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栢 > 소설·수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소설·수필

  • HOME
  • 창작의 향기
  • 소설·수필

☞ 舊. 소설/수필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해당작가에게 있습니다.무단인용이나 표절을 금합니다

春栢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15회 작성일 22-02-20 11:51

본문

春栢 



 한겨울에 피지 못하고 기어코 이른 봄에야 피워내는 春栢, 그 아래 서면 서러운 행주치마 부엌 문턱을 넘는 새색시의 하이얀 코고무신이 그립다. 행방불명된 마음을 봉하고 기어코 써 내려간 밤 세운 눈물의 편지, 春栢이 피어나면 떠나간 영혼이 돌아 온다는데 밤새 대나무 잎새는 그렇게 빌고 빌었나 보다.


 그이가 戰場으로 떠나고 소식이 끊어진게 어언 반 백년, 오십년 청상이 바람처럼 흘러갔다. 소문에는 외삼촌이 동구밖 솔밭으로 굴비처럼 묶여 끌려갔다는 이도 있었고, 안강벌에서 콩 볶듯 쏟아지는 따발총 사이에서 전투를하는 것도 보았다는 이도 있었고, 군용 트럭에 실려 북으로 납치되어 가는 것을 보았다는 이도 있었다.


  生死 기별도 없는 기제사는 휴전선이 그어 진 후 부터 외삼촌의 생일에 맞추어 봉해졌다. 섬섬옥수 외로운 청상의 쓰라린 마음은 향념을 다해 봉해졌고 그 깊은 울음은 강물이 되어 흘렀다.


 국민학교 시절에는 그 인자하고 뽀얀 외숙모의 얼굴을 보려고 토요일이 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길고 먼 오리 길을 단숨에 달려 갔고, 하얀 행주치마에 목련 같은 미소로 나를 감싸 주던 외숙모의 향기는 지금도 몽롱해지는 꿈결 같은 기분이었다. 마루에 걸터 앉아 푸른 하늘에 걸린 구름을 바라보면서 사람이 살아가는 길과 자연의 이야기를 들려 주던 외숙모의 자태는 한 마리 학의 모습과도 같았다. 班家의 규수다운 면모가 몸에 배어 있었다. 


 세월이 시간따라 무심히 흘러가고  後嗣가 없으니 큰 집의 둘째 조카를 양자로 받아 들여 하늘이 내린 자식처럼 정성을 다해 뒷바라지를 했다. 이에 보은이라도 하듯 아들은 승승장구를 했고 외숙모는 인생의 절정기를 맞은 듯 행복한 세월이 이어졌다. 천지신명으로 아들은 의사가 되었고 외숙모의 여생은 하늘을 나는 듯 즐거운 나날이었다. 주위에서 응원하는 親, 外家 모든 가족들도 내일처럼 기뻐하며 좋아라 하였다.


 내 나이 耳旬을 넘어 從心으로 향할 때 양자이자 외동 아들이 홀연히 폐질환으로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멀쩡한 하늘이 무너져 버렸다. 평소 의사 생활에 지쳐 줄담배를 피어대서 외숙모가 근심이 태산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이렇게 인생을 무모하게 마무리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없었다. 기구한 운명의 조화였다. 당신 속으로 낳은 자식은 아닐지라도 자기가 낳은 자식 이상으로 정성을 다해 일생을 녹여 왔는데, 사랑하는 아들, 며느리와 일평생 오손도손 영화를 누리며 살고 싶었는데, 세월도 야 속하지,하루 아침에 傘壽의 세월이 벼랑끝에 걸렸다. 통곡의 강물은 또 그렇게 흘러 가고 있었다.


 殯所에는 아무도 없었다. 거기 영정사진에는 목련화 같은 외숙모만이 미소 짓고 있었다. 홀홀단신 살아 온 비련의 세월, 그 엄혹한 세월은 곱디 고운 세월을 앗아가 버렸다. 아들이 떠난지 삼 년 만이었다. 새까맣게 타버린 삶의 재를 제대로 소지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이제 영면의 저 세상에서 행방불명된 청년의 남편과 한 많은 세월의 회포를 풀어낼 수 있을까, 짧지만 아들과의 행복했던 母子之情의 애간장을 구구절절 녹여 낼 수 있을까, 외로이 놓여 있는 하얀 국화가 슬픈 미소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서둘러 일어 난 창가에는 빠알간 春栢이 피어나고 있었다. 붉은 설움이 울컥 피어 올랐다.

 



추천1

댓글목록

Total 1,664건 1 페이지
소설·수필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664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 1 04-21
1663 p피플맨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 0 04-19
166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 1 04-17
1661 리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 0 04-14
1660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 1 04-13
1659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 1 04-09
1658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 1 04-08
1657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 1 04-04
1656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 2 04-03
1655 p피플맨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 0 04-01
1654 p피플맨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 0 03-26
1653 음악거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 0 03-21
165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 2 03-17
1651 음악거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 0 03-16
1650 음악거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 0 03-16
1649 세잎송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 0 03-16
1648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 0 03-16
1647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 2 03-07
1646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 1 03-05
1645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 1 03-03
1644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 1 03-02
1643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 2 03-01
164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 1 02-26
1641 안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 1 02-21
1640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 1 02-21
1639 시인삼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 0 02-11
1638 김상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 0 02-02
1637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 2 01-30
1636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0 3 01-23
1635
마당 댓글+ 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 3 01-21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