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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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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5회 작성일 24-04-1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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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갈이 





나는 밤새 맛있게 씹으며 잠을 잔다. 어떤 때는 종이도 참 맛있다. 벽지도 맛있고 오지어 다리도 참 맛있다. 메뉴가 다양해서 맛있지 않은 것은 어디에도 없다. 가끔 맛있게 씹다가 영화라도 보고싶다. 그런 생각이 들면 기다렸다는 듯이 영화가 펼쳐진다. 벽지를 씹으며 보는 영상은 꿈결 같다. 지독한 영화라는 느낌이 들때쯤 새벽이 찾아온다. 잇빨이 얼얼하고 하루가 퀭하다.


그저께 따블백을 짊어지고 자대 배치 된 공이병이 들어왔다. 훈련소에서 얼마나 시달렸는지 얼굴이 새까맣게 탔다. 침상 끝에 앉아 군기로 꼿꼿한 자세가 굳어진 불안한 얼굴로 생소한 내무반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 하며 지치고 새까만 공이병을 푹 쉬게 하려고 내무반장인 나의 배려로 침상 끄트머리에 모포를 펴고 초저녁부터 취침을 하게 하였다. 바로 위의 사수들이 반대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지엄한 내무반장의 한 마디에 공이병은 길게길게 코를 고면서 늘어질대로 늘어져 버렸다. 가끔은 장단처럼 잇빨을 갈기도 했지만 얼마나 피곤하면 저럴까 하고 하해 같은 내무반장은 인자한 눈길로 바라보기만 하였다. 


밖에는 영하 이십도의 병영의 칼바람이 불어 댔지만 내무반은 조개탄으로 달궈진 난로가 안방처럼 훈훈해서 병사들은 제각기 안온한 꿈나라로 헤매고 있었다. 그런데 아까부터 싸그락 싸그락거리며 운율처럼 들리는 소리에 2층 귀빈석에 누워 제대날자를 손가락으로 꼽아가며 불면으로 지새던 지엄한 고참의 귀에는 무엄하기 짝이 없는 소음이 아닐 수 없었다. "야! 불침병! 거 이빨가는 놈이 누구야! 잠을 잘 수가 없네! "  난로대에 목을 걸고 졸고있던 안일병이 화들짝 놀라며 두리번거리더니 " 신참 공이병입니다! " 했다. " 야 무조각이라도 물려 놔! 잠을 잘 수가 없네 ! " 하고 뒤돌아 누워 버렸다. 


기상나팔이 불고 침상의 모포를 개고 있는데 아래층이 한바탕 왁자지끌 했다. 역시 우리의 주인 공 공이병이었다. 간밤에 그렇게 지독한 이빨갈이에 불침병이 반합에 있던 김치조각을 잇빨사이에 끼워 놓았는데 그것이 잘라져 벌건 입의 공이병이 침을 흘리며 황당한 표정으로 누워 있는 것이었다. 한바탕  아침점호가 떠들썩했지만 그 한겨울의 추억은 고참들의 장난도 있었겠지만 공이병의 황당한 표정은 50여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후에 명문대를 나와서 유명 건축가가 되어 만나 보기도 하였지만 그때 그 추억에 서로 빙긋이 웃기만 하였다.


나는 이갈이가 심하다. 언제부터인가 동료들과 여행을 가도 독방을 원한다. 동행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몸이 지치면 훨씬 더하다. 노년이 되니 더욱더 심한 것 같다. 요즈음은 달관이 되었는지 무엇을 씹듯하는 이갈이를 느낄 정도다. 질환인 듯 한데 그냥 살기로 했다. 간밤에도 새벽이 하얗도록 갈았다. 나른한 봄햇살에 마음마져 졸립다. 미세머지로 앞산이 보일듯 말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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