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양지덕(謙讓之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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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23회 작성일 24-01-02 06:41본문
겸양지덕(謙讓之德)
자기를 낮추고 상대에게 베풀고 양보하면 저절로 덕이 되어 돌아온다.
참 좋은 말이다. 이 물욕이 만연하고 이성이 마비되어 가는 시절에 한 번 정도 짚고 넘어가고
싶은 사자성어다. 자기를 낮추고 상대에게 베푼다라는 말은 쉽기는 하지만 막상 행동으로 옮기
자면 사람들은 무수한 계산을 한다. 참 어려운 인생의 숙제다.
어제는 문중의 신년하례식이 있었다. 다들 새해 벽두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이라 서로 혈족의
손을 맞잡고 정을 나누었고 회장의 인사말씀이 있었고 종손의 새해인사가 있었고 사무총장의 결
산보고가 이어지며 일사천리로 회의가 진행 되었다. 그런데 종회가 끝나가는 12시 조금 넘어선가
낯술을 드셨는지 얼큰한 얼굴을 한 종친 한 분이 창호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무어라 침을 튀기며
횡설수설하시는 데 내용을 정리하면 이러했다.
자기가 종파의 핵심 종친인 데 문중신년하례식에 왜 정식으로 연락을 안했느냐가 주요 불만 내용
이었다. 70대 중반쯤이나 된 중노인인 종친은 소문난 주당으로 그 오명이 익히 종친간에 잘 알려
진터라 누구하나 대꾸 없이 고요히 바라보고만 있는 데 아랑곳 없이 계속 떠들어 댔다. 여러사람
이 모이면 별종이 하나 둘 있기는 해서 잦아들기만 기다리는 데 기다리다 지친 팔순 종친 하나가
무엄하게 꾸짖는다.
" 여기가 어떤자리라고 함부로 떠들고 있어! 일년 내내 문중묘제나 행사에는 콧배기도 안 보이드
니 이제와서 무슨 소리를 하고 있어? 매년 양력 1월 초하루에 대문중회의가 있는 것을 진정 모르
고 하는 말이냐! "
일순 머쓱한 고개가 푹 꼬꾸라지며 실룩거린다. 무언가 얘기를 해야하는 데 다음 단어가 입가에
맴돌기만하고 침만 주르륵 흘린다.
하긴 先考와 할아버지가 조선말기에 진사도 한 선비 집안이고 마을에서도 칭송을 받던 명문가라
종가를 능가하는 위세를 떨친 것도 사실이었고 옛날의 그 영화가 스스로 무너진 가문의 비애를
분풀이로 풀어내는 것이 역력한 데 그래도 현실은 현실이었다. 몸과 마음이 녹초가 되어 구겨진
모습을 보니 한편으로 측은하여 가엾기까지 하였다.
오늘 같은 날 반가의 후손답게 좀 겸손한 자세로 종친들과 함께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아쉬
운 마음을 안고 후미진 구석으로 늘어지고 지친 세월을 옮겨 놓는다.
겸손하고 양보하면 편한 데 대개의 사람들은 그 것을 꺼린다. 내려 놓으면 다 내 것이고 울타리를
걷어내면 다 내 것인 데 울타리안만 내 것으로 고집한다. 그져 내 생각만 하고 살고 있는 것이다.
인간사가 살면 살 수록 산 넘어 산이다. 정답이 있는 것 같아 강을 건너보면 거기엔 정답이 없다.
새해에는 겸양지덕으로 살아보려한다. 느지막히 老妄처럼 낮게낮게 살아보려한다.
댓글목록
안박사님의 댓글
안박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계보몽*詩人`作家님!!!
"甲辰年"의 壁頭에,"계보몽"任의 高見을聽..
"謙讓之德"..좋은말(言)이고,銘心해也할 글句요..
"老妄처럼 낮게`낮게 살아보려 한다"는,말씀에 共感을..
"계보몽"任!"種親會"일기,感辭며.."새해 福많이 받으세要.!^*^
계보몽님의 댓글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박사님!
갑진년 청룡의 해에 더욱 건안하시고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문중의 모임이 있을 때마다 종종 이런 해프닝이 벌어지곤 한답니다.
각 지파별로 서로 자기 선조들의 위세를 들먹이며 겸양지덕을
상실하는 종친들이 많지요. 주로 80을 넘긴 종친들이 옛 선조의
영화를 들먹이며 자기의 존재감을 표출하기도 하지요
객지생활을 오래한 저로서는 생소하기도하지만 재밌습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