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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추(老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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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1회 작성일 24-01-0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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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추(老醜) 




어릴 때 담장 넘어 아담한 기와집에 살았던 서오 아지매를 좋아했다. 앙큼한 미소에 새큼한 웃음이

그렇게 여성스러울 수가 없었다. 빨래터에서도 보면 퍼질러 냅다지르는 동네 아낙들 속에서 있는듯

없는 듯 훔쳐쥔 치마자락을 오금에 안고 물길 아래쪽에서 다소곳이 있다가 빨래가 끝나면 조용히 집

으로 간다. 기억에는 중3이나 되었던 나이였는지 기억은 아물하나 하얀 옥양목저고리에 

겸손이 배인 모습은 내게는 언제나 소녀 같은 모습으로 남아있다.


" 학교 갔다 오는 가베,,," "예! 빨래갔다 오능교? " 하며 빨래다라를 받아 집까지 날라다 주기라도

하면 소년의 가슴은 하늘을 날 듯 쿵쾅거렸다. 그 시절의 하루하루는 꿈 같고 봄 같은 나날이었다.

고명딸인 채경이가 태어나고 그 아래 또 옥동자가 태어날 때쯤 나는 서울로 유학을 떠났고 그 후로

도 뼈가 굳어가면서 고향엘 가끔 들리긴 했으나 예날처럼 짝사랑을 유지하기가 무딘 세월이 되었다.

가끔 담 넘어 인사라도 전할 때면 안색이 파리하고 그 옛날 하얗고 복스런 아지매의 모습이 아니었

다. 완고하고 꼿꼿한 시부모와 무뚝뚝한 남편의 시집살이가 도를 넘었을까하고 짐작만 하고 있었다.


암은 스트레스라는데 갑상선암은 착한 암이라 괜찮다 그랬는데, 그 착한 며느리가 졸지에 저승사람

이 되었네 어머니랑 자매처럼 지내던 아지매의 부음이 들려온 것은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첫 월급

으로 빨간내복을 시골 부모님께 보내던 날 들었다. 옛날이 불현듯 달려 왔다.참 고운 아지매였는데

시집살이가 얼마나 고됐으면 얼마나 견디기 힘들었으면 차라리 그 물 같은 마음 다 풀어 놓고 恨이

나 씻고가지. 가슴이 무거웠다. 보고 싶었다.


어머니 장례식장에서 채경이를 50년만에 봤다.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 익숙한 모습으로 백발의 노인

앞으로 지나갔다. 50여년 전의 서오아지매가 거기 서 있었다. 다짜고짜 껴안은 서오아지매. 꽉 껴안

긴 채경이가 당황을 했는지 멍하니 쳐다본다. " 오빠도 많이 늙으셨네요!" " 그래 채경아! 어디사니?

잘 살고 있지?" " 엄마가 늘 오빠 귀향하면 동생처럼 오손도손 살려고 하시더니 먼저 갔네!'"

" 그래! 내가 미안해! 자주 찾아보고 해야 하는데,,, 내가 정말 미안하다!"


채경이는 말투까지 아지매를 닮았다. 매무새하며 자태가 제어미를 꼭 닮았다. 그래서 나는 

채경이를 좋아한다. 오늘은 채경이를 만나 맛 난 것을 사주고 옛날의 이야기를 이어보려 한다. 

서오아지매를 만나러 가는 아침이 칼날처럼 춥다. 하얀 얼굴이 햇빛처럼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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