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동백꽃 > 소설·수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소설·수필

  • HOME
  • 창작의 향기
  • 소설·수필

☞ 舊. 소설/수필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해당작가에게 있습니다.무단인용이나 표절을 금합니다

(수필) 동백꽃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8건 조회 372회 작성일 22-03-04 16:25

본문

동백꽃 

        

  길지 않은 나그네 인생길에도 어려움은 찾아온다. 대개 건강 문제로, 혹은 돈 문제로, 어떤 때는 인간관계로 힘든 시기를 맞는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어서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별것 아닌듯하나 그 당시에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가슴을 칠만큼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날들이었다. 조합 주택을 한답시고 살던 집을 팔아서 돈을 냈는데 사기를 당하여 한 푼도 건지지 못하고 말았다. 밥을 먹어도 무슨 맛인지 모르겠고 길을 가다가도 내가 어디를 가는 거지 하며 한참을 생각에 잠기는 생활이 이어졌다. 웃음이 사라지고 한숨만 나왔다.

  이런 나를 보다 못한 친구 부부가 여행이나 같이하자고 한다. 아무곳도 가고 싶지 않았지만, 친구가 강요하여 끌려가다시피 떠났다. 거제와 통영을 한 바퀴 돌고 우리는 거제에 있는 지심 도에 가서 하룻밤 묵기로 하였다.

  섬에 도착하니 민박집 주인들이 짐을 운반할 작은 트랙터를 가지고 서서 호객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참하고 깔끔하게 보이는 아주머니 집으로 가기로 정하고 가지고 온 짐을 그분에게 맡기고 섬을 한 바퀴 돌았다. 거제도 오른편에 자리 잡은 조그마한 섬인데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마음 心 자를 닮았다고 지심도라 한단다. 남해의 다른 섬보다 동백나무의 수령이 오래된 나무와 묘목수가 월등히 많다고 하여 동백섬이라 부르기도 한단다. 사람이 많이 드나들지 않아서 원시림 같고 경상도에서 가장 걷기 좋은 길이라 하여 이곳을 택했다고 친구 부부는 말한다. 섬 전체의 70%가 동백나무라는데  이른 봄인데도 동백꽃이 많이 피어 있었다. 두 사람이 팔을 벌려야 안을 수 있는 큰 나무들이 많고 빨간 빛을 발하며 환하게 피어 있는 동백은 가슴가득 행복으로 물들게 해주었다.

  우리는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솔길을 따라 섬을 한 바퀴 돌았다. 동백 숲을 지나자 하늘로 쭉쭉 뻗어가는 대나무 숲이 나타나고 숲길이 끝나자 전망대가 나타난다. 바다를 내려다보니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말 그대로 한 폭의 수채화다. 두 시간여를 돌았는데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원시림의 풍광이 시원하고 공기도 상큼하여 세상의 걱정을 다 밀어내고도 남았다. 가슴을 옥죄던 답답함이 뻥 뚫렸다. 절벽 밑에는 낚시하는 사람들도 가끔 보였다. 우리도 내일 낚시를 해 보자며 저녁을 먹기 위해 민박집을 찾았다.

  아주머니는 저녁상을 차리고 있는데 산나물, 빈대떡에 막걸리도 한 병 놓여있었다. 손님은 우리밖에 없었으므로 아주머니와 금방 친해질 수가 있었고 혼자 있기에 같이 저녁을 먹자고 여러번 권하여 함께 식사하게 되었다. 막걸리가 한 잔씩 나누어지고 서로 통성명을 하고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아주머니는 통영 사람이 아닌 서울 토박이었다. 어떻게 이곳까지 왔냐고 진심어린 관심을 보이자 아주머니는 막걸리를 한잔 죽 들이키더니 긴 한숨과 함께 자신의 슬픈 사연을 밥상위에 펼쳐 놓는다.

  그녀는 서울에서 결혼을 하고 행복하게 몇 년을 살았으나 아기가 없었다. 자기만 사랑해 줄 것 같았던 남편은 아기가 없자 시어머니의 극성 때문에 이리 저리 끌려 다녔다.

  어이 없게도 다른 여자에게서 아기를 보게 되었고 그러더니 노골적으로 괄시를 하며 이혼을 강요하였다. 그녀는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어 주고 집을 나섰으나 친정엔 갈 수가 없고 친척이나 친구들에게도 찾아갈 수가 없어서 차라리 죽자고 마음먹었다. 이곳 저곳 여행을 하며어디에 가서 죽을까 하고 찾아다니다가 이곳까지 오게 되었단다. 사람도 없고 한적하여 이곳이 좋겠다 싶어 튼튼한 나무를 찾아 목을 매려는 순간 모퉁이에서 반짝거리는 빨갛고 환한 빛을 보았다고 한다.

