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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순간 모든 것을 잃어버린 적이 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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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사이프레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11회 작성일 22-04-11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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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업자인 우리 부부는 급여에서 매달 미국 소셜 시큐리티 비를 내고 있지만, 은퇴 이후 정상적으로 소셜 연금을 받는다고 하여도 물가 상승률에 비하면 받을 액수가 얼마 되지를 않아 생활이 어렵다고 몇몇 은퇴자들이 귀띔을 해주었다. 직장을 다닌 사람들은 401(K)에 들어 은퇴자금을 매달 적립해 나가지만 개인 사업자들인 우리는 조금 더 안정되고 편안한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서 매년 개별적으로 IRA(Individual Retirement Account, 개인 은퇴 계좌)에 돈을 적립해 나가지 않으면 노후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도 그렇게 하고 있고 일상생활 중에 만약 무슨 재난 재해 또는 갑작스러운 실직 사태를 대비해서 가정 비축 프로그램을 실행하면서 식생활에 기본 필수품인 곡류, 마른반찬류, 식수 등과 위생용품인 화장지, 키친타월, 냅킨 등을 3개월분 정도 비축을 해나가면서 생활을 영위해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매일 사용하고 있는 업무용 컴퓨터에 대해서는 나름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외장 하드에 누적된 데이터들을 백업해가면서 사용하고 있었다. 이것이면 충분하다고 생각을 했고 별다른 큰 문제 없이 여태껏 몇 해를 잘 지내왔다. 하루는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더니 재택근무를 우리 집에서 하고 있는 아들이 프린터가 와이파이와 연결이 되지 않는다고 내 책상에 와서 그 원인을 찾아 연결을 해 보려고 시도를 하다가 포기를 하고 자기 방으로 되돌아갔다. 나도 한번 시도를 해보았으나 내 컴퓨터는 USB로 직접 연결되어 있어 프린터 작동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와이파이가 끊겨 있었는지 그동안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알고 있는 기초지식을 동원해 시도해 보겠다고 인터넷 선을 프린터에 연결하고 USB를 연결해 프린터 닥터 프로그램을 가동해도 와이파이가 쉽게 연결이 되지를 않았다. 그래서 USB를 뽑아 다른 포트에 꽂는 순간 데스크톱이 갑작스럽게 꺼지더니 시스템 에러로 화면을 장식했다. 컴퓨터 스위치를 껐다 켜기를 몇 번 반복해도 같은 상태였다. 앞이 캄캄해지고 등골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저녁 시간대라 누구에게 자문을 구할 수도 없었다. 이 상태라면 윈도를 다시 깔아야 하는데 그러면 모든 데이터를 잃게 될 것이고 고객들에게 당장 견적서도 만들어 보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복구가 되기나 할까 한참 동안 횡설수설 쩔쩔매었다. 마치 머리가 백지상태로 되는 기분이었다. 악몽을 꾸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빨리 그 꿈에서 벗어나길 바랬다. 그런데 꿈이 아닌 현실이었고 현실은 가혹하리 만큼 냉혹했다.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동원해서 복구를 시도해 보았으나 허사였다.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윈도를 다시 설치하는 수밖에 별도리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지난번에 이런 사태가 오리라 대비를 해서 USB로 윈도 10 설치 프로그램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그것을 이용해서 윈도 10을 다시 깔았다. 윈도가 설치되고 있는 동안 참혹한 생각들, 조금이라도 희망적인 생각들, 어쩔 도리가 있어 하는 중도적 생각들 등 수많은 생각들이 오고 갔다. 드디어 정상적으로 컴퓨터가 작동이 되었고 새로 얼굴을 내민 데스크톱 윈도 화면이 아기 분만실에서 낯선 갓난아이를 만난 기분이 들었다. 이 깡통 컴퓨터에 무엇부터 설치를 해야 하고 어떻게 진입을 해서 컴퓨터와 옛날처럼 자유로운 대화를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조금 마음을 진정시키고 하나하나 소프트웨어를 찾아 설치를 해서 간신히 워드, 엑셀을 가동했다. 그동안 컴퓨터에 유용한 프로그램이라면서 설치를 해두었던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 PC 청소 프로그램, 시스템 케어 프로그램, 압축 풀기 프로그램, 각종 변환 및 다운로드 프로그램 등이 이제 하나도 없다. 겨우 워드 정도 할 수 있는 걸음마 단계에 지나지 않았다. 노력을 좀 들여 인터넷상에서 일단 공자로 쉽게 얻어 쓸 수 있는 몇 가지 기본 소프웨어를 설치를 하고 나니 마음이 조금 진정이 되었다.

그제야 그동안에 컴퓨터에 저장되어 온 모든 데이터들이 포맷이 되어 사라졌다는 사실도 확인을 하게 되었다. 먼 미래를 위해 나름대로 개인 은퇴연금을 준비하고 재난 재해를 대비해 생활 비축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었지만 바로 코앞에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대비하지 못했던 것이 씁쓸하게 느껴졌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이 새삼 의미가 와닿았고 ‘자나 깨나 불조심’이란 어릴 적 많이 보았던 벽 포스터가 눈에 선하게 비쳤다. 

이제 그 이후 바로 데이터들이 자동 연동이 되어 클라우드에 저장이 되도록 조치를 취했다. 그동안 ‘나만은 괜찮겠지’ 그리고 조심해서 컴퓨터를 사용한다면 몇 년은 거뜬하게 별 무리 없이 속 썩이지 않고 사용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던 것이 정말 부질없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다. 나무에 열매가 열 때 어느 열매가 먼저 떨어질 것인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것처럼 어느 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그 아무도 예단할 수도 없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는 것을 이일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한 페이지, 한 줄의 문서를 작성 중이라도 이제는 자주 저장을 해나가면서 글을 쓴다. 조그마한 손놀림을 한 번 더 해주는 것, 이것이 최선의 방비 전략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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