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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버린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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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07회 작성일 23-12-29 09:05

본문

가버린 세월 




이 해가 가면 나는 또 무엇을 위하여 살아야 할까.

 

해 바뀌는 세모가 되면 늘 그렇듯이 백수의 새해 계획이란 무계획이 새해 계획이다. 체바퀴 

돌 듯 무료한 시간들이 꼭 조여진 톱니바퀴처럼 한 치의 여유도 없이 돌아가는 세월, 그날이

그날인체로 삼백 육십 오일 영사기의 필름처럼 돌아간다. 무상한 시간들 속에서 일거리나 찾

아 볼려고 해도 무너진 삭신과 몰골을 보고 사용자들이 고개를 가로 젓는다. 이제는 어디에서

도 쓸모없는 도구가 되어버린 육신, 거리에 나서도 그놈의 자격지심이 시선을 저절로 피해 걷

는다.


어제는 낡은 모임의 송년회가 있어 모처럼 넥타이도 매고 딸이 사 준 모직코트를 걸치고 중절

모자도 얹었는 데 마음은 청년이 되어 발걸음도 가벼이 읍내를 나갔다. 회장이 가벼운 송년인

사를 하고 모두들 자리에 앉아 한 해의 소회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분위기가 몇 순배를 돈다.

참 다들 죽지도 않고 잘 살고 있었고 기백은 청춘이라 혈기왕성한 언어들이 활개를 치고 다니고

있었으나 다들 무너진 몸이라 몇 잔술에 혼미해진 정신이 수위조절의 상한선을 아슬아슬 넘고 있

었다. 모두들 아직도 무지갯빛 꿈들을 펼치고 있었고 재물의 차이로 말미암은 생활 양태들이 적

나라하게 나열 되고 있었다. 어떤이는 아직도 둘째집을 거느리며 마지막 삶을 구가 하고 있었는데

나이가 90이 가까운 나이라니 내두른 혀가 복귀하지 않았다. 뭘 쳐 발랐는지 피부도 번지르르 한 

게 체격도 청년처럼 반듯하다. 몸은 타고나야 한다더니 과연 앞으로 10년은 까딱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뒤통수에서 맴을 돈다. 나야 원래 타고난 약골이라 지레 주눅이야 든다마는 그래도 졸병시

절엔 구보라도 하면 늘 선두에서 달리던 마른장작이었다. 마른 장작이 화력이 강하다는 것은 천하

가 다 아는 사실이고. 그런데 거기까지였다.


술자리가 파하고 신발장앞에서 구두숫가락을 들고 헤매고 서있는 데 팔십언저리나 됐을 위인이

"어르신 구두숫가락 다 쓰셨으면 좀 주이소!" 겸연쩍어 백발을 쓸어 넘기면서 " 나 어르신 아니

라요...!" 조금은 볼멘 소리가 멈칫했지만 그래도 이왕지사 노려 보고 있는데 "아니 팔십은 넘어 

보이는데, 제가 뭐 잘못 본 깅가요? 어르신!" 


내 몰골에 내가 낙담하기는 이 번이 처음은 아니라도 고희 넘어 몇 발자국 띈 내가 80 노인에게

어르신 소리를 들어야 하는가가 주요 쟁점이 되었고 스마트폰에 비친 내 얼굴을 몇 번이고 요모

조모 뜯어 보아도 그 어르신이 뭘 보아도 한참을 잘 못 본 것이 아닐까하는 자위를 두고두고 하고

있었다. 흐르는 세월이야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얼굴에 잔주름이 그 사람의 세월인데 누가 그

굴곡진 삶을 함부로 부르겠는가. 하지만 몸은 타고 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에 이르자 불현듯 先

考의 생각이나는 포근한 겨울 아침이다.


가버린 세월에 허리가 뻐근한 어르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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