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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기도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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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247회 작성일 22-04-1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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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친구) 

 

  하루하루를 세보면 처한 상황에 따라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한데, 세월이 흘러 뒤돌아보면 모두 한순간 같다. ‘인생 뭐 있어?’ 하며 세상일에 즐기다가 가을 가고 겨울이 오면 생의 끝에서 만나게 될 한 분이 생각나 옷을 단정히 하고 고개 숙여 깊이 기도하게 된다. 살아온 날들보다 짧은 날들이 남았는데  내 생각에 옳은 대로 행하고 그분의 뜻을 헤아리지 못한 것 회개하고 이제부터라도 허송세월 안 하고 보람있게 살겠다고 다짐을 하는 기도를 한다.

  그다음 친구들을 위해서 중보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멀리 가 있는 친구는 꼭 생각이 나서 긴 시간을 할애한다

미국에 가 있는 그녀를 만난 것은 사십오 년 전이다. 남편 직장을 따라 부안으로 가서 삼 년을 살다가 본사가 있는 안양으로 오게 되었다안양도 처음이라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객지였다. 그런 나에게 그녀는 친정 식구처럼 다가왔다. 같은 아파트에 살게 된 직장 동료 부인이었는데 우리 집으로 인사차 온 것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신앙생활은 하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했더니 그럼 자기가 다니는 교회에 와서 말씀을 들어 보라고 한다. 아는 사람도 없는 차에 잘 되었다 싶어 주일에 같이 가게 되었고 말씀도 좋아서 그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그녀는 열심히 하나님을 섬기고 집에서는 피아노 레슨도 하면서 바쁘게 살았는데 같은 교회 교인에, 같은 직장 동료 가정이라 그런지 시간이 날 때마다 와서 기도해주며 우리 아이들을 예뻐해 주어 금방 친하게 되었다.

  내가 관절염으로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 있을 때는 그녀가 거의 매일 달려와서 반찬도 해 주고 아이들도 챙겨 주었다. 그 와중에 이사를 하게 되었는데 그때도 달려와서 자기 집 이사를 하듯 도와주었다.

  그녀와의 친분도 깊어지고 정이 들만하니 다시 전주로 발령을 받았다. 진급한 기쁨도 잠시고 생전 가보지 않던 지방이라 낯설어 전주에 정을 못 주고 매일 안양으로 다시 가고픈 마음뿐이었다.

  그녀가 자주 전화를 해 주었는데 그것이 하나의 낙으로 여기며 살 정도였다. 이 년이 지나자 작정 기도를 하자고 그녀에게 제안했다. 매일 12시를 정해서 본사가 있는 안양으로 다시 가게 해달라고 기도 부탁하면서 그 시간에 전화를 두 번 때르릉 울리겠다고 했다. 그렇게 기도를 시작했다. 혹 내가 깜박하면 그녀가  전화벨을 울려 주기도 했다.

  다른 친구도 합세해서 우리 셋은 나의 문제로 기도를 시작했지만,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세 가족의 개인적인 문제와 교회와 나라를 위해서도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삼년 되던 해에 우리는 다시 안양으로 오게 되었지만, 우리들의 기도는 계속되었다. 새로운 공동기도 제목은 그녀의 아기였다. 나는 아기가 둘이었는데 나보다 오 년 아래인 그녀는 아직 아기가 없었다. 그것으로 인해 믿지 않는 시어머니의 박해는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조여왔다. 심지어 아들에게 다른 여자에게서 아기를 낳으라고 종용할 정도였다.

  우리는 열심히 기도했다. 그 집에 놀러 갈 때는 문 열기 전에 현관 문고리를 잡고 기도한 후에 문을 열 정도였다꾸준히 기도하던 중 감사하게 그녀에게 아기가 생기게 되었고 기뻐할 즈음 이번엔 그녀 가족이 포항으로 전근이 되어  이사를 했다.

  그래도 우리 친분은 계속되었고 전화는 물론 포항까지 가서 아기를 안아보며 우정을 쌓아갔다. 몇 년 후 다시 안양으로 발령받고 이사 와서 아기가 크는 모습을 옆에서 보며 오손도손 살았다.

  세월이 흘러 그녀 남편이 정년 퇴직하더니 딸아이 교육을 위해 미국으로 가겠다고 한다. 동생이 살고 있으니 외롭지 않을 거라면서, 다시 올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며 떠났다.

  미국은 한국보다 집값이 싸서 아파트 32평을 팔고 가서 산 집이 단독 이층 집인데 지하도 있고 차고도 멋지다고 사진을 보내 주었는데 크리스마스 카드에서 보는 집처럼 멋졌다. 공기도 좋고 경치도 좋아 살기 좋은데 한 가지 친구가 없어 외롭다고 한다. 집이 크니 우리 가족을 데려다가 같이 살면 좋겠다며 안타까워한다. 말이 미국이지 카톡에, 무료 화상 전화에 우리는 이웃에 사는 친구처럼 자주 전화를 하고 기도 제목이 있으면 나누고 함께 기도하고는 했다.

