶어 놓았다.

  가슴 속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이 답답한 시국에 동치미 국물처럼 시원한 계곡은 없을까. 달려가고 싶다고 생각하니 문득 달려가고 싶은 폭포가 하나 있다. 등선 폭포다.

  등선 폭포는 내 고향 춘천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다. 내가 등선 폭포를 처음 올라 가본 것은 초등학교 때다. 무슨 일인 줄은 모르겠으나 엄마가 놀러 가자고 하며 먹을 것을 싸 들고 간 적이 있다.

  입구부터 나는 무서웠다. 좁은 계단을 끝없이 올라가는데 폭포 소리가 요란하여 엄마가 말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옆을 보니 낭떠러지기라 떨어지면 바로 죽을 것 같아 옆에 매달아 놓은 줄을 꼭 잡고 올라갔다. 한참을 오르니 여기가 좋겠다며 엄마가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조금 있으니 추워서 엄마 치마를 끌어다가 내 무릎을 덮었다.

  나무가 많아서 하늘도 안 보이고 간식을 먹어도 춥기만 해서 얼른 내려가자고 졸랐지만, 엄마는 대답 없이 떨어지는 폭포만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던 기억이 난다.

  몇 년 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내 소녀 시절은 계속 춥고 어두웠다. 어느 날 문득 엄마 손 잡고 오르던 등선폭포가 생각났다.

  엄마 죽음을 그때까지도 실감하지 못했던 나는 혹시 등선폭포에 엄마가 숨어 살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어서 한번 가보고 싶었다.

  춘천에서 가평 쪽으로 가면 삼악산이 있고 그곳 입구가 등선폭포 입구라고 알고 있던 나는 무조건 걸어서 가보기로 했다.

  그때도 더운 여름이었는데 중학교 2학년이던 나에겐 멀고도 더운 길이었다. 차가 간간히 다니는 신작로를 따라 걸어서 갔는데, 가도 가도 목적지는 안 보이고 배가 무척 고팠다.

  길가 그늘에 앉아 참외 파는 할머니에게 참외 하나를 사서 길에 앉아 먹던 생각이 난다. 얼마나 달고 시원하던지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입안에 군침이 생긴다.

  드디어 등선폭포 입구가 보이고 반가운 나는 뛰듯이 올랐다. 길은 여전히 험했고 폭포 소리는 요란했지만, 저 위 어디엔가 혹시나 엄마가 나를 기다리는 건 아닐까 하는 기대감으로 열심히 올라갔다.

  매미 소리는 숲을 뒤덮고 있었고 숲에 우거진 이름 모를 풀들이 나무 옆에 슬픈 듯이 널부러져 있었다. 나는 벅찬 감정이 솟구쳐서 엄마! 엄마! 하고 소리쳐 불렀고, 애타게 불러도 대답이 없는 엄마가 그리워서 엉엉 울었다.

  폭포도 내 슬픔을 알았는지 더욱 세차게 쏟아져 내렸고 매미도 나를 위로해 주듯 요란하게 울어 젖혔다.

  그 후 등선폭포 쪽에는 얼굴도 안 돌렸고 서울에 살다가 가끔 춘천을 가도 애써 그쪽은 쳐다보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결혼을 한 나는 남편과 함께 그곳에 다시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남편에게 자초지종을 다 이야기한 후, 한 번 다시 가 보고 싶은 마음을 비추었더니 언제고 기꺼이 동행 하겠노라고 한다.

  어느 해 여름 휴가 때 우리는 등산복을 입고 가서 등선폭포 위에 있는 삼악산까지 가보기로 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삼악산과  등선폭포 입구가 있는 곳에서 입장료를 내려고 서 있는데 내가 상상하고 있던 등선폭포 입구가 아니었다.

  그때는 요금소도 없었고, 전에 왔을 때 보다 입구가 작고, 초라해 보여서 내가 잘못 찾아 왔나 하고 주위를 다시 둘러볼 정도였다.

  폭포를 향해 올라가는데 예전에 오르던 기억과 다르게 다가온다. 어렸을 때 느꼈던 무섭고 어두운 분위기와는 달리 지금은 연인들이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시원한 폭포다.

