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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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24회 작성일 22-02-11 15:10본문
동무야
내 하루의 일과는 행운목 이파리에 밤사이 쌓인 먼지를 젖은 수건으로 닦는 것으로 시작된다.
엄지와 검지로 이파리를 잡고 주욱 닦아 올리면 반짝반짝 햇살이 그 위에 부서지고 예의 만족한
눈으로 그윽히 바라보는 아침이 쏠쏠하다. 아내가 돈나무와 행운목은 반드시 한 그루씩 키워야
한다는 성화에 속는셈 치고 길러 온 것이 자그마한 내 키만큼이나 자랐다.
고등학교 삼 년 동안 한 번도 일 번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철이, 도토리 키재기로 일 번 이 번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사이좋게 지냈던 철이가 從心의 문턱을 넘자마자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身長만 일 번이 아니라 성적도 우수해서 고등 삼 년 동안 내내 일등을 놓치지 않았고 대학에서는
정구 대회 대표로 나가 우승을 하기도 한 이른바 체력에 관해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건강인이었다.
대학을 나와 십여 년 남짓 직장 생활을 하더니 느닷없이 홀어머니가 일구어 온 논 밭 몇 떼기를
팔아 사업을 한다는 소식을 인편으로 들었다. 하지만 그저 공직에나 딱 어울리는 그 성품에 언감
생심 사업이 당하기나 할까, 미상불 사업이라고 벌리는 족족 쓰디쓴 부도만 거듭 됐고 누구 하나
따듯한 손 길을 내어주는 이도 없었다. 그 시절 건자재 대리점이야 수금을 제 때 못하면 월 말
매입처의 결제 압박은 가히 죽음과도 같은 것,
저나 나나 赤手空拳으로 시골에서 올라와 믿는 구석은 작은 몸뚱이 달랑 하나,
그러는 동안 삶은 극도로 피폐해져 갔고 이따금 만나서 술잔을 기울일 때도 그런 내색을 전혀
보이지 않아 우매한 친구들은 그 눈치를 알지 못했다.
그 동안 삶이 그렇게 고되고 힘들었으면 속 시원히 좀 풀어 놓고 가기나 하지,
요즈음은 만병의 근원이 스트레스라는데, 저 간의 삶이 얼마나 가혹했으면 암 덩어리가 되어
허공으로 동무를 데려갔나. 애통하고 절통하다 동무야, 동무야!
자그마한 체구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고마웠다 동무야!
도시락 싸서 들고 들로 강가로 인생여정 같이 가자했던 동무야!
지금은 홀로 외로이 우는 황새가 되었구나!
행운목 이파리를 타고 봄빛이 뺨에 흐른다,
누런 이파리 하나 뜯어낸다,
봄 햇살이 따사롭다.
댓글목록
초록별ys님의 댓글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먼저 간 친구를 그리는 마음 절절 합니다
모두 다 평탄하게 손 잡고 사는 세상이면 좋겠습니다.
계보몽님의 댓글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인명은 재천이라 순간인 것 같습니다
인연된 가까이 살아가는 모든이들과
진실되게 살아 볼랍니다
그래도 아쉬운 시간이지요
마음 놓아 주셔 감사합니다
건강한 하루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