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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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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9회 작성일 24-04-08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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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생각 




지금은 벚꽃의 계절이다. 전국이 벚꽃으로 들썩이고 개나리 진달래 산수유등은 그 이름이 벚꽃 때문에 완전히 묻혀 버렸다. 집 앞의 담벼락에는 샛노란 개나리꽃이 일주일째 날 좀 봐달라고 통사정을 하지만 주위의 화려한 벚꽃 때문에 그 안색이 노랗다. 바야흐로 벚꽃의 계절이다.


학교가 파하고 정순이와 약속한 호떡집으로 갔다. 고3인 내가 여고2년생인 정순이를 안 것은 그 해 봄 벚꽃이 눈처럼 하얗게 온 시내를 다 덮을 정도로 흐드러져 있을 때 시문화원에서 주최하는 백일장 대회에서였다. 정순이는 시를 썼고 나는 수필을 썼다. 남녀 학생들이 섞여 옹기종기 나무 밑에 모여서 작문들을 하였는데 우연히 정순이가 내 곁에 앉아 지우개도 빌려주고 연필도 주고 받고 하면서 한 살 위인 나를 오빠처럼 대해 주었다. 그 시절이야 교복을 입고 다녔으니 교복깃에 학년 표시가 된 뱃지를 보고 오빠 대접을 한 것이었다. 정순이와 나는 각각 그 대회에서 입선을 했고 어디 사는지 물어 보니까 학교옆이라 했고 학교가 파하면 나는 미리 나와서 정순이가 나오는 교문을 멀리서 지켜보며 손을 흔들어 근처 호떡집으로 갔다. 다 무너져가는 초가를 허물어 문간쪽에 가게를 냈으므로 허술한 뒷켠의 공간들이 젊은 청춘들이 잡담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그 시절은 정순이가 꿈이었고 정순이가 나의 미래였다. 사흘이 멀다 만나댔으니 벚꽃이 바람에 흩어질까봐 노심초사 하던 신나는 봄날이었다.


벚꽃이 바람에 쓰러지고 그 이듬해에 나는 서울로 정순이는 고3으로 진학을 하였다. 새로운 캠퍼스문화에 적응하느라 청춘은 신기한 미래를 흐르고 있었고 벚꽃이 바람에 흩어져 기억이 점점 희미해지고 봄바람이 지쳐갈 때 우리는 그 짧은 열정이 정순이는 귀여운 동생으로 남기 시작했고 목련이 간간이 떨어지며 소식을 전해 주기도 하였다.


봄이 되면 조선왕궁이 있는 비원과 창경원의 밤 벚꽃놀이도 일감이었다. 왜놈들이 신성한 왕궁을 훼손하고 민족의 정기를 끊으려 동물원을 만들었다는 것을 후에 알았지만 뜻 절 모르던 시절 봄이면 으례히 야사쿠라 놀이를 갔다. 과동급생들과 밤이 이윽토록 술을 마시며 벚꽃 아래서 청춘을 달궈내고 그 날 먹은 음식을 화장실에 다 토해내고서야 벚나무에 기대섰다. 벚꽃의 향기에 취해 사람의 물결에 취해 그 해 봄은 또 그렇게 기울어졌고 우리들의 청춘도 시들어져 갔다.


나는 이따금 내가 벚꽃 같은 성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너무 쉽게 달아 오르고 너무 쉽게 지는 것은 벚꽃과 흡사해서 저 화려하고 찬란한 흰색이 가끔 눈에 거슬리기도 하다. 벚꽃이 늦은 봄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지듯이 화르륵 피었다가 근기 없이 지는 내 성격이 오버랩 되어 벚꽃이 지는 것이 한심스럽다. 그래도 나는 벚꽃을 사랑한다. 그 눈부신 하얀색을 흠모한다. 오랫동안 기다렸다. 나를 지나간 모든이들 그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이 벚꽃이 피면 나를 찾아온다. 한 잎 한 잎 떨어지는 옛 추억이 두 볼에 다정하다. 문득 봄이 울컥 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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