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 소설·수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소설·수필

  • HOME
  • 창작의 향기
  • 소설·수필

☞ 舊. 소설/수필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해당작가에게 있습니다.무단인용이나 표절을 금합니다

마당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55회 작성일 24-01-21 07:26

본문

마당 




우리집 마당은 네모다. 집은 기와집으로 기역자지만 담장은 정사각형이다. 옛집을 허물어 5년 전에 새로 지었다. 마당에는 세 그루의 소나무가 있고 소나무 사이에 두 그루의 배롱나무가 있다. 그리고 어머니가 쓰다가 돌아가신 장독대와 배롱나무 사이에 지인이 기념으로 식수한 주목이 있다. 안채와 사랑채 앞에 댓돌이 하나씩 있고 축담에 올라서면 솟을대문이 버티고 선다. 솟을대문 넘어로 늘 그 자태가 엄숙한 내 13대조의 정자인 도문화재 경주 이요당이 거기 서 있다. 연못위에 나는듯이 앉은 이요당정자 연못에는 요즈음은 청둥오리가 따듯한 겨울을 무리지어 헤엄을 치고 있다.


마당에는 조그만 우물이 있었고 대문쪽으로는 오른쪽엔 대추나무 왼쪽엔 감나무 대문 밖에는 무섭게 자란 엄나무가 기세좋게 뻗어 있었다. 집안에 들어오는 액운을 미리 문 밖에서 막아주었다. 사랑채 마루에는 늘 할머니가 긴 담뱃대를 물고 계셨고 감나무에 매어 놓은 송아지는 이까리를 물고 하루종일 말뚝을 돌고 있었다. 아버지는 술이 취하지 않는 날이 거의 없으셨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홀기며 무엇이 그리 바쁘셨는지 잠시라도 자리에 앉아 있는 걸 보지 못했다. 우물가 수국이 하얗게 피어 오르면 하얀 밀가루 반죽을 자리에 펴고 밀대로 밀어내든 칼국수 자락, 한 손으로 땀을 훔치며 썰어 낸 국수를 펄펄 끓는 가마솥에 뿌리면 여섯남매는 벌써부터 두레반에 둘러 앉는다.


9대 외동으로 왕자같은 귀한 대접이 무르 익을 때 남동생이 태어났다. 그 고명 같은 아들이 태어났으니 집안은 늘 잔치 분위기였고 아버지는 둘째를 안고 틈만나면 마을을 돌아 다니셨다. 아이가 네 다섯살이 넘으니 그 고무라움이 더 했고 늘 자전거에 태워 마을골목길을 다니기도 하고 좁은 마당을 돌기도 하였다. 다정도 병이라 했던가. 하루는 마당을 돌고 있는데 고 연약한 발목이 자전거 바퀴에 끼이고 말았다. 자지러지는 울음소리에 아버지는 놀라서 달려오시고 순간 번쩍하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니 뺨이 불이붙 듯 얼얼했었다. 9대 외동을 해소해 준 고 놈이 생각할 수록 애처로왔는지 무심결에 맏이의 뺨을 후려친 것을 뒤 늦게 아시고는 아이를 안고 안방으로 들어 가셨더라. 그 때를 생각하면 빙그레 미소가 피어 오른다. 고놈이 벌써 50대 후반이 되었으니 세월이 무상하다.


겨울비 내리는 마당에 내려서서 옛날을 생각한다. 골기와 처마에서 떨어지는 옛기억에 눈동자는 흐려지고 천애고아가된 자신이 서글퍼져 씁쓸한 세월이 온 마당에 번진다. 따듯한 봄이 그립다.

추천3

댓글목록

콩트님의 댓글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동안 글이 뜸하셔서 노심초사했는데
이렇게 봄빛 같은 글을 주시니 글방에 봄냄새가 익어 물컹거립니다.
선생님, 건강하십시오.

계보몽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허접한 넋두리에 관심 놓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반세기전의 기억들을 생가나는대로 적어 봅니다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Total 1,664건 1 페이지
소설·수필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664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 1 04-21
1663 p피플맨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 0 04-19
166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 1 04-17
1661 리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 0 04-14
1660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 1 04-13
1659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 1 04-09
1658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 1 04-08
1657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 1 04-04
1656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 2 04-03
1655 p피플맨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 0 04-01
1654 p피플맨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 0 03-26
1653 음악거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 0 03-21
165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 2 03-17
1651 음악거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 0 03-16
1650 음악거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 0 03-16
1649 세잎송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 0 03-16
1648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 0 03-16
1647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 2 03-07
1646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 2 03-05
1645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 1 03-03
1644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 1 03-02
1643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 2 03-01
164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 1 02-26
1641 안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 1 02-21
1640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 1 02-21
1639 시인삼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 0 02-11
1638 김상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 0 02-02
1637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 2 01-30
1636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4 3 01-23
열람중
마당 댓글+ 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6 3 01-21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