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판 싸움 > 소설·수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소설·수필

  • HOME
  • 창작의 향기
  • 소설·수필

☞ 舊. 소설/수필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해당작가에게 있습니다.무단인용이나 표절을 금합니다

한 판 싸움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0회 작성일 23-10-20 06:45

본문

한 판 싸움 




갈참나무 밤나무 길을 쉼 없이 올라가다 약물내기 징검다리를 건너면 소나무 길 도열하는 

오솔길이 나온다. 병원가듯 매일 오르는 처래골 길에는 유년의 꿈과 추억이 여기저기 널려

있어서 몸은 비록 노쇠하여 허우적이지만 정신만은 늘 어릴적의 푸른몸으로 산길을 오른다.


소나무길 지나 도토리목이 서 너 그루 우뚝한 좁은길에 들어서는 데 까만 청설모 한 마리

가 도토리를 들고 무념무상의 식사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그 것도 산객이 늘 다니시는 길

가운데에 앉아 무엄하게도 도토리를 까발리며 경솔한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일순 정적이 흐르고 호흡이 멎은 듯 고요한 데 발길은 얼어 붙어 꼼짝을 못하고 놀란 고놈

도 미동도 없다. 서로 까만눈을 바라보면서 숨막히는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까만눈과

까만눈의 한 판 싸움에 산바람도 멈추고 바람에 날리던 낙엽마져 숨었다. 서늘한 산공기만

호흡을 세고 있었다. 그러고도 한참을 서로가 질세라 두 눈을 고정하고 있었다.

결국 한참만에야 고개를 돌린 싸움꾼이 조심조심 나무밑둥을 오르다 또 나그네 쪽을 바라

본다. 절대 지지 않겠다는 듯 저 집요한 까만 눈길, 서너발 오르다 쳐다보고 너댓발 또 오

르다 또 쳐다보고 허공은 자꾸 높아만 갔다.


아득히 높은 공중에 앉아 물끄러미 아래를 바라본다. 개구진 놈 같으니라구! 고사이 정이

라도 붙었나 아쉬운 미련에 나그네도 한참을 올려다 본다. 소나무가지사이로 보는 하늘이

옥빛 같다. 새소리도 옥빛 같고 바람도 옥빛 같고 산골물도 옥빛 같다.


멀리 바라보는 토함산에 기분 좋은 산안개가 피어오르고 통일전으로 길게 늘어 선 은행나무

길이 생도들 도열처럼 반듯하다. 정신 나간 사람처럼 이 생각 저 생각에 빠져 있는데 머리

위로 후두둑 도토리 몇개가 떨어진다. 감짝 놀라 쳐다보니 고놈의 청설모가 웃고있다.

노추의 어깨위로 가을 햇살이 웃고있다. 가을의 싸움 한 판, 가을이 어지럽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664건 3 페이지
소설·수필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604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 0 11-24
1603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 0 11-23
1602 데카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 0 11-22
1601 데카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 0 11-18
1600 데카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 0 11-13
1599 세잎송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 0 11-12
1598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 0 11-07
1597 뜬구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 0 11-06
1596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 0 11-05
1595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 0 11-05
1594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 0 11-04
1593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6 1 11-03
1592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 0 11-02
1591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 0 11-02
1590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 0 10-30
1589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 0 10-29
1588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 0 10-29
1587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 0 10-28
1586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 0 10-25
1585 데카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 0 10-24
1584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 0 10-22
1583 데카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 0 10-21
1582 데카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 0 10-21
1581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 0 10-20
열람중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 0 10-20
1579 세잎송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 0 10-19
1578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 0 10-17
1577 노장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 0 10-14
1576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 0 10-14
1575 노장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 0 10-13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