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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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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6회 작성일 22-03-1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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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꽃 



   

 밤새 내리던 봄비가 처마 끝에 매달려 아롱거리고 이 봄비 오르면 파릇한 산야에는 두견새  울어울어 두견화 불길처럼 피어 오를 것이다. 나는 두견화보다 참꽃으로 불리는 것이 좋다. 진달래 두견화도 은근하지만 나는 왠지 시골 소녀 같은 참꽃의 이미지가 마음에 든다. 진종일 입이 싯벌겋토록 참꽃을 따먹고 허기진 배를 채웠던 유년의 기억에 빙그레 미소가 감도는 촉촉한 아침이다. 참꽃이 피면 나는 젊은 날의 그리움 하나 첫사랑의 풋풋한 추억이 있어 슬며시 옷깃을 여민다. 

 그해 봄날의 하숙집 뜨락에도 참꽃이 송이송이 피어올랐다. 이제 갓 고등학생이 된 하숙집 딸 향이도 하얀 교복을 입고 두 갈래 댕기머리를 땋느라 아침마다 하숙집 아주머니와 실랑이를 벌였다. 참꽃을 닮은향이는 늘 방실방실 웃어서 해맑았다. 입실한 하숙생들 사이에서 단연코 향이는 화사한 한송이의 사랑의 참꽃이었다. 1호실에서 5호실까지 입실한 대학 초년생들의 눈빛도 새로운 호기심으로 봄 햇살에 반짝이던 청춘의 시절이였다. 시골에서 갓 올라온 촌뜨기 새내기인 나는 4호실이라 좀처럼 계약이 안 되던 방을 가까스로 입실을 했고 젊은 날의 두려움의 짐을 객지의 낯선 곳에여장을 풀었다. 

 식사 시간이 되면 40의 청상인 주인 아주머니가 각 호실을 불러 대며 채근을 하시는데 나의 이름은 간데

없고 "4호실~ 밥 먹어! 4호실 빨리 나와! " 였다. 처음엔 어리둥절 하여 서로의 얼굴을 보며 겸연쩍어 했으

나 각 방의 학생들은 졸지에 상실 된 이름에 금방 적응이 되었고 1호실 2호실로 불리어도 당연지사로 네 네 하며 서로의 일상의 호칭도 1호실 2호실 이었다. 

 복이 오모조목 얼굴에 붙어 인상이 좋아 참 남편 사랑을 많이도 받고 살으셨겠다 하고 나이에 설맞은 생각도 했지만 인생사 길이 정해져 있는지 슬하에 외동딸 향이가 젖을 떼자마자 남편은 저 세상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젖먹이를 데리고 모질고 힘든 세월을 거침 없이 살아왔고 그리하여 방 다섯에 손바닥만한 뜨락이라도 있는 지금의 하숙집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어느 이른 봄이었던가. 아직 밖에는 겨울의 찬바람이 거리를 굴러 다녔고 가디건이 약간은 추위에 겨운

봄날이었다. 오후 수업을 마친 후 친구들과 가벼운 술 한 잔을 하고 하숙집으로 귀가했는데 인기척을 듣고

안방에서 아주머니가 4호실이야! 하고 부르셨다. 시간이 흘러 1년이란 세월이 흘렀으니 향이나 아주머니

나 다 어머니 같고 남매 같은 분위기였다. 따듯한 아랫목에서 이불에 두 다리를 쭉 뻗고 작은 소반에 계피

향 나는 차 한 잔을 모녀가 마주하고 있었다. " 에구~학생이 하라는 공부는 어디 가고 맨날 술이네!" 하며 지청구를 놓는다. 그러면 나는 예의 붉어진 얼굴로 빙글빙글 웃으면서 짐짓 이불속으로 추운 발을 밀어 넣으며  ''술 깨는데 꿀차가 최고라데예~" 하고 구렁이 담 넘어 간다. 

