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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래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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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49회 작성일 23-04-07 05:25

본문

​처래골 




정오가 되면 습관적으로 주섬주섬 옷가지를 걸쳐 입고 처래골로 오른다. 하루 일과이기도 하지만 큰 수술후라 그져 병원 가듯이 처래골을 오른다.

 

처래골은 나 어릴 때 수 많은 추억이 서린 곳이다. 봄부터 여름까지는 소를 몰고 처래골로 간다.갈대나 칡넝쿨등 산풀이 우거질대로 우거져 소들이 한 번 오르면 내려올줄을 모른다.해가 기울어지고 나무 회초리로 소등을 내리치고서야 소들이 마지못해 움직인다.

가을에는 그 작은 골짜기에 단풍이 가득하다.여기 저기 절터에는 이끼낀 천년의 바위들이 즐비하고 유독 참수리 나무가 많아 다람쥐도 많다.산골을 타고 흐르는 도랑에는 작은 돌 하나하나에도 알이 꽉찬 가재가 움크리고 있고 물이 하도 맑아 땀이라도 훔치면 냇물에 입을대고 주욱 들이키면 속까지 시원하다.그야말로 청정수다. 산 밑으로 두어 뼘 내려가면 약물내기가 있어 이른 새벽에 할머니가 양초랑 알사탕이랑 맵쌀 한 줌을 싸가지고 소원을 빌러가셨다. 눈 비비며 가기 싫어 가기 싫어하는 손자를 억지로 끌고 가셨다.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지만 처래골에 오를 때마다 60여년이나 지난 기억을 더듬으며 서먹히 웃음짓는다.

겨울이 들자마자 동네 아이들과 칡을 캐러 처래골을 오른다. 실한 가지 하나를 낫으로 추스리고 겨우내 꽁꽁 언땅을 오전내내 곡괭이로 파낸다. 교대로 입에 단내가 나도록 굶주린 짐승처럼 입김을 토해 내고서야 아이들 종아리만한 칡뿌리가 밑둥을 들어낸다. 톱으로 썰겅썰겅 썰어내어 진액이 뚝뚝 떨어지는 칡을 한 입씩 씹어대는 아이들의 누런 잇빨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칡 몇 뿌리를 등에 메고 산길을 내려 오다 문디바위 밑 양지녘에 앉아 성냥불 피워 놓고 톱으로 썬 칡조각을 구워 먹던 추억도 생생하다.


나날이 처래골을 오르면 옛 동무들이 그리워지고 혼자 시큰하여 바위에 앉아 울기도 한다.앞서거니 뒷서거니 떠난 성질 급한 동무들이 아쉬워서 그렇다.

철 없던 유년의 놀이터가 고희를 넘은 노인의 치유의 산행길이 될 줄 누가 알았으랴.

이름대로 다시 돌아 오는 곳 處來골. 그 아이가 다시 돌아왔다.


오늘도 잘 죽으려고 죽어라고 처래골을 오른다. 동무들을 만나러,,,


추천2

댓글목록

안박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박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계`보`몽* 詩人니-ㅁ!!!
"영상시`房"에서 가끔뵙고,"소설`수필房"에서..
"계보몽"詩人님은,"은영숙"詩人님과의 因連으로..
  詩人님의 글`읽으며,어린時節의 追憶에 젖어듭니다如..
"계보몽"詩人님!故鄕의 "處來汨"에서,"健康+幸福"하세要!^*^
(P`S: 情든 故鄕에 사시니,幸福하시겠습니다!늘,健`康하세如..)

계보몽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늘 열정적인 댓글 활동을 보고 참 대단하시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졸글에 방문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50여년의 大處생활을 접고 귀향한지 1년 남짓 됐나 봅니다
좀 더 건강하게 살다 죽으려고 열심히 오릅니다. 처래골로.
거기 유년의 호흡들이 많이 남아 있거든요 ㅎ

방문 감사드립니다! 안박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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