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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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할머니
내가 아는 육십이 넘은 할머니 하나가 있다.
그녀는 자그마한 체격에 얼굴과 몸이 통통하기까지하여 멀리서 걸어 오는 걸 보면 참 귀엽다.
걸어오는 것이 아니라 사뿐사뿐 미끄러져 오는 것 같다. 귀여운 자태다. 그런데 가까이 와서
보면 주름이 좀 지기는해도 두 눈이 똥그랗고 두 볼이 통통하여 귀엽다. 젊어서는 춤도 좀 추
었다는 소문을 들어서 그런지 발걸음이 리드미컬하다. 게다가 부산말씨라 더욱 귀엽다. 내가
고희를 넘어서 그런지 나보다는 10년 정도 아래인 그 녀가 귀엽기만하다. 좀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최근에 눈 밑에 보톡스인지 뭔지는 몰라도 뭘 집어 넣었는데 그게 여간 보기가 거북살
스럽다. 부기가 갈아 앉으면 괜찮다고는 하지만 눈 밑이 화난사람처럼 불룩한 게 밉상스럽기
까지하다. 그 귀여운 얼굴로 곱게 늙어가지하는 아쉬움에 안타깝기도하지만 요즈음은 너나 할
것 없이 얼굴에다 손을 댄다. 그래도 여기저기 봉사활동을 열심히 다니기도하니 갸륵하여 용
서해 주기로 한다.
내 취향에는 여자든 남자든 얼굴에 손대는 것은 반대다. 얼굴은 그 사람이 살아 온 일생의 역
사이자 인생등본 같은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 것들을 깡그리 무시하고 어떤 친구는 눈썹문신에
눈트임을 하고 나타났는데 첨엔 너무 낯설어 못알아 볼 정도라서 잇빨을 들어내고 웃어봐야 옛
얼굴이 나타나 그제서야 안도한다. 그래 한 번뿐인 인생 죽기전에 하고싶은 거 다 해보고 죽는
것도 개인의 성향이니 크게 이해는 되지만 고루한 내 생각에는 身體髮膚는 受支父母라는 대명제
앞에서는 사족을 내려 놓는다.
어쨌던 오늘은 귀여운 여인과의 식사 약속이 있어 읍내로 간다. 그저 내색하지 않고 식사만 하고
오려고 한다. 얼굴이 어떠니 콩나라 팥나라 하는 것도 다 주제 넘은 생각이니 모두 다 접고 식사
만 하고 오려한다. 봉사활동에 여념이 없는 그녀에게 성원을 하고 응원을 해주기 위한 자리라 덕
담이나 해 주고 오리라. 노오란 점퍼에 노오란 바지를 입고 하얀 모자를 쓴 봄날 병아리처럼 종종
종 다가왔으면 좋겠다.
노추의 따듯한 봄은 오긴 오려나. 막연한 봄을 또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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