  2월이 다 지나지 않은 추운 철인데 빨간 빛이 강렬하게 그녀의 시선을 끌어당기더니 이리 오라고 손짓을 하는 것 같았다. 강한 호기심에 이끌려 자기도 모르게 그녀는 목매려는 손을 풀고 그곳으로 향했다고 한다. 가까이 가서 보니 그것은 동백꽃이었고 딱 두 송이가 피어 있었는데 그 빛깔이 진분홍 같기도 하고 핏빛 같기도 한 것이 어찌나 고왔는지 가슴을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숨쉬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동백은 말하는 것 같았다고 한다. 이 세상에 죽을 만큼의 고통은 없으며 생은 나처럼 아름다운 것이다. 나도 이 추운 겨울을 이곳에서 버티었다가 꽃을 피웠는데 너는 왜 버티지 못하느냐고 동백은 강렬한 빛으로 질책하는 것 같았고 꽃 잎도 반짝반짝 빛을 내며 맞장구를 치고 있었다고 말한다.

  그녀는 엉엉 울음을 터트렸고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샘솟아서 벌떡 일어나 이장 집을 찾아갔단다. 사정 이야기를 다 했더니 참 잘 참았다고 우리에게 시신 처리하는 고생을 안 시켜서 고맙고, 살아 주어 고맙다 하면서 빈집을 보여 주며 이곳에서 살겠다면 집을 주겠다고 했단다. 집을 말끔히 청소하고 살다 보니 외롭고, 말동무도 필요하여 민박집을 차렸다 한다. 어쩌다 자기 같은 사람이 오면 멘토가 되어 주겠다고 하며 소설 같은 이야기를 줄줄 우리에게 들려주었다. 우리는 같이 울고 같이 웃으면서 나에게 당한 이 고통은 그녀에게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구나 하며 위로받고 따사하고 강한 힘을 얻을 수가 있었다. 

  다음날 낚시도구를 내주어 고기를 잡아 왔더니 매운탕을 맛있게 끓여 주어 먹고 돌아갈 채비를 하였다.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는다더니 우리는 정이 들어서 돌아서는 발걸음이 참으로 무거웠다.

  아직도 젊은데 외로워서 어쩌나, 좋은 분을 만나면 참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내년에야 어찌 또 오겠냐마는 수 년 내에 꼭 올 테니 씩씩하게 살라면서 손을 흔들고 또 흔들며 작별을 하였다.

  그러나 현실에 돌아온 우리는 재기하려는 몸부림에 그곳 일은 잊고 가끔 생각이 나도 여유가 없다 보니 여행 갈 엄두도 못 냈다. 끝내는 동백섬을 전설의 섬처럼 잊어버리고 살게 되었다.

  몇 십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동백섬은 가지 못했지만, 가끔 그녀에게 다시 가겠노라고 철석같이 약속한 것이 생각이 났고 생활이 안정되니 동백섬이 몹시 그리워지게 되었다.   남편도 동백섬에 한 번 더 가봐야 할 텐데 하며 입버릇처럼 말하더니 기회가 왔다.

  회사 동기들 부부 모임에서 여행을 간단다. 남편이 지심도랑 장사도가 어떠냐고 강력히 추천하여 이번에 다녀오게 되었다. 갑자기 그녀가 궁금해졌다. 아직도 그곳에 있는지, 어떻게 변했는지...

  지심도라고 불리는 동백섬은 많이 변해 있었다. 십일만 평의 작은 섬에 인구가 삼 십여명뿐이라 한적했지만 여행객들이 많아 지면서 지역주민들이 돈맛을 알기 시작했나보다.

  집집이 슈퍼란 간판이나 구멍가게를 차려 놓고 막걸리를 팔며 음악도 크게 틀어 놓고 호객을 하고 있었다. 인심도 야박해져서 예전엔 집도 그냥 남에게 주더니만 지금은 화장실 좀 사용하자고 말해도 없다며 거절을 한다. 남편과 나는 섬에 오르자마자 일행과 떨어져 전에 갔던 민박집으로 뛰어갔다.

  이 십여년만인데 얼굴을 기억할까 어떻게 변했을까 하고 기대를 가지고 찾아갔다. 그렇지만 예전의 그 집은 없어지고 개조하여 현대화된 민박집이 들어 서 있고 사람을 찾아보았으나 어디 갔는지 아무도 없었다. 집 앞의 큰 동백나무는 한 가득 핏빛으로 피어 있었다. 마치 마중이라도 나온 듯, 그녀의 웃는 모습이 연상되었다. 우리는 그 섬에 한 시간 사십 분밖에 머물 수 없었으므로 누구에게 물어보거나 찾아볼 시간이 없었다. 허둥지둥 일행에게 돌아오면서 무척 후회하였다.

