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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移葬)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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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84회 작성일 23-04-1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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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移葬)의 계절 




덕동댐의 새벽 물안개가 꿈처럼 하얗게 피어오르는 산기슭에 파묘(破墓)를 위하여 나는 산소 앞에 섰다. 먼저 조부(祖父)님께 막걸리 석잔을 올리고 (배위(配位)가 두 분 이시라) 경건히 엎드려 개장(開場)을 고(告)한다. 반백 년 세월을 영면하신 이 산자락에서 떠나시는 영혼은 편안해 하실지 또 새 이장자리를 흡족해 하실지가 후손은 궁금하기도 하다. 이어서 선고(先考)의 산소 앞에서도 파묘의 예를 올렸다.말하자면 부자(父子)께서 오늘 같이 이장을 하는 것이다. 내 살아 생전에 마지막 과업이니 분위기는 사뭇 엄숙했다.

사마귀 같은 포클레인이 풀숲을 밀고 들어오더니 업자가 파묘! 파묘! 하며 봉분 위를 돌고

연이어 사마귀의 발톱이 거칠고 무엄하게 무덤을 헤치고 긁어내기 시작했다. 잠시 후 붉은 만장이 톱니에 걸려 올라오고 검게탄 관뚜껑이 쩍하고 열렸다. 세월에 육탈(肉脫)이 되어 유골만 가지런하고 칠성판백지 위에 섬섬옥수 놓이는 조상의 유해를 보며 사람의 생이 참 어이없고 무상하다는 생각에 슬픔도 애틋함도 흐릿한 물안개 되어 허공에 흩어진다.우리네 고되고 무거웠던 삶이 고작 저 하얀 뼈조각 몇 개 남기려고 아등바등 살아가는 것인가? 치열한 삶의 뒤에는 고요와 평화만 있을 뿐 거기에는 아무 시비도 없었다.

사마귀는 아버지의 산소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상석을 제끼고 한참을 파내려 가니 회색의 석관(石管)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석관이 열리고, 아! 이게 무슨 일인고! 어찌 이 지경이란 말이냐! 관속에 물이 스며들어 퇴적한 모래들이 쌓여 있고 묻혀있는 유해를 보며 그 자리에서 그만 무릎을 꿇고 말았다. 죄송합니다 아버님! 저절로 탄식이 흘러 나오고 정신이 무너지고 하늘도 무너져 내렸다. 그렇지 않아도 매사가 헝클어지고 집안에 우환이 이어지더니,돌아가신지 이십 사 오 년밖에 안 된 산소에 이리도 매정하게 무관심할 수 있었는가! 장자로서 마음과 육신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다. 수많은 시간들을 이렇게 차갑고 처절한 석관속에서 보내셨을 세월을 생각하면 죽어서도 차마 뵈올 수 있을지,속절 없이 무너졌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느닷없이 결정한 이번 이장 결심이 천만번 다행이라고 위로하며 유골을 쓸어 안고 닦았다. 햇살이 점점 달아 오르고 있었다.

칠성판에 고이 누이신 유해는 정말 흡족한 미소가 피어 오르는 듯, 산사람의 얼굴에도 넌짓이 미소가 피어 올랐다. 잔듸를 차곡차곡 쌓아 층층이 다져가며 봉분을 올린 새로이 이사 온 산소는 토질이 부드러워 뽀얀 살결 같고 언덕위의 하얀집처럼 봉긋이 쏫아 오른 작은 언덕에 위치했다. 숲속의 언덕이라 수맥도 걱정이 없었고 주변의 향기로운 수목이 우거져 사시사철 무덤이 외롭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마져 푸근했다. 심은 잔듸를 발로 구석구석 정성껏 밟으며 선조님들의 은덕을 다지고 푸른 하늘에는 향념이 나비처럼 날아 다녔다.


참 마음 편한 하루였다.

추천2

댓글목록

안박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박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계 보 몽* 詩人니-ㅁ!!!
"계보몽"詩人님의 破墓日記보며,깊은 感動을 느꼈습니다`如..
"長男"으로서 "生前의 마지막 果業"을,受行하시는 決然한 意志가..
"安珦"(향교`創始者&家門의 4代先祖)님의,28代孫으로서 果業이 있고..
 10餘年間을 種親會의 會長을 歷任하며,先山의 國立墓地化를 꿈꿔왔눈데..
  今年의 閏年`閏月에,4代先祖(小`先靈)부터 夫母先靈까지 破墓하려 하였으나..
  事情이 如意치않아,不得이 다음期會로 미루고.. 本人의 삶이,얼마나 버텨`줄런지..
"계보몽"詩人님!破墓日記`보고,感動을 느끼며 心嚮을..詩人님!늘상,康`健하시옵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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