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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통을 삶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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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사이프레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2회 작성일 22-02-25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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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형제는 내 위로 누나 한분, 형 둘, 손 아래로 여동생 하나, 남동생 둘이다. 내가 형제들 중 한가운데이다. 그러다 보니 눈치가 8단이다. 부모님께서 우리들이 시끄럽다든지, 해야 할 일들을 하지 않고 있을 때 화내실 분위기가 감지되면 나는 하던 동작을 젭 싸게 바꿔 칭찬받을 행동을 한다든지, 심부름시킬 것 같으면 무조건 솔선수범을 자청했다. 커가면서 나름 사는 지혜를 터득해 간 셈이다. 나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났다. 그러면 누가 시키지도 않아도 빗자루를 들고 마당을 쓴다든지, 골목길을 쓸었고 때론 소여물을 갔다 준다든지 나름 판단해서 지금 현재 필요한 일이 무엇인가를 찾아 했다. 그것이 습관이 되다 보니 결혼을 했어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 무엇이든 찾아 하고 있다. 설거지 통이 가득 차있으면 설거지를 하고 마루바닥이 지저분하면 친공 청소기를 돌리고, 식물들이 목말라하면 물을 주고 그렇게 생활을 한다.

그런데 나도 점점 “~나때가 되어 갈려고 한다. 딸 둘은 출가해서 각각 아이들이 둘씩이나 있다. 그런데 아들은 재택근무로 우리 집에서 근무를 한다. 우리가 자영업을 하다 보니 우리 부부가 거의 매일 일을 하러 나간다. 아침에 설거지를 못하고 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보면 부엌이 너저분하다. 점심때 아들 혼자 먹었던 밥그릇들까지 가세를 하고 일하고 늦게 집에 들어온 우리를 위해 저녁 요리를 해준답시고 모든 냄비들, 프라이팬, 쇠 바구니들, 도마들, 칼들, 갖은 숟가락들, 집게들 등등 모두 끄집어내어 쓰고 나면 요리가 하나 탄생한다. 요즈음은 소비자가 메뉴를 고르면 그에 따른 조리방법과 재료들을 포장해서 보내주는 아주 편리한 시스템들이 있다. 그러면 저렴하게 집에서 여러 가지 요리를 해서 먹을 수 있다. 그 덕분에 나라별 가지각색의 요리들을 먹어 보고 있다. 아들이 조리방법대로 요리를 잘하는 편인데 좀 치우면서 한 면 더 좋을 것 같은데 딱 거기까지만이다. 그러면 아내가 설거지를 대부분 도맡아서 하게 되는데 아내가 피곤해 보인 것을 감지하면 내가 팔을 걷어붙여 설거지를 한 다음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한다.

그런데도 항상 마누라님께 잔소리 듣는 게 꼭 하나 있다. 결혼 35년이 지나도 그것은 고쳐지지를 않는다. “이 양반 화통을 삶아먹었나?, 좀 조용하게 말을 하면 어디 덧나나?” 내 목소리가 매우 큰가 보다. 나는 아직도 그것을 감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아내는 자꾸 내 목소리가 크다고 한다. 그래서내 목소리가 왜 클까?”를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어린 시절로 거슬어 올라가 보았다. 할아버지께서 거의 매일 소주를 드셨고 그러면 오후부터는 가족들로 인해 당신이 서운했던 부분들을 녹음테이프 틀듯 반복적으로 크게 말씀을 하셨다. 그냥 누구나 들으라고 한신 말씀 같았다. 어떻게 보면 당신의 존재감을 나타내시기 위해 그리하셨던 것도 같다. 우리 집에 가장 큰 소음이었다. 또 아버님께서는 귀가 잘 들리시지를 않으셔서 우리들을 부를 때 큰 소리로 불러 어떤 일들을 시키셨다. 우리는 대답을 적게 하면 야단을 맞기 때문에 큰 소리로 대답을 하곤 했다. 그래서 우리 집 대화는 가만가만히 속삭이면서 하는 것이 아니고 시장통 속에서 처럼 시끌벅적하게 대화를 했다. 당시 축음기, 라디오가 귀한 터라 동네 각 가정에 스피커를 연결해 유선방송으로 마을 회관에서 라디오 방송을 틀어 주었고 간혹 동네 이장의 알림방송도 그것을 이용했다. 더욱이 우리 집은 방송 보륨을 최대한으로 올려놓아야 아버님께서 뉴스나 일기예보를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우리 형제들 모두 목소리가 쩌렁쩌렁하다. 게다가 우리가 다루 워 본 악기라고 하는 것은 기껏해야 사물놀이패들이 하는 꽹과리, , 북들을 가지고 놀았다.

반면 처갓집은 장인어른께서 음악을 좋아하셨고 당시 라디오, 전축이 있어 잔잔한 노래들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고 했다. 곧잘 하모니카, 아코디언 연주도 하셨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가족 모두가 음악성이 길러졌고 꼬마 때 동네 노래자랑대회에 나가섬마을 선생을 불러 일등도 했다고 한다. 이렇게 서로 자라난 환경이 다르다 보니 아내는 사람 목소리 톤이 좀 올라가면 소음으로 취급한다. 그리고 그것을 매우 싫어한다. 내가 아는 주변 사람들 가운데 목소리 큰 아낙네들도 많다. 내 목소리는 그분들에 견주 지를 못한다. 그런데도 마나님께서이양반, 화통을 삶았나?”를 반복해서 외치기 때문에 고쳐야 하는디 언제나 고쳐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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