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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노루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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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2건 조회 551회 작성일 22-02-1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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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귀


  바람꽃, 복수초와 함께 제일 먼저 봄을 알리는 노루귀는 꽃 모양이 엄지공주처럼 작고 예쁘다. 게다가 꽃대에 난 작은 은색 털들은 햇볕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모습이 앙증스럽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가냘프게 보여서 불쌍한 마음 까지 든다.

  키도 아주 작아서 숲에서 앞만 보고 가는 사람들은 볼 수 없는 꽃이다. 가끔은 아래도 살피고 가야 곱디고운 색감의 작은 꽃들을 관찰할 수가 있다. 하얀 털을 뒤집어쓰고 꽃대가 나오면 꽃잎처럼 보이던 것이 꽃으로 피어나고 그 꽃이 질 무렵 잎이 나온다. 도르르 말려 있는 6장의 잎이 세 갈래로 나누어지는데 토끼풀의 잎과 비슷하며 털이 돋은 잎이 나오는 모습이 영락없는 노루의 귀 같다. 

  노루귀의 꽃말은 ‘위로’ ‘인내’ 다. 겨우내 추운 곳에서 지내다가 날씨도 추운 이른 봄에 올라오니 꽃말처럼 인내가  많이 필요한 꽃이다

  안양에는 수리산 뒷자락에 가면 군락지가 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봄만 되면 사진작가들로 가득하다.

나는 수리산 가까이에 살아서 해마다 두 번 이상은 가는데 그때마다 노루귀가 안쓰럽고 사랑스러워서 그 군락지 전체를 떼어다가 다른 어느 곳,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곳에 옮기고 싶다. 사람들이 너무 북적거리며 아직 나오지 못한 노루귀를 밟거나 또 삽으로 뭉텅 떠서 자기네 집으로 가져가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낙엽 이불을 들치고 꽃이 피어 있는걸 찍고는 그냥 내 버려두고 가서 새벽 서리에 얼어 죽고는 한다.

  이른 봄, 모든 꽃들이 쌩쌩 부는 바람이 무서워서 땅속에서 머믓거리고 있을 때 용감하게 덮은 낙엽 이불을 들치고 올라와서 해님을 찾아 고개를 쏙 내미는 노루귀. 가냘픈 꽃대를 세우고 넘어질 듯 넘어질 듯 기우뚱거려도 결국에는 나보란 듯이 온 가족이 서 있거나 혼자라도 굳은 인내심을 가지고 피어나는 꽃을 보면서 나는 복례를 떠 올리곤 한다.

  그녀는 태워 날 때부터 건강이 좋지 않아 집안의 걱정거리였다. 사람이 될까 염려하여 좋다는 약은 다 먹여도 눈에 띄게 좋아지지는 않았다. 학교 다닐 때도 약해서 친구들이 책가방을 들어다 주고 집에 와서도 누워만 있어 부모가 공부하라는 말은 아예 하지도 않았다. 그냥 학교만 왔다 갔다 해도 기특하게 생각했다. 그녀는 조금씩 조금씩 키가 크기 시작했고 책 읽기도 좋아해서 늘 가방에 공부하는 책 말고도 동화책들이 들어 있었다.

  그녀의 미소는 남달라서 뭐라 할까. 사람의 마음을 잡아당기는 마성이 있다고나 할까. 한번 그녀의 미소를 접해 본 사람은 모두 그녀에게 반하여 말을 걸어 보거나 친절을 베풀어 주고 싶어 했다.

  몸도 약하거니와 집안도 가난하여 중학교는 가지 못하고 집안에서 작은 일들만 거들던 그녀를 도시에 사는 이모가 데리고 와서 양딸처럼, 집안일을 가르치고 공부도 가르치면서 키웠다. 그러다가 그녀에게 걸맞은 신랑감을 찾아 결혼을 시켰는데 그 약한 몸에 어디 그런 힘이 숨어 있었는지 아들을 둘이나 낳아 키우고 있다. 한들한들 커가던 그녀가 보란 듯이 한 가족을 이룬 것이다. 그녀는 착하고 늘 웃어서 시어머니에게도 괴임을 받고 이웃 사람들도 진심으로 그녀를 좋아하여 김장할 때는 달려들어 힘껏 도와주고는 한다. 인내와 사랑을 다 가지고 있는 그녀는 아이들 뒷바라지하며 남편 섬기면서 가냘프지만 쓰러지지 않고 열심히 살고있다.