  진작에 한번 찾아올 것을, 우리가 어려울 때 위로를 주고 용기를 주었던 분인데 참 무심했구나 하고 가슴을 쳤다.

   어디에서 살고 있는지, 좋은 분 만나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 지금도 힘든 사람들을 만나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다시 재기할 용기를 주고 있는지 궁금한 마음 가득 안고 돌아왔다.

  굵은 나무에 총총이 피어있는 동백꽃들은 섬이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타는 듯 붉은 빛으로  배웅하고 있었다. 그녀가 어디엔가에 서서  미소를 보내는 것 같다.

추천2

댓글목록

함동진님의 댓글

profile_image 함동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동백꽃]  /  함동진

아릿다운 아가씨로부터
마음의 문을 여는 처음 순간의
사랑의 불꽃을 본다.

얼굴을 붉히다 못해 붉은 불꽃으로 태우는
순정의 불꽃.........

화끈거림으로 다가오는
애정의 열전도(熱傳導)

받아드릴 내 심화로(心火爐)는
잉걸의 두께로 뜨겁다.

<img src=https://t1.daumcdn.net/cfile/blog/2604FE3F58643EE914>
동백꽃 IMG_5114[1] 창평고풍경  -정문규 선생님(시인)이 촬영해 보내준 꽃.

정기모님의 댓글

profile_image 정기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려울 때 따뜻한 인연을 만난 것도 복이지요
마음 따스한 그 분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가슴 한 곳에 늘 자리 잡고 있겠지요
누구에게 힘이 된다는 건 용기 같아요
언제나 마음 따뜻한 초록별님 감사해요.  ^^

초록별ys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기모 시인님~~
따스한 마음씨로 댓글 주셔서 감사해요~~
좋은 인연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지요~~
기모님의 따사함을 따라갈 사람 있을까요^^

저별님의 댓글

profile_image 저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름다운 글 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저도 어려운 시기에 좋은 분 만나
그 분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경제적으로
별 어려움 없이 잘 지내고 있는데
그 분은 안타깝게도 35년 전에 당료로 돌아가셨습니다
지금도 그 분의 생각을 자주하고 있지요
착하고 남을 도와주는 사람은 오래 살수 있도록
창조주가 배려하여 주시면 좋을텐데요
감사합니다

초록별ys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별님
고운 마음 놓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생길에 만난 사람 중에는 아름다운 추억을 주는 분이 있는가 하면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지요~~
저별님도 고운 분의 모습을 그리며 사시는군요.
정말이지 착한 분이 천국엔 먼저 가는 거 같아요^^

♡들향기님의 댓글

profile_image ♡들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렵고 힘들 때 따뜻한 말 한마디가
많은 위로와 용기와 원동력이 되겠지요
동백꽃의 아야기가 지난날의 추억이 되었네요
하룻밤에 따뜻한 마음과 정을 주고받은 귀한 여정이었겠습니다
누군가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다는 것은 아름답고 귀한 일입니다
지난날의 귀한 인연으로 추억으로 남아겠습니다

초록별ys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들향기님
다녀 가셨네요~~
우리 주위에 있는 분들에게
사랑을 베풀고 좋은 영향력을 끼치며 살면
복 된 인생이라 하겠지요.
저는 주는 것 보다 받는 게 많아 괴롭답니다.ㅠㅠ

Total 1,664건 1 페이지
소설·수필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664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 1 04-21
1663 p피플맨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 0 04-19
166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 1 04-17
1661 리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 0 04-14
1660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 1 04-13
1659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 1 04-09
1658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 1 04-08
1657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 1 04-04
1656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 2 04-03
1655 p피플맨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 0 04-01
1654 p피플맨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 0 03-26
1653 음악거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 0 03-21
165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 2 03-17
1651 음악거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 0 03-16
1650 음악거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 0 03-16
1649 세잎송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 0 03-16
1648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 0 03-16
1647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 2 03-07
1646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 2 03-05
1645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 1 03-03
1644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 1 03-02
1643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 2 03-01
164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 1 02-26
1641 안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 1 02-21
1640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 1 02-21
1639 시인삼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 0 02-11
1638 김상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 0 02-02
1637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 2 01-30
1636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3 3 01-23
1635
마당 댓글+ 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 3 01-21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