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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銅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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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0회 작성일 24-03-16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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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銅錢) 




가끔 종회宗會가 있어 서울을 간다. 종회 사무실이 서교동에 있어 서울역에 내리면 지하철을 타야 하는 데 내가 서울시민으로 있을 때는 복지카드가 등록이 되어 있어 입찰구에서 카드만 대주면 수월하게 통과가 되었다. 내가 귀향을 하고 주민등록을 옮기고 동사무소에서 전입기념으로 태극기와 쓰레기 봉투를 받을 때 까지는 이런 불편함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열차에 내려서 지하철로 갈아타야 하는 데 무임승차를 하려면 절차가 까다롭다. 일단 주민등록증 확인을 하고 단말기님께서 500백원 짜리 동전을 넣으라고 지시한다. 이 때 부터 노인들은 당황한다. 요즘 동전이란 것이 화폐라는 것에서 하대를 받아 길가에 떨어진 100원짜리 동전도 힐끔 지나치는 시대다. 그 가치가 다섯배나 높은 오백 원 짜리 동전을 넣어야 승차권을 주실 모양인 데 이 복잡한 지하에서 어디가서 오백 원 동전을 구하나하고 두리번 거리는 고민이 착잡하다. 옆을 보니 동전교환기라는 놈이 떡 버티고 서 있는 데 미소가 절로 번지며 천원짜리 지폐가 있나 하고 지갑을 뒤지니 또 천원짜리가 없다. 참 서울은 복잡하고 힘들다는 생각에 이르자 오십 년 서울생활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고 어느 새 시골 촌놈이 다 되었구나 하며 격세지감이 무색해진다. 오백 원짜리 동전이 9대 외동의 불알보다 더 귀하구나 하고 혀를찬다.


소풍가는 아침에는 늘 어머니와 실랑이를 벌였다. 소풍 가는 날의 용돈 때문이었다. 그 시절 초등생들의 소풍이라야 기껏해서 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왕릉이나 걸어서 갈 만한 유적지 정도 였다. 하지만 그런소풍길에는 어떻게 알고 찾아 왔는지 케키통을 맨 아이스케키 장수나 등짐을 맨 냉차 장수들이 땀을 훔치며 소풍길을 동행을 하였다. 그러니 당연히 동전 한 닢이라도 더 받아가야 아이스케키도 사 먹고 시원한 보리냉차도 한 잔 할 수 있을 터였다. 김치와 고추장 멸치를 넣어서 김밥을 말고 있는 어머니 곁에서 오로지 관심은 동전 몇 닢을 더 받는냐가 최대의 관심이었다. 케키가 이십 원 정도이고 냉차가 십오 원 얼추이니 왕눈깔 사탕하나 추가한다 해도 백 원 정도면 껍질 얇은 식은 빵 하나도 거뜬히 살 수 있을 거 같아 아침 내내 눈치를 보며 기다린다. 드디어 김밥 도시락을 챙겨 주시며 어머니는 선생님 뒷 꽁무니만 따라다니며 조심조심 다녀오라고 하시고는 끝이다. 심통이 머리 끝까지 오른 어린 마음은 마루 끝에 앉아 다리만 덜렁거리고 있었고 이를 아는 지 모르는 지 어머니는 정지간에서 나오실 줄은 모른다. 한 참만에 나오신 어머니가 ' 왜 안가고 그 카고 있노? ' 하니 기가 막힌 듯 '옆집 을식이는 소풍 간다고 백오십 원 받았다 카던데 ' 하니 " 야가 머라카노! 아들이 머그리 큰 돈이 머 필요하노 돈도 없지만' 하신다. 아들의 심통을 눈치 채셨는 지 마지 못해 삼베치마 앞춤에서 동전 몇닢을 꺼내신다. '자 이 거 밖에 없다. 사탕이나 하나 사 무거라'하며 동전 몇닢을 조그만 손에 쥐어 준다. 십 원짜리 동전 다섯 개 단 돈 오십 원 이었다. 어린 마음에 을식이보다 백 원이나 적게 받았으니 동네 어귀를 돌 때 까지 발길에 채이는 돌은 다 한 번씩 냅다 지르면서 소풍을 갔다.


지금은 동전으로 무었을 할까? 공중전화도 거의가 폰으로 바뀌었으니 쓸 요량이 별로 없고 카드가 있으니 주차비마저도 정산이 간단하다. 동전이 천대시 되는 시대가 왔다. 아니 쓸모가 없다. 그 때 동전을 애지중지 하던 사람들도 이제 별 쓸모가 없어졌다. 동전이 귀중했던 시절이 한 없이 그립다.


서울에 올라가면 쓸려고 오백 원 짜리 동전을 책상 위에 올려 놓았다. 낭패를 당하지 않으려고 미리 준비해 두었다. 어머니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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