 ​ 사실은 향이가 고2로 진급을 했고 1년후에 대학도 가야하니 전과목으로다가 시간나는대로 좀 다독거려 

달라는 말씀이었다. 1년 동안 유독 사랑을 많이 받았던 터라 또한 식단에 생선 한 토막이라도 더 올라온 

사실을 알고 항상 겸손한 마음을 채찍으로 다스리던 터라 뭐라 변명의 여지도 없었고 거부할 명분도 찾기 힘들었다.그리하여 순전히 자의로 긴 여정을 시작했는데 한 달포나 지났을까 ,아니 향이 고것이 공부만 시작하면 오빠의 장래 희망은 뭐냐, 트로트가 좋으냐, 포크송이 좋으냐, 좋아하는 여성상은 어떤 스타일이냐, 영화배우중에는 어떤 여배우를 좋아 하느냐, 닥터 지바고를 보았냐는등 하등 공부와 관계 없는 질문을 수시로 해대는 바람에 서로가 신경질적으로 싸우는 일이 잦았다. 비록 나이 차이가 서너살 남짓 난다고 하지만 이른바 지엄한 선생님과 학생의 처지이고 오빠와 동생의 엄연한 관계이니 그래도 선생이 근본을 잃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자못 엄숙을 유지함에 최선을 다했다.

 하루는 아주머니와 향이 그리고 나 셋이서 안방에서 식사를 하고 벽에 기대어 티브이를 보고 있는데 덮고 있는 이불 속에서 향이 고것이 발구락으로 선생님의 장단지를 쿡쿡 찌르거나 간지르면서 히죽히죽 웃는것이 아닌가.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아주머니마져 의미있는 엷은 미소로 빙긋이 미소띄고 있는 모습에 순간 아연이 실색하고 뭐가 뭔지 구분이 애매한 가운데 내가 뭘 잘못 보았나 하고 눈을 끔뻑거리다 정신이 회귀했을 때 아! 저간의 호의가 그냥 호의가 아니었고 년초에 각방과 달리 하숙비 동결의 하해같은 굽어 살핌도 다 연유가 있었구나하는 생각에 이르자 식은 땀에 말문이 막혀 버렸다. 

" 향이하고 4호실하고는 세살 차이지? 4호실은 겸손하고 가정적일 것 같애! 우리 향이 잘 보살펴 줘요,,"

옛말에 데릴사위라는 말은 바람에 들어 본 것 같기도 하고 먼 먼 남의 얘기로만 들었지 내 앞에 쿵하고 큰 호박이 발치에 떨어질 줄은 아부지도 몰랐고 나도 몰랐다. 순수함이 눈치 없음이라는 것도 그때 알았다. 향이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품고 있었는지는 몰라도 나는 동생 이상도 이하도 아닌 오로지 남매지정의 사랑 밖에는 언감생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실타래가 얽혀서 갈래를 찾을 수가 없었다. 내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다.

 사제지간에 졸지에 연인으로 정립되기에는 그 마음의 벽을 허물 수 있는 동기가 필요했다. 그러나 시골에서 올라 온 어진 미생은 사랑의 동기를 찾을 용기와 그 방법을 몰랐다. 나의 지혜가 언덕 너머에 있는 사랑에 닿지 못했다. 유교적 환경에서 자라 온 나의 지혜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것이 나의 한계였다.

 두 여인에게 미안하고 고마웠다. 지속되는 호사에 방향 감각을 상실한 채 허공에 영혼은 둥둥 떠서 세월은 흘러가고 향이가 동생이라는 확정된 나의 천륜 의식이 결국 남매지정의 사랑으로 귀결되고 사선을 넘어서는 부부지정의 사랑으로 발돋음 하지는 못했다. 그 후로도 긴 세월을 살아 가면서 향이와 나는 오빠 동생으로 남았고 어머니와 아들처럼 지냈다. 

 해마다 봄이 오면 참꽃 같은 향이를 생각한다. 뜨락에 화사한 웃음으로 서 있는 두 여인. 한 사람은 하늘

에 있고 한 사람은 나와 같이 백발의 해거름에 서 있다. 참꽃 이파리에 봄비가 맺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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