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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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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6회 작성일 23-09-04 06:28

본문

벌초 




엊저녁에 동균이가 전화로 전읍에 있는 11대조 벌초 시간을 정하고 매 년 단체로 출발하던 행사를 

올해는 각자가 현지에서 집결하기로 하고 일방적으로 끊었다.

추모계주를 맡고 있으니 하자는대로 할 수 밖에 없는 일이라 한 마디 상의라도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은 있지만 대소가의 일이니 그러려니 하고 받아 들였다.

태규가 나를 데리러 왔으니 까꾸리 하나를 양심상 들고 승용차 뒷 좌석에 몸을 누인다. 차창에 지나

가는 초가을도 무심하기만하고 오랫만에 보는 三從의 뒤통수도 객지에서 얼마나 시달렸는지 벌써

60초반인데도 반백이 다 되었다. 건축현장에서 전국구로 다니는 태규는 어떻게 보면 한량끼가 있다.

일이 있으면 반 년이 지나도록 연락조차 안되다가 요즈음처럼 불황에는 시골집에 몇 달간 집귀신처럼 

박혀있기도 하다. 

그래도 내가 내리 외동이라 현조부에서 넷째집으로 갈린 태규가 내겐 가까운 사촌처럼 이무롭다.

한 때는 건달로 주먹으로 세월을 보낸적도 있지만 시방이야 혓바닥처럼 삼종형의 말을 잘 듣는다.

"야 요즘 일은 어떠냐?"

"일이야 있으면 하고 없으면 땡이이지요 뭐,,,"

언제나 태규의 말은 군더더기가 없다. 뭘 당연한 걸 묻느냐는 태규다.

"마누라는 가끔 오냐?

".... 이 나이에 만나면 피곤하지요 뭐..."

지 잘못은 절대 인정 안한다. 

지가 객지에 나가서 몇 년 동안 연락이 없었을 때도 남매를 둔 가족을 건사하느라 재수씨가 수년을

고생고생하며 집안의 생계를 도맡아서 했고 대소가의 소소한 일들도 다 마다 않고 해 온 걸 하늘도

알고 땅도 아는 데, 만나면 피곤하다? 

하기사 지금이라도 자기의 행방을 가족들이 알고 어머니가 물려 준 시골집에 와 있는 것만으로도

재수씨는 대만족으로 살고 있는지도 모르지.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그래 칠십 되기 전에 고향에 돌아

와서 선조의 묘제에도 참석해주는 게다가 벌초꾼이 없어 벌초때만 되면 원지에 사는 혈족들 에게

통사정을 해야 겨우 올까말까 하는 이 시절에는 태규가 그래도 우리 대소가의 홍복이지 하고 자위를

하면 오히려 굳은 마음이 해장국처럼 시원하다.

태규가 진두 지휘하는 예초가 한 식간에 끝나고 마음마져 후련하게 묘소가 시원해졌다.

상석에 제수를 가지런히 하고 올 해는 특별히 태규를 아헌관에 봉해(?) 잔을 올렸다.

" 야! 옛날에는 헌관도 벼슬이라 아무나 잔을 못 올렸다구,,,"

" 아이구 감사합니다 형님! 허허!"

처서가 지난 뒤라 유난히 가을하늘이 파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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