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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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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0회 작성일 24-04-0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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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사전에 중국요리의 하나라고 쓰여 있지만 사실은 100여년 전 중국의 유민들이 인천에 머물면서 한국인의 입맛에 맞추어 개발 된 음식이다. 긴 세월 동안 수 많은 변천사를 겪었겠지만 자장면이 짜장면이 되고 짜장면이 간짜장으로 업그레이드가 되고 해물짜장 쟁반짜장등으로 장족의 발전을 이루어 냈다. 하지만 요즘의 짜장면들은 옛날의 구수한 짜장맛과는 좀 다른 것 같다. 감자를 토막토막 썰어 넣어 걸쭉한 짜장에 휘휘 비벼 한 젓가락 가득 입에 넣고 쌈박하고 달콤한 단무지 하나를 베어 물면 그 식감이란 대한민국 사람은 다 안다. 한 두 번 씹다가 미끈하게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면발이 고단한 하루를 채워 주었다.


운동장에서는 신라문화제를 위한 시가행진 연습을 하는 학생들로 먼지가 뽀옜다. 신라의 화랑들이 창을 들고 길게 줄을 서고 행렬의 맨 앞에는 화랑관창으로 뽑힌 동급생 정규가 표정도 엄숙하게 수레에 타고 있었다. 고등 2년생인 정규는 인물도 훤하지만 키가 나 보다 20센티나 큰 180을 넘는 훤칠한 키 하나로 관창으로 뽑힌 것이었다. 그 시절 여고에서는 미모와 맵시를 보고 대표화랑과 견줄 수 있는 신라의 대표 여인상인 원화를 뽑았다. 요즘음으로 얘기하면 미스터 신라와 미스 신라를 뽑는 것이었다.

정규는 근엄한 표정으로 수레 위에 앉아 있기만 하면 되지만 우리 같은 병졸들은 목창을 들고 하루 종일 열을 맞추어 운동장을 돌아야 했다. 줄이 어긋나고 목창의 횡선이 맞지 않으면 학생부장인 체육선생이 어느 새 뛰어와 지휘봉으로 옆구리를 찔러댔다. 보름도 더 남은 신라문화제 때문에 수백 명의 학생들이 교과시간이 끝나면 해가지도록 시가행진 연습을 했다.


거리에는 만장이 휘날리고 가로의 수 많은 시민들이 손을 흔들고 노랗게 물든 플라타너스가 길게 뻗은옛 신라의 저자거리를 행진을 했다. 병졸들의 두 눈은 엄숙했고 보무도 당당하여 앞만 보고 내 딛는 발걸음이 더욱더 엄중했다. 이제 법원 거리를 지나 모교가 보이는 사거리를 지나면 한 시간 정도의 행진이 끝나는 데 우리의 관심은 이 엄숙하고 화려한 신라문화제의 시가 행진이 아니었다. 시가행진이 끝나는 학교 앞에서 나눠주는 식권에 온통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다. 오후 1시부터 한 시간여를 걷다보니 돌도 씹어 소화할 나이에 배에 꼬르륵하는 기별이 온 지 오래고 오로지 식권 하나에 짜장면 곱배기한 그릇이 눈에 아른거려 하마터면 뛰어갈 뻔 했다. 배가 고파 화랑이고 원화고 문무대왕이고 선덕여왕도 별로 관심이 없었다. 길고 긴 시가행진이 끝났다.


로터리에 있는 중화반점이 맛있어 보였다. 식권을 받은 학생들이 길게 줄지어 늘어서고 이마에 땀을 훔치며 짜장면을 기다렸다. 얼마나 기다렸던 짜장면인가. 그 시절은 짜장면 한 그릇 먹는 것도 무슨 가족의 행사가 있던가, 특별한 날이 아니고는 쉽게 접할 수 없는 귀한 음식이었다. 참으로 지루하고 견디기 힘든 시간이 지나고서야 우리 차례가 돌아왔다. 화랑인 정규와 마주 앉은 우리는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짜장면 한 그릇을 놓고 굶주린 짐승의 눈길로 젓가락을 들었다. 허무하게 짜장면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아쉬운 마음에 다꾸앙을 두 세번이나 추가를 해서 먹으니 주인이 눈을 부라린다. 짜장면은 역시 다꾸앙 아닌가. 다꾸앙을 먹으러 중국집을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나는 다꾸앙을 사랑했다. 달콤 쌉살한 노오란 다꾸앙,지금이야 국어로 바뀌어 단무지라 부르지만 나는 다꾸앙을 좋아했다.


집사람이 짜장면을 좋아해서 가끔 차를 타고 짜장면을 먹으러 간다. 아주 큰 중화요리집을 찾아가도 부부는 탕수육과 짜장면을 주문한다. 짜장면이 많이 변했다. 콩도 들어가고 오이도 썰어 넣어 준다. 내가 좋아하는 감자는 없다. 그져 씹기 힘든 고기만 들어 있다. 한 입 꿀꺽하던 그런 맛이 안 난다. 그져 끄적끄적하다 일어선다.


짜장면 좋아하던 훤칠한 화랑관창 정규도 작년에 저 세상으로 갔다. 그 곳에서 옛날 우리가 그리도 먹고 싶었던 짜장면 곱배기 실컷 들었으면 좋겠다. 노오란 단무지도 원 없이 들었으면 좋겠다.집 앞 담장에 개나리가 샛노랗다. 이래저래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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