  몇 년에 한 번 한국으로 다니러 오면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다니면서 변치 않는 우정을 과시했다차비만 해서 미국으로 오면 몇 달이고 먹여주고 구경시켜 주겠다며 꼭 한번 오라고 하는 말에 혹해서 모든 카드는 다 마일리지가 쌓이는 것으로 만들어서 사용했다.

  이제는 가지려나 마일리지를 확인하고 주머니를 계산하며 미국에 가보려고 애썼으나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꿈꾸는 동안 십오 년이란 세월이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갔다. 언제 이리 흘렀나 깜짝 놀라며 지나간 세월을 손으로 꼽고 있는데 그녀가 한국에 다니러 왔다.

  아이도 잘 키워 캐나다로 시집을 보냈고 믿고 갔던 동생이 병을 앓다가 세상을 떠나 미국에 더 살 이유가 없어졌다고 이제는 고국으로 돌아와 살고 싶다고 한다.

  코로나가 창궐한 후 가만히 보니 미국이 자국민만 챙기고 외국인은 차등을 주고 있고 병원 한번 가기도 너무 비싸서 무섭다고 한다. 몇 년을 살아도 영어는 낯설고 이웃과도 소통이 안 되어 한인 교회를 가야 한국 사람을 만날 수 있으니 외롭기가 낙동강 오리 알처럼 쓸쓸하여 더는 살고 싶지가 않다고 한다.

  몸이 아프니 남편이 지레 겁을 내어 등을 밀다시피 하여 한국으로 보내더란다. 혼자 와서 이 주간 자가 격리를 하고 보니 다시 또 미국에 갔다 오기가 겁나서 남편 혼자 이삿짐을 싸라고 해야 하나 머리를 싸매고 고민을 한다.

  결론은 한국 사람은 한국에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몇 달 여행은 좋지만, 이민은 많은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향수병에 몸이 더 약하여졌나 하고 돌아오려고 결심을 하였다고 한다. 공기는 비행장에 내릴 때 벌써 다르다고 한다. 고국의 냄새 이리라

 

  그녀는 지금 미국에 가서 집을 팔고 한국에 올 준비를 하고 있는데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드디어 오월 말쯤 고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미국 가서 몇 달간 살아 보자던 내 꿈은 부서졌지만, 친구네가 다시 한국에 온다니 내 노년이 외롭지 않을 것 같은 생각에 가슴이 벅차다. 그녀가 한국에 오면 두 부부가 우리나라 금수강산을 두루 다니며 대한민국이 최고라며 애국심을 풍풍 품어 내리라. 이곳에 천국을 이루고 그녀와 손잡고 찬양을 하리라.

  우리 인연은 이번 생에 기도 친구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천국까지도 이어지리라고 믿으며 기뻐하고 있다.

 

추천1

댓글목록

데카르트님의 댓글

profile_image 데카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인연..좋은 친구..좋은 향수 멋진 동행 입니다
길게 이어 젔는 동행에 박수 드립니다 항상 건강 함께 하십시요

초록별ys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조금전에 올렸는데
벌써 댓글을 주시니 감동입니다.ㅎ

오리를 가자고 하면 십리를 동행해 주는 친구랍니다.

정기모님의 댓글

profile_image 정기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렇게 기다림이 길어도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친구가 있다 는 건 큰 재산이지요
기다림 끝에 만남으로 이어질 친구 분과 만나시면
그간의 회포 풀어내시고
행복한 시간 같이 하시며
좋은 추억 많이 쌓아가시길 바래 봅니다. ^^

초록별ys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기모시인님 다녀가셨네요~~
친한 친구는 오랫만에 만나도
시간이 단축된 듯 할 말이 많답니다
그래도 ...
물향기 수목원에 같이 가는 친구가 더 반가워요^^

안박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안박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초록별ys(숙영)* 作家님!!!
"소설`수필房"에는,예前에 들어와서 "댓글"도..
  오랫晩에 들어왔더니,"들향기"任의 "수필作品"이..
"숙영"任과 함께했던,"광교"에서의 寫眞撮影이 生覺나..
"초록별ys"作家님! "물향기`樹木園"이,그리워 지시는군`如..
"詩마을"에서는,늘상 좋은`親舊이지요!"숙영"任!늘,安寧해요!^*^

초록별ys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박사님
이곳도 다녀 가셨군요
정말 귀한 일을 하고 계시네요
댓글을 이곳 저곳 쓰시는 게 어디 그리 쉽겠나요?
감사드립니다.
물향기 수목원 언제 갈때 연락드려 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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