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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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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회 작성일 24-04-13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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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묘




청명 한식이 주일이나 넘었는 데 정신이 게을러 암곡에 있는 어매 산소를 차일피일 하고 있었다. 하머나하머나 해 보지만 몸이 무거워지면 그래 내일 가지 모레 가지 하면서 갚기 싫은 빚처럼 자꾸 늘어진다. 자동차로 30분이면 가는 거리인 데도 불구하고 마음은 300리 같다.


아침 일찍 주과포를 간단히 준비하고 저분과 술잔을 준비하여 종이가방을 챙기는 데 폰이 파르르 방정맞게도 울렸다. 폰에 뜨는 이름을 보니 불국사 사는 막내 여동생의 전화였다. 서울서 딸이 내려와 할머니 산소를 들리고 싶다고 해서 시간이 되면 오빠랑 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도 놀래서 아침부터 어매 산소에 가려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더니 아! 그러셨구나 하면서 음식은 다 자기가 준비할테니 몸만 오시라는 것이었다. 고맙기도 하고 텔레파시가 통했나 싶기도 하고 그러마 하고 암곡으로 출발했다.


어매는 작년 여름에 한 많은 세월을 등졌다. 서슬 시퍼런 시어머니와 불칼 같은 성격의 18대 종손인 남편의 등살에도 끝까지 살아 남았다. 인생의 승리자는 결국 끝까지 살아 남는자의 승리라 했던가 어매가 최종 승리자가 되었다. 우리 남매 모두는 마음으로 부터 우러나오는 박수를 보냈다. 너무나 처절한 인생을 사셨기에 누구보다도 값진 승리(?)였다. 비록 말년에 거동이 힘들어 요양병원 신세가 되어 비록 그 빛이 바래긴 했지만 최종 승리자로 살다가 가셨다.


비탈길을 헐떡이며 오르고 산소의 언덕에 오르니 온 세상이 봄빛으로 연두색이다. 하늘은 높아 종다리 높이 뜨고 하얀 구름은 어매의 마음처럼 곱다. 가져온 제수를 풀어 진설을 하고 엎드릴 매트를 길게 편다. 제수가 아주 신식이다. 서울에서 온 손녀가 외할머니께 선물로 준비한 제수라 무어라 지청구도 못하고 미소만 씁쓸하다. 초코릿가루가 까맣게 뿌려진 케이크하며 지가 음복으로 마실 요량인지 저알콜 병맥주를 내어 놓는다. 집에서 준비하던 소주를 들고 올 걸 하면서 잠간 후회를 해 보지만 그래 시대를 원망해야지 저 아이가 무슨 죄가 있을까하는 생각에 생각이 묻혀 버렸다. 게다가 여동생이 이색적으로 향과 향로를 꺼내 놓는 데 내가 아연하며 향로도 같고 왔어? 하며 놀라니 오빠 제사 지내는 데 향로도 필요한 것 아냐 해서 또 한 번 놀라고 내 짧은 생각이 송두리째 몸을 낯춘다. 참신을 하고 분향을 하고 향을 정성스럽게 향로에 꽂고 헌관에게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붇는다. 그런데 반쯤 찬 술잔을 생질녀가 드라마에서 보았는지 어디서 보았는지 향로위롤 빙글빙글 오른쪽으로 한 없이 돌리고 있었다. 채희야! 술잔을 그만 돌리고 술잔은 오른쪽으로 돌리는 게 아니야, 향이 피어 오르면 할머니를 부르는 것이고 술잔은 왼쪽으로 세 번만 돌리면 돼! 그리고 왼쪽으로 돌리는 건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리는 것이니 할머니가 살아 계셨던 시절로 되 돌아가 할머니를 추억 하자는 의미이지. 아 외삼촌! 그런 뜻이 있었네요! 하며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다. 생전에 제일 사랑을 많이 받았던 외손녀라 고 것이 어디서 고런 향념이 돋아났는지 생각할 수록 기특하다.어쨌던 여동생과 생질녀와의 화려한(?) 성묘제가 심적혼란 속에 즐겁게 막을 내렸다.


앞으로 조상을 찾아 이렇게 성묘라는 것이 이어지기나 할까? 이런 제례문화도 우리가 마지막 세대가 되는 것은 아닐까? 성균관에서도 너무 의식에 치우친 허례는 근절하자고 했다. 시대에 손을 든 것이다. 조율이시 홍동백서 두동미서 주과포혜 이런 말들이 역사속으로 영원히 사라지는 것인가? 우리 고유의 유일한 문화인데 윤리의 출발이고 인성의 출발인데 두고두고 아쉬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성당이나 절에 다녀오면 마음이 편안하다. 그렇듯이 나는 먼저 가신 先代의 산소에 다녀오면 마음이 편안하다. 그래서 수시로 마음이 심란하면 산소를 찾는다.사람이 다 마음이 편하자고 사는 것이 아닌가. 우리가 죽으면 다 어디로 가나? 갈 곳은 오직 한 곳이다. 부모님 곁이고 선조의 곁이다. 뜻절 모르고 깨춤들을 추고 산다. 이제 그 거친 숨결들 멈추고 하늘 한 번 쳐다보라. 거기 부모님이 미소지으시고 선조님들이 웃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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