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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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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1회 작성일 24-01-06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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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형 




내가 귀향했다는 소식을 듣고 고등학교 5년 선배인 정수형이 찾아온다는 기별이 왔다. 참 잘생긴 

형인데 세월이 어떻게 변했을까 하고 오기 전부터 조바심이 났다. 인편에 들은 바로는 시내 명문 

고등학교의 교장을 오래 역임을 했고 이제는 정년 퇴직을 하여 노인대학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

다. 그리고 아내는 예지원이라는 곳을 열어 전통과 예절을 가르치고 있는 소위 지역의 식자층에 

속하는 인품과 명예를 겸비한 선배로 자리 잡고 있었다.


사랑채 창호문을 열고 허옇게 쇤 머리에 시원한 이마를 내밀고 선배가 성큼 들어섰다.

" 아이구 이거 얼마만인가 아우님! 많이 늙었네! "

" 아이고 선배님! 여전하십니다! 소문은 듣고 있었습니다만 제가 부실해서,,, 죄송합니다! "

차 한잔을 놓고 마주 앉은 세월이 비스듬히 서로 바라보며 겸연쩍은 웃음을 주고 받았다.

" 형수님은 안녕하시죠? "

" ....."

" 예절의 집을 운영하고 계신다는 말은 들었는데,,, "

" 갔어, 하늘나라로 작년에,,, 80은 넘길 줄 알았는데,,, "

" ...., 그랬었군요, 선배님 죄송합니다 "

80이 낼 모래인 선배가 길게 한숨을 뽑는다. 참 이쁘고 참한 형수님이었는데 인생무상이었다.


서울의 봄은 오지 않고 암울한 세월이 이어질 때 나는 학부를 다니고 있었고 선배는 중학교

교직을 부임을 받아 서울근교에서 신혼살림을 하고 있었는 데 동문이랍시고 물색없이 참 뻔

질나게도 들락거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한 칸 짜리 자췻방 같은 신혼집을 무례하게도 다

다. 조그만 두레반에 소주 한 병을 놓고 벌겋게 세월을 마시던 시절, 그래도 형수는 내색 한

번 없이 웃는 얼굴로 고향의 촌놈을 귀한 손님으로 취급을 해 주셨다. 어쩌다 형수께서 용돈

이라도 쥐어주는 날에는 고향의 어머니처럼 따뜻했었다. 천리 타향에서 어쩌면 부모 같은 존

재였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의지하고 살았다. 뼈가 굳어가는 시절의 기억은 그 후로도 오랫동

안 내 삶의 기억에 저장되어 있었다.


" 너무 일찍 가셨네요! 형님! "

두 뺨 위로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참 오랫만에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렸다.


삶은 수시로 변한다지만 허무한 단면으로 다가온 긴 세월의 끝자락. 나는 참 매정하게 살았구

나하고 자책을 했다. 외롭게 서 있는 저 노인을 이제라도 내가 언덕이 되어 주리라. 내가 지팡

이가 되어 주리라. 저 삭막한 겨울이 파릇한 새싹을 피울 때 까지 따듯한 가슴으로 정수형을 안

아 주리라.


둘이는 사랑채 창 밖으로 싸늘한 겨울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 야! 나가서 약주나 한 잔 하자! "

" 그래요 형님! "


포근해진 겨울하늘이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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