  등선폭포는 근처에 승학폭포, 백련폭포, 비룡폭포와 함께 8경을 이룬다고 한다.

등선폭포는 제1. 제2. 제3 폭포로 안내표시가 되어 있었다. 높이는 약 4.5m 라고 팻말에 쓰여 있다.

  삼악산에는 용화봉과 청운봉, 등선봉 3개의 산봉우리로 이루어져 삼악산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3개 봉우리에서 뻗어내린 능선이 암산을 이루고 있다

  산을 이루고 있는 암석은 규암의 일종으로 약 6억 년 전에 토적 된 기암이 높은 온도와 압력을 받아 생성된 변성암이라 한다.

설악산의 대청봉이 1200m가 넘는 높이에 비해 이곳은 세 봉우리가 다 600m 정도라 산의 규모가 크거나 웅장하지는 않지만, 경관이 수려하고 기암괴석에 명품이라고 불리는 나무도 있다.

  어렸을 적 올라왔을 때는 제일 작고 가까운 폭포 근처에서만 있었고 그곳도 폭포가 크고 소리도 웅장하고 무섭기조차 했었는데 어른이 된 후에 와 보니 폭포들이 다 폭이 좁고 높이도 낮았다.

폭포들을 다 지나서 산봉우리에 올랐는데도 삼악산이 낮게만 보인다

돌아오는 길에 남편은 이제 소원을 풀었냐고 웃으며 묻는다.

 

곰곰이 생각해 봤다. 폭포가 크게 보이거나 산속이 무섭게 보였다는 것은 어렸을 때 가봤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겠는데 아직도 엄마가 저곳에 계실지도 모를 것이라는 생각은 왜 들었을까.

  왜 엄마는 내가 어렸을 적에 나를 데리고 둘이서만 저곳을 올랐을까. 폭포 소리에 묻혀 내려보낼 슬픈 울음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몇십 년이 흘러 내가 엄마보다 많은 나이가 되어 등선폭포를 찾아가 보았지만 아직도 추측만 할 뿐,그때 엄마의 심정을 헤아려 알 수가 없다. 폭포 소리만 여전히 아픈 마음처럼 통곡 소리를 내며 떨어지고 있었다.

 (21년 7월19일)

추천2

댓글목록

짭짤한시인님의 댓글

profile_image 짭짤한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고향이 춘천인데 삼악산도 올라봤고 등선폭포도 갔던거 같습니다.
봉의산은 수 없이 올랐구요. 저는 조양동, 운교동에 살았어요.
어머님을 너무 일찍 여의시고 그 슬픔이 폭포에 사무치는 애절함이 전해 옵니다.
좋은 남편분을 만나 그 빈 자리를 어느 정도 채우시는지요.
임인년 새해 호랑이처럼 강건하시고 좋은 글 많이 기대하겠습니다.

초록별ys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예~~저는 효자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저는 일찍 어머니를 여위어서
어머님이 계시는 분들을 뵈면 참 부럽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Total 1,664건 8 페이지
소설·수필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454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0 1 04-10
1453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6 0 04-05
1452 데카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4 0 03-30
1451 ♡들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4 0 03-30
1450 짭짤한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5 0 03-27
1449 들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9 0 03-22
1448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5 1 03-19
1447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6 0 03-18
1446 ♡들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5 1 03-15
1445
산모의 마음 댓글+ 4
♡들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5 1 03-14
1444 함동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8 1 03-14
1443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3 2 03-04
144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5 1 03-03
1441 사이프레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8 1 03-02
1440 짭짤한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7 0 02-27
1439
조율적인 삶 댓글+ 1
사이프레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6 0 02-27
1438 사이프레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8 0 02-25
1437 함동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4 1 02-22
1436
春栢 댓글+ 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7 1 02-20
1435 사이프레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5 1 02-18
1434
동무야 댓글+ 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5 1 02-11
1433
(수필) 노루귀 댓글+ 12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1 3 02-10
1432 함동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2 1 01-26
1431 함동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0 1 01-21
1430 함동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9 1 01-21
1429 함동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1 1 01-20
1428
눈이 내린다 댓글+ 4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2 1 01-19
1427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5 3 01-13
1426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6 1 01-09
1425 purewater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0 1 01-08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