  노루귀도 연약해 보이지만 강하여 눈이 와도 비바람이 불어도 쓰러질 듯 버티다가 햇볕만 들면 숙였던 고개를 빳빳하게 든다.

  미소가 연예인 뺨 칠 정도고 연약한 가지의 잔털이 매력적이어서 사진작가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이렇게 예쁜 노루귀를 사람들이 잘 지켰으면 좋겠다. 그래야 해마다 우리 곁에 피어서 행복을 전해 줄 것이 아닌가.

  변산 바람꽃의 군락지도 주변에 있는데 귀한 꽃이 멸종될까 봐 봄이면 출입금지 푯말을 내 걸고 사람들이 지키고 있다. 노루귀도 이대로 두었다가는 점점 식구들이 줄어들까 걱정이 된다. 아니면 변산 바람꽃처럼 출입금지 지역으로 지정되지는 않을까.

  다른 꽃이 땅속에서 잠자고 있을 때 추운 날씨에도 우리를 만나려고 연하디연한 몸을 이끌고 올라오는데 우리는 사진 찍기에만 바빠서 노루귀와 대화 할 생각도 없이 짓밟기가 일수다.

  매년 그 자리에 똑같은 자태로 우뚝 서는 노루귀, 나는 인내와 위로를 배우며 노루귀를 사랑하여 해마다 이른봄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간다. 잊었던 친구, 복례를 만난것 같이 반기면서.


 

 
추천3

댓글목록

소화데레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소화데레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잔잔한 미소를 자아 내게 하는
예쁜 글입니다
봄의 전령사 노루귀와 변산바람꽃의
가냘프면서도 인내력이 강해서
이른 봄에 가장 먼저
우리에게  고운 모습을 보여 주니
꽃의 소중함을 알고  자연 환경도
잘 지키자는  간절한 부탁의 말씀도
실천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노루귀에 대한 따뜻한 이야기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초록별ys님

초록별ys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소화데레사 작가님
이곳에도 다녀 가시고
따뜻한 말씀 주시니 감사합니다

엎드리지 않고는 볼 수 없는 꽃들이 참 많더라고요
고운 꽃 동산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할 의무가 있어요
후손을 위해서...

함동진님의 댓글

profile_image 함동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봄날의 두 고움]    /  함동진

봄꽃과 귀여운 손주
곱디고운 닮은 두 고움
잠시도 눈길을 못떼리.

초록별ys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함동진 작가님
일찍 오셨네요~~

네 맞아요
우리 둘째 손주 이사 간 지 얼마 안되는데
보고 싶어서 벌써 안달을 합니다.ㅎ

恩波오애숙님의 댓글

profile_image 恩波오애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름다운 사진작품
멸절 위기에 처한 노루귀에 대한
따사로움으로

모두 님처럼 마음
꽃의 소중함을 가져야 겠다
잠시 생각해 봅니다

초록별ys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애숙시인님
다녀가셨네요~~
늘 응원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이제 봄이 올 듯 하더니
내일부터 한파라네요~~
건강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정기모님의 댓글

profile_image 정기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해마다 노루귀를 찾아가는 일인 으로서
반성도 합니다
올해는 또 어떤 모습으로 기다려 줄까 싶어서요
따뜻한 교훈 입니다 ^^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초록별ys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기모시인님
올해도 3월이 되면 노루귀 만나러 갑시당
공원에 산수유 몽오리가 통통하게 올라오던데
내일 부터 추워진다니 걱정입니다.
건강 조심 하세요^^

짭짤한시인님의 댓글

profile_image 짭짤한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수필의 정석을 보는듯 합니다.
가냘프면서도 생명력이 강한 노루귀와
복례라는 오랜 친구분을 대비시킨 점이
걸작입니다.

식물과 사람이 통하는 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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