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마라 누임아 > 소설·수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소설·수필

  • HOME
  • 창작의 향기
  • 소설·수필

☞ 舊. 소설/수필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해당작가에게 있습니다.무단인용이나 표절을 금합니다

울지마라 누임아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1회 작성일 24-04-29 06:59

본문

울지마라 누님아 





이팝꽃이 쌀처럼 하얀 봄날에 종친 누님의 둘째아들 혼례식에 갔다. 홀로이 살아온 고된 삶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하늘은 맑고 청명하여 마음 또한 가벼웠다. 서원에서 하는 드문 예식이라 호기심도 나고 해서 좀 일찌기 서원을 방문했다. 서악서원이라는 현판이 큼직하게 눈에 들어오고 주차장 구석을 골라 차를 대니 벌써 와 있던 누님이 대문에서 뽀얀 한복으로 두팔을 벌리며 나를 맞는다. 


대문을 들어서면 詠歸樓가 있다. 門樓의 이름인데 학동들이 공부하는 곳인 時習堂만 바라보고 꼿꼿이 들어가다 그만 이마를 부딪히고 말았다. 겸손하여 머리를 숙이라는 말을 잊었는가 이마가 후끈 거렸다. 낮게 드리워져 있는 입구부터 가르침을 받으니 저절로 고개는 숙여지고 선현들의 지혜에 감복했다. 시습당을 돌아 징검다리 돌길을 너댓발 가면 사당이 있다. 명종 때 경주부윤이 신라장군 김유신의 공적을 기려 사당을 세웠는데 퇴계 이황이 일개 부윤이 제왕의 사당을 세울 필요가 있겠는가하고 반대를 했지만 그 후 경주유생들이 홍유후 설총과 문창후 최치원을 함께 합사하자는 의견을 모으니 퇴계 이황 선생께서 친필을 내려 西岳精舍라는 이름으로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아마도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이 아닌가 하는 기억이 희미하게 있다.


파아란 하늘아래 사회자가 신랑과 신부를 부르고 어디서 날아 왔는지 하얀 나비들이 신혼의 부부를 축복하며 날아 다닌다. 하객들의 표정이 만장한 가운데 청상의 누님이 뒤 늦은 막내의 결혼식이 흥감해서 그런지 먼저간 남편의 그리움 때문인지 훌적거리며 입장을 한다. 하필이면 더 슬퍼 보이는 희디흰 치마저고리인가 하고 생각이 스치는데 연신 손수건을 훔치며 자리에 앉는다. 옆에 앉은 늙은 시삼촌이 안절부절하고 신랑신부가 맞절을 한다.


스물 대여섯살 즈음의 누님이었던가. 그때야 스물이 넘으면 조기결혼이 다반사라 누님의 속마음은 봄햇살에 타오르는 진달래 같았을 것이었다. 내가 고향을 떠나 유학을 할 때 우리는 열심히 편지를 주고 받기도 하고 한 번씩 고향에 돌아오면 밤이 늦도록 미래의 삶을 미리 그려보기도 하였다. 먼 집안이긴 해도 집성촌이라 각별했던 누님이어서 흉허물이 없이 대여섯 살의 나이차이는 아무런 걸림이 없었다. 내가 누이도 없었지만 누님이 내게 너무나 각별해서 고등시절 과외가 끝나면 집보다는 누님의 집으로 향했다. 그런 것 때문에 어머니에게 꾸중도 많이 들었지만 그때는 누님이 전부였다. 


그런 누님에게 선이 들어왔다. 율동에서 과수원을 하는 착실한 농부였는데 처음엔 누님이 드디어 시집을 간다는 생각에 기쁘기도 했지만 낯 모르는 사람이 누님을 앗아간다는 생각에 하늘이 캄캄했었다. 서울에서 편지봉투를 뜯어보고 한참을 주책스런 눈물을 찔끔거린 기억도 있다. 누님도 아쉬워서 동생에게 소식을 먼저 알려줬으리라 생각하니 더욱더 마음이 아렸다. 그때야 집안끼리 서로 다 알아보고 완결단계에 마지막으로 대면을 하니 나이가 많고 적고 키가 작고 크고 재산의 많고 적고 성질머리가 고운지 포악한지도 모르고 집안의 어른들이 쑥덕쑥덕 구렁이 담 넘어 가듯이 그렇게 진행이 되었다. 그런 누님이 결혼을 하고 아들을 둘씩이나 낳고 아이들이 중학교를 졸업할 때쯤 그만 그 일 잘하던 손서방이 죽는다. 미혹의 언저리에서 청상이 된 누님의 앞날은 또 다시 칠흑의 미래가 되었다.


미혹도 한참 넘은 아들 부부가 홀어머니에게 큰절을 올린다. 젖은 손수건을 다시 훔치며 잘살아라하며 두 아이들을 껴안는다. 뜻 모르는 신부도 덩달아 운다. 봄햇살에 그 언젠가처럼 나도 따라 운다. 봄햇살이 반짝이고 백발이 쓸쓸하다. 아이들이 보고싶다.


추천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669건 1 페이지
소설·수필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669 김상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 0 05-08
1668
아내가 왔다 댓글+ 3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 2 05-06
1667 백지회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 0 05-01
1666 백지회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 0 05-01
열람중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 1 04-29
1664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 1 04-21
1663 p피플맨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 0 04-19
166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 1 04-17
1661 리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 0 04-14
1660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 1 04-13
1659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 1 04-09
1658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 1 04-08
1657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 1 04-04
1656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 2 04-03
1655 p피플맨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 0 04-01
1654 p피플맨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 0 03-26
1653 음악거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 0 03-21
165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 2 03-17
1651 음악거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 0 03-16
1650 음악거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 0 03-16
1649 세잎송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 0 03-16
1648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 0 03-16
1647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 2 03-07
1646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 2 03-05
1645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 1 03-03
1644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 1 03-02
1643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 2 03-01
164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 1 02-26
1641 안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 1 02-21
1640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 1 02-21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