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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대(食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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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6회 작성일 24-01-07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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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대(食代) 




하루가 멀다하고 만나는 삼총사가 있다. 몇 달 전에 急造한 파크골프 멤버인 데 면면을 소개

하면 이렇다. 회장님은 시내 상가연합회의 회장이고 이사장님은 모병원 이사장이다. 나는 

수님이므로 백사장으로 불리는 게 옳을 것 같다. 이제 모두 해거름의 인생들이라 서로 위로하

며 재미있는 인생여정을 소일하자고  의기투합하여 만든 모임이기도 하지만 속내를 보면 어떻

게 하면 하루하루의 무료한 시간을 잘 보내느냐가 관건인 게 진실이다. 어쨌던 새로이 결성된

인간관계라 서로서로 모난 부분을 이해하고 수용하면서 인생의 빛나는 칠십대를 잘 살아보자

는 모임이다. 팔십의 칠부능선에서 여기저기 쓰러져가는 戰死者를 보면서 마지막 꺼져가는 불

씨를 살려보고자하는 심정이 마음 저변에 웅크리고 있기때문에 누가 뭐랄 것도 없이 뭉쳐졌다.


한 두어 달 지나면서 서로 살아 온 궤적에따라 형성 된 성격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날카로운 눈길이 맘에 걸리긴 했지만 리더쉽이 있고 젊은이 못지않은 체력에 반하여 두어 살 아

래인 백사장님인 내가 흠모해마지 않았는 데 사람을 비교하고 헤집는 기술이 있는지는 추호도

몰랐다. 그 보다 두어 살 위인 이사장님은 언제나 행동이 한 템포 느린 슬로우모션형 인간으로

사사건건 회장님의 미간을 찌뿌리게 한다. 백사장님이야 그들 보다는 두어살 아래이니 늘 눈치

껏 시소를 타며 두 노인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아이들 장난 같아 재미가 있다.


재미 하나를 예를들면 두 세 시간의 운동이 끝나고 나면 언제나 셋이는 맛집투어를 한다. 오늘

은 三稜의 소머리국밥, 내일은 알천穵川의 다왕갈비,모레는 東川의 삼계탕하는 식으로 메뉴를 

정해 놓고 다닌다. 그러면 오늘은 백사장이 식대를 내고 내일은 회장님이 내고 모레는 이사장

님이 내는 이심전심의 순번으로 진행이 되는 데 돌다보면 그 순번을 잊어 먹기도 하고 때로는

성질급한 회장님이 착각을 하여 두 번 연달아 내는 경우도 있다. 한 두번은 그냥 넘어가기도 하

고 노인들의 기억력이란 게 희미한 가로등 같아 그냥 그렇게 어렴풋이 넘어가기가 일쑤다. 결론

적으로 한 템포 느린 이사장님이 늘 혜택을 본다. 자기가 식대 지불할 날도 계산할 때 늘 밍기적

거리니 성질 급한 회장님이 늘 피해를 본다. 하지만 그 것도 매의 눈을 가진 회장님에게는 그냥

넘어갈리가 없다. 좀 치사하지만 어제 소머리 국밥집에서는 이랬다.


회장님이 미리 내게 이야기를 했다. 식사를 다 마치고 나면 이사장이 일어설 때 까진 가만히 앉

아 있으라는 엄명이었다. 오늘은 회장님이 식대를 지불할 순번이지만 어떻게 하나 그 행동요량을 

켜보자는 것이었다. 이사장님이 귀까지 아물하니 둘이서 무슨 작당을 해도 입모양을 보지 않는 

상 알리가 만무했다. 늙은 여우들의 교활한 꼬리가 똬리를 트는 가운데 과연 이사장께서 그 육

중한 몸을 일으키더니 카운터로 비틀비틀 가는 것이었다. 작전이 성공하는 순간이라 회장님의 작

은 쥐눈동자가 반짝 빛이나는 것을 보았다. 백사장님도 회심의 미소로 동조하고 있는데 순간 회

장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사장님이 카운터에 있는 이쑤시게를 물고 포만감 있는 자세로 유유

히 식당문을 열고 나가 버렸다. 아연실소의 썩은 미소만 마주보고 있었고 백사장은 애꿎은 지갑

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안경 넘어 실눈으로 째려보는 늙은 여우의 눈길이 무서워 백사장은 슬

그머니 카운터로 간다.


지역에서는 두 분 다 덕망이 높다. 기부도 많이하고 어려운 이웃들을 많이 돌본다. 행동이 느린 

이사장님은 세월에 몸이 무너져 그렇고 조금은 영민한 회장님은 태생이 그런 것 같다. 두 분 다

백사장에게는 훌륭한 분들이다. 서로 의지하는 지팡이 같은 분들이다. 오늘도 그 들을 만나러 간

다. 오늘도 뜨끈한 삼계탕을 백사장이 살 것이다. 겨울날씨 답지 않게 포근한 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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