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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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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1회 작성일 24-03-0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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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 




그 해 3월의 매화는 꽃샘추위를 이겨내고 화사하게 피어났다. 


혼례석의 누님의 모습은 그 옛날 새색시의 다소곳한 모습 그대로였다. 비어 있는 옆자리가 허전했지만 그져 담담한 모습 그대로 쓸쓸히 앞만 지켜보고 있었다. 막내의 결혼식이니 이제는 畢婚이라 안도의 미소도 보였지만 그래도 먼저 간 윤서방의 모습도 동공에 얼핏 설핏 지나갔으리라.


매화가 화사하게 온 마을을 뒤덮고 온 산에 진달래가 산불처럼 피어 오를 때 누님이 시집 간 필막에서 기별이 왔다. 술에 취한 윤서방이 그 놈의 주벽이 도져 살림을 다 부수고 손찌검을 해 누님이 혼절했다는 것이었다. 그 소식을 막내 남동생인 상식이가 들었다. 약관 20을 갓 넘은 혈기왕성한 상식이가 눈이 뒤집혔다. 피가 거꾸로 솟고 하늘이 무너져 내렸다. 윤서방이 누군가. 상식이와 국민학교 동창이고 내리 6년의 행실을 잘 아는터라 결혼전에 그렇게 반대를 했다. 막가파식 무도한 행동과 안하무인의 성격을 워낙이 잘 아는 터라 혼전에 그렇게 반대를 했지만 집안 어른들끼리 집안이 200년 전 경주부윤을 지낸 파평윤씨의 가계를 들먹이며 어쩌구 저쩌구 해서 혼례를 올려 버렸다. 상식이는 기가차서 매형 소리는 커녕 꼬락서니도 보기 싫어 아예 등을 돌리고 살았다. 그런 매형이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큰 일을 낸 것이다.


완전무장을 한 상식이가 성난 호랑이 처럼 필막으로 달려 갔다. 내 이놈을 오늘 요절을 내고 말테다.집안의 살림살이는 성한 것이 없었고 누님도 간 곳이 묘연하고 난장판인 안방을 부라리며 들어서는 데 술에 떡실신이 된 윤서방이 인생만사 태평으로 골아 떨어져 있었다. 화가 난 상식이는 멱살을 잡고 공중잽이로 들어 올려 마당에 패대기를 처버렸다. 그러고는 잡히는 대로 몽둥이 세례며 발길질에 한 식간을 아작을 내고도 분이 풀리지 않아 성큼 들어서 거름더미에 던져 버렸다. 동네 사람들이 몰려 오고 집안의 어른들도 뛰어 나오고 동네가 아수라장이 되었는 데

" 아이고 저 인간 길 들이는 사람이 따로 있었네, 신통하네! "

사람이 다 죽어 가는 데도 동네사람들이 말리기는 커녕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 되니 부르르 떨던 상식이의 주먹이 윤서방의 얼굴에 피를 틔긴다. 마을에 숨어 있던 누이가 군중돌 속에 움츠리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 상식이가 

" 누님아! 짐 챙겨라 내캉 집으로 가자! 저 물건은 틀렸다! 인간이 아이데이! 가서 사람답게 살자 누님아! "


보름이 지나고 개나리꽃이 흐드러질 때 몰골이 초췌해진 윤서방이 처가집 마당에 어프러졌다.

" 장모님! 죽을죄를 졌심데이!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겁니더! 한 번 만 용서해 주시이소!"

하면서 백지 한 장을 꺼내더니 마당에 펴 놓는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가지고 온 면도칼로 오른쪽 검지를 긋더니 붉은 피가 마당에 방울방을 떨어지는 가운데 백지에 검붉은 맹서를 쓰기 시작했다.

" 술도 끊고 담배도 끊고 남이만 애끼고 살낍니더. 한 번 만 용서해 주시이소!"

사람이 피눈물에 약해지던가. 청상의 장모는 눈물로 용서를 하고 남이 누님은 가져 온 보따리를 챙겨 돌아 온 그 길을 다시 갔다.


결혼식 피로연 테이블에 누님과 상식이와 내가 앉았다. 누님이 옛날을 생각하는지 나를 물끄러미 본다.

" 니도 참 많이 늙었네. 백발이라 길가다 봐도 그냥 스치겠네! 우리 고향에서 오손도손 살제이"

" 그래 누임아 그라자, 오늘 같은 날 매형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걸, 그렇제? "

" 그 인간 말도 말그라 정떨어진 지 오레데이!


창 밖에 봄바람이 차다. 사람들이 꽃샘추위라 하니 봄은 멀지 않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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