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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Grand Bl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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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소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0회 작성일 23-07-0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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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Grand Bleu

잠수부 자크메욜(그의 직업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영화에선 그가 잠수를 자주 하기에 이렇게 부른다.)의 친구 엔조 모리나리는 그를 프랑스 꼬맹이라 부른다. 분명 푸르기보다 검을 400피트 바닷속을 맨몸으로 내려가는 그에게, 아래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애인이 묻자 "다시 올라와야 할 이유를 찾지."라고 대답하는 자크메욜의 얼굴은 타오르미나의 바다로 깊이 물들었다.

엔조 모리나리에게 20년 만에 봐도 자크메욜은 여전히 프랑스 꼬맹이였고, 그의 아버지가 잠수사고로 떠난 시간에 그가 멈춰 있듯, 여행 막바지 타오르미나 바다를 바라보던 나도 과거 어느 시간 한가운데 멈춰 있음을 알게 됐다.

힘들지만 거짓말로라도 나는 지난 열흘 휴가를 좀 정리하려 한다. 이탈리아의 덥고 건조한 날씨로 인한 육체와 정신의 고통은 지친 가면적 자신을 벗겨내 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없었다. 휴가 중 어그러진 이 경험은 유감이지만, 때론 글을 쓰는 것이 상처를 봉합하고 사건의 새 의미를 찾아 주기도 한다.

전날 밤 억지로 일을 끝내고 늦잠을 자다 수속 마감 20분 전 겨우 항공기에 실린 나는 13시간 후 로마에 떨어졌다. 눈치껏 차표를 끊고, 피우미치노 공항에서 기차에 올라 테르미니역을 지나 스페인 거리 역을 나서자 촘촘히 박아놓은 돌바닥에 족히 100년은 넘을 집들이 둘러쳤다. 몇 걸음 건너 옛 대사관이 있었으며 지금도 그 자리인 밤 11시 스페인 광장은 사람들이 붐볐다. 밤을 뚫고 타는 더위를 식히는 아름다운 분수와 계단에 앉은 사람들을 파고들며 오르는 잠깐의 감탄과 기쁨, 피로가 섞여 계획 없이 맞아야 할 여정에 현기증이 올랐다. 나는 급히 프란치스코 수도회 성당 앞에 있는 숙소로 들어갔다.

거의 빚을 내서 떠난 이 여행의 목적은 내가 아침에 구겨 집어넣은 짐처럼 몽롱하고, 숙소에 도착해 가방을 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이탈리아, 그리고 시칠리아. 단지 이 나라에만 나는 막연한 호기심과 강렬한 끌림을 느꼈다. 지상에 선 하느님의 도시 로마와 지중해 가운데서 중세부터 중동과 유럽의 파도가 넘실거린 섬 시칠리아. 마피아가 자라난 그곳. 거룩함과 죄의 역사가 -항공기로 1시간 반 거리에- 공존하는 가엾고 아름다운 땅은 사람의 모습을 닮았다.

작년 여름 나는 러시아에 가 좋은 경험을 했다. 홀로 첫 이국땅을 밟아 깊이 쉬었다. 파울로 코엘료가 말하는 진정 초심자의 행운을 누렸다. 이 여행의 유일하고 분명한 동기가 있다면 내겐 깊은 휴식이었고, 동시에 나는 많은 유럽 여행자들의 이야기가 권하는 탐험욕 사이에서 초조했다.

유럽과 북아프리카, 서아시아에 걸친 대제국의 교차로였던 로마는 문화유산의 보고이다. 스페인, 베니스 광장, 콜로세움, 판테움, 아피아가도 등 제국의 유산은 물론 바티칸 언덕의 성 유적들만 보려해도 일주일이 부족할 것이다.

이튿날 심상치 않은 몸 상태를 볼 때 시칠리아로 떠나기 전 로마에서 사흘 간 그 많은 것을 기억으로 들일 수 없었다. 시칠리아행 차편도 준비하지 않아 항공기 좌석을 구하는데 1시간 거리 피우미치노 공항을 왕복하며 하루를 버렸다. 기차 창밖 산, 들에 나무 대신 선인장이 빼곡했다. 확실히 더위를 먹었다. 로마는 가뭄이었다.

먹지 않으면 죽지 싶어 데스크에 레스토랑을 물어보니 명함을 건넨다. 한국 숙박업소에서 볼 만한 영업 결연에 꺼림칙한 반가움을 미뤄두고 두 블럭 지나 자리한 식당 홀 안쪽에 앉았다. 남유럽의 타일 장식과 피자를 굽는 화덕이 불타고 소박한 테라스를 낀, 아마 오스테리아일 이 식당에서 나는 위로가 될 파스타를 만났다.

쉽게 레스토랑을 프랑스 기준으로 가격과 서비스에 따라 다이닝, 레스토랑, 비스트로 세 가지 급으로 나누고 가볍게 요기하고 커피 마시는 까페를 추가한다. 나폴레옹 전쟁 중 파리에 들어온 배고픈 카자크 군인들은 -그들은 흑빵을 베고 자다 식사 때 씹었다.- 느긋한 프랑스식 서빙에 "비스트로!"(빨리)를 외치며 탁자를 쳤고, 이에 편하게 단품으로 먹을 요리를 내는 식당을 비스트로라 부르게 됐다. 오스테리아는 비스트로급 가정식 요리를 고향의 제철 식재료로 만들어 내는 이탈리아 식당이라 생각할 수 있다. 접시 없이 누런 봉투에 올려준 따끈한 빵을 쪼개고 토마토 깡통에 모아온 식초, 후추, 올리브 기름병을 기울이며 나는 제법 당연하게 식사를 했다. 오직 이탈리아에서만 맛볼 수 있을 올리브 기름은 술처럼 진했다. 이내 유명한 것을 바라는 주문에 다 맛있다며 고민하던 직원이 내가 알아듣지 못하고 먹자한 파스타를 내왔다. 주황빛 소스, 커다란 새우 두 개, 라자냐 두 개를 겹친 듯 구멍 난 알 수 없는 납작 면, 오렌지 껍질 가루. 풍부한 새우 향이 심지 있게 익힌 두꺼운 면을 감싸고 해산물 냄새 소스가 부드럽게 어우러진 어디서도 맛보지 못 한 파스타를 먹었다.

사람은 올리브 기름과 파스타에도 취할 수 있다. 무엇에도 무디었기에 취하는 것이 좋았다. 저녁 포도주 한 잔에 술이 올라 나는 야외로 자리를 옮기곤 못 먹는 커피를 시켜 티라미수를 먹었다. 서버들이 웃었다. 밤을 보내고, 포도를 태우는 햇살을 맞으며 바티칸으로 향했다.

1987년 한국을 방문한 요한 바오로 2세는 김포 공항 선적로 아스팔트 땅에 무릎을 꿇고 입을 맞췄다. 선종까지 수많은 곳을 여행한 교황은 그가 닿는 곳의 사람과 문명, 그 땅에 대한 그만의 겸애한 첫 인사로 언제나 엎드려 땅에 입을 맞췄고, 말년에 그의 파킨슨병이 허리를 경직시키자 상자에 흙을 담아 인사를 대신했다.

검은 돌을 다져박은 바티칸 광장 바닥은 불화살 비로 쏟아지는 햇빛에 달아올라 아지랭이를 피웠다. 나는 가까운 눈에 다 담지 못 할 거대한 오벨리스크 앞에서서 하얀 정면 성당과 우측 사도궁이 먼 바다 수평선에 걸린 배 같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나는 교황이 그랬듯 엎드려 광장에 입을 맞췄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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