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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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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8회 작성일 24-04-03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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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몸 




요즈음은 조금 무리하면 안 아픈 데가 없다. 좀 과한 운동이라도 하고 나면 그 다음날 새벽은 죽음처럼 몸이 무거워진다. 그럴 때는 한참을 始動을 걸어야 삐거덕거리며 겨우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손이나 발이 어눌해져 어디 부딪히거나 삐끗하면 잘 삐거나 근육통이 길게 이어진다. 늘 온몸에 파스 투성이다.

워낙 약골이라서 그러려니 하고 포기하고 살아가지만 무너진 몸, 다 내 탓이다.


완전군장에 정해진 코스의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이틀에 걸친 행군을 해서 부대로 돌아오는 대회가 있었다. 본부 중대에서 행정병들을 위한 체력단련을 위한 훈련인 데 혹한기에 산과 강을 넘는 훈련이라 지금 생각해도 지옥 같은 행군이었다. 독도법으로 지형을 더듬어 가며 분대별로 하는 훈련이라 여간 난해한 훈련이 아니고 여차해서 꼴찌라도 하는 날이면 그 날은 기합으로 죽어나는 날이었다. 그야말로 이를 악물고 참가하는 분대별 대항이었다. 9명이 일개분대인 데 나는 소총수라 선두에 배치가 되고 완전군장에 은폐를 위해 숯으로 위장한 얼굴들이 하얀이를 악물며 비장한 모습으로 나란히 섰다.


이틀 동안의 행군으로 너덜너덜해진 패잔병들이 허우적 거리며 걷고 있는데 부대가 멀리 보이자 어디서 그런 힘이 쏫아나는지 누구랄 것도 없이 전력을 다해 부대를 향해 뛰고 있었다. 나도 그런 힘이 어디서 났는지 지금 생각해도 불끈 용이 쏫아난다. 지쳐서 뒤따라 오던 분대가 제풀에 주저 앉고 우리 분대는 영광의 1위로 골인을 하게 된 것이다. 한 사람도 낙오없이 의기양양한 완승이었다.남아 있던 중대원들이 모두 나와 박수와 함성을 보냈고 한겨울의 병영은 뜨겁게 뜨겁게 달아 올랐다. 맨 선두에 달려 들어오든 나를 와락 끌어안아 올려주던 중대장의 모습은 아직도 그 시절 젊음의 추억을 빙그레 떠올려 주고 있다. 그야말로 강철 체력이었다.


직장은 매일 술이었다. 그 시절 접대상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술접대는 영업의 중요한 일부분이었다. 외국인이 함께 근무하는 무역 대리점이라 물건을 팔아 먹으려면 큰 회사의 공장장이나 이사나 사장급이 영업의 상대자라서 고급 술집을 많이 다녔다. 고급 술집이라함은 성북동이나 비원 앞 한식집 같은 곳에서 주로 접대를 많이 했다. 소주와 막걸리로 단련된 시골촌놈이 꼬냑이나 발렌타인 같은 위스키를 매일 저녁 마셨다. 시골에서 나물만 먹던 물 같은 내장에 독주를 매일 부어 넣었으니 강철 같은 젊음의 내장도 한 달 걸러 탈이났다. 이촌동에 있던 그 병원의 내과과장은 내 젊은 시절의 주치의가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일년에 한 두번은 꼭 입원을 한 것 같다. 이렇게 마시면 오래 살기는 힘들어요 하며 경고하던 눈초리가 생각난다. 젊은 날은 그렇게 시들어 가고 비정상적인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그게 또 맨날 술이었다. 더 큰 시련의 터널이었다.


아이들 다 건사하고 사업도 다 정리를 했다. 이른 나이는 아니지만 해거름에 홀로서면 다 편하고 좀 헐거운 인생살이가 펼쳐질 줄 알았다. 그런데 그 것은 다 오산이었다. 산 넘어 산 이랄까. 몸이 다 무너져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긴 것이다. 가장 중요한 몸이 무너져버린 것이었다. 몸이 무너지면 인생을 다 잃는다는 데 그 귀한 몸이 무너진 것이었다, 울어봐도 소용없고 원망해도 소용이 없다. 주변에 떠나가는 이의 부고가 심심찮게 날아온다. 내게도 진정 늙음이 찾아 온 것인가. 지금부터 인생의 마감시간이 다가 온 건가, 옹크린 건강을 껴안고 새벽을 바라 본다. 저 망할놈의 봄비! 주책없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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