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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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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2회 작성일 24-04-04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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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 




저녁이 이윽하면 재실 넘어 남쪽마을 멀리서 아스라이 짖어대는 개소리가 그립다. 한 마리가 울기 시작하면 이 집 저 집 개가 합창으로 울어대고 밤손님이 지레 마을에 을씬대지도 못했던 시절. 그 개소리가 그립다. 그 개들은 다 어디 갔을까.


초등시절이었던가. 난 분숙이를 좋아했다. 동급생인 분숙이는 귀엽기도 했지만 요염(?)하기도 해서 반에서도 인기가 많았다. 학기가 바뀔 때면 누구라도 분숙이와 짝꿍이 되고 싶어 서로 힐금거리고 그러다 운수가 좋아 짝꿍이라도 되는 날에는 짝꿍은 광대승천의 기분으로 입이 귀에 걸렸다. 하지만 짝꿍이 되지 않아도 나는 늘 우선권이 내게 있다고 위로를 했다. 그 것은 분숙이가 바로 나의 뒷집에 살아서였다. 담이 높아 매일 보지는 못하지만 이따금 엄마의 심부름으로 다녀 오기도 해서 일부러 엄마에게 엄마! 분숙이네 뭐 갖다 줄 것 없어? 하고 주문을 넣기도 했다. 그러나 분숙이가 있는 안방으로 들어 갈려면 반드시 통과해야 되는 장애물이 하나 있었다. 안방 문 앞에 축담을 올라서면 바로 오른쪽에 개집이 있었는데 토종 누렁이가 항상 보초를 서고 있어 그 시퍼런 눈길과 여차하면 으르릉거리는 위엄앞에서 늘 조심조심 심부름을 다녀왔다. 어떤 때는 물색 없이 짖어대는 바람에 삽작 밖에서 분숙아 분숙아 하고 불러서 미리 예방을 하고 들어가기도 했다.


학교가 파하고 어느 날 오후, 감나무에 살며시 올라가 분숙이네를 엿보는데 어른들은 밭에 나가시고 분숙이 혼자 마루에 앉아 공책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분숙아! 숙제 같이할래? 하니 분숙이가 그래 온나 했다. 공중잽이로 뛰어 내려와 공책가지를 챙겨들고 분숙이네로 달려갔다. 개조심이 붙은 삽작을 조심스럽게 열고 누렁이의 동태를 살피는 데 예리한 눈길이 섬뜩할 정도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눈빛으로 누렁이를 방어해달라는 신호를 보내는대도 분숙이는 마루 끝에서 배시시 웃고만 있었다. 그 요염한 웃음에 그만 상황판단을 망각하고 안방마루로 한달음에 뛰어갔다. 축담을 오르는 순간 눈이 번쩍하고 엉덩이에 묵직한 것이 매달리는 느낌에 몸은 허공에 나뒹굴어지고 누렁이는 바지를 물고 사생결단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이고 엄마야! 나 죽네! 엉엉엉! 공포에 질려서 뒹굴고 있는데 누렁이가 그 허연 잇빨을 슬며시 놓았다. 정말 찰라에 일어난 광경이었다. 새파랗게 질린 분숙이는 밭에 나간 엄마를 불러오고 우리 엄마도 땀에 저린 수건을 목에 걸고 노랗게 뛰어오고 상황이 북새통이었다.

엄마가 바지를 내려보더니 아이고 이 게 왠일인고! 하며 고무라운 자식의 물 같은 엉덩이에 누렁이의 잇빨자욱을 보고 흐르는 피에 기암을 하셨다. 분숙이 엄마가 된장을 재빠르게 잇빨자욱을 부비고 웅크리고 있는 누렁이의 털을 가위로 잘라 상처 부위에 붙이셨다. 개에 물리면 광견병 방비라면서 반드시 물린 개의 털을 상처부위에 붙여야한다니 붙였다. 그 일이 있고 나서부터 분숙이네 집은 발을 끊었다.분숙이가 싫어서가 아니라 누렁이가 무서워서였다.


집집마다 개가 주인처럼 있었다. 김치도둑 쌀도둑 술도둑 닭도둑 소도둑, 그 시절 참 도둑들이 많았다. 그러니 그 것을 지켜내는 것들이 오직 멍멍이들이었다. 그렇게 지켜내도 간밤에 도둑 맞았다는 초가들이 많았다. 궁핍하고 척박했던 시절 사람과 같이 했던 누렁이들, 오뉴월이면 사람에게 燒身供養으로 일생을 마감했다.


동네가 조용하다. 누렁이가 없기 때문이다. 정다운 개소리가 듣고 싶다. 새벽닭 우는 소리도 마굿간 음매하던 송아지 소리도 그립다. 정다운 그 소리들은 언제 다시 찾아올까.


리모콘을 들면 정말 듣기 싫은 사람소리가 들려온다. 분명 우리의 개소리는 아니다. 개소리는 우리의 영혼처럼 맑게맑게 남아있다. 누렁이의 영혼의 소리를 듣고 싶다. 멍멍머어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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