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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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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3회 작성일 24-05-27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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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향연 





99881234라는 말이 있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앓는 시늉을 하다 자식들 불러다 그 동안의회포를 조모조목 다 얘기하고 드디어 임종하는 것을 가장 바람직한 죽음의 길이라 안내하고 있다. 말 그대로만 된다면 더 이상 이상적인 죽음이 세상에 또 있으랴. 다 희망사항이고 허황한 흰소리임을 눈치 빠른 늙은이들은 새벽같이 다 안다. 삶의 의욕이 강한 노인일 수록 눈빛이 빛나고 좀 산다는 노인일 수록 얼굴에 마구 손을 대어 일본의 가부끼좌의 연극배우들처럼 하얗게 화장을 하고 다녀 주름이 온데간데 없다. 80 중반도 넘은 아는 형님은 가끔 만나면 누군지 어색해서 얼굴을 찡그려야 안색을 확인을 하고 인사를 할 정도다. 아무리 자기만족이라지만 좀 과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저께 친구가 저승으로 갔다고 태연하게 말하는 형님을 보면서 등 뒤에 어른거리는 죽음은 죽어도 보일리 없다. 그래도 형님의 주장은 확고하다. 당장 내일 아침 무지개다리를 건너더라도 자기는 자기식대로 살다가 간다고 한다. 몇년 전 먼저 간 형수님은 잊은지 오래고 자식들도 아예 멀리하고 산다. 오로지 나만 건강하게 잘 살다가면 그만이었다.


60초반대의 근육을 자랑하고 걸음도 청년처럼 걸으니 형님의 사전에는 죽음이 없다. 그러니 아예 죽는다는 생각이 없는 것이다. 사실 80중반이면 세포가 많이 죽어가고 단백질이 홀쭉해져 앙상한 장단지가 무시로 허물허물해지며 목주름이 굵게 요동을 치면 아이고 이제 글렀네 하고 포기가 따르는 나이다. 그렇치만 청년처럼 사는 형님이 병약한 나의 입장에서는 요샛말로 최고 로망이기도 하다.


늘 아홉시면 알천 골프장에 출근하다싶이 하며 도장을 찍던 형님이 이틀째 조용하다. 지인과 고개를 갸웃하며 라운딩 내내 궁금하여서 쉬는 시간이 오자마자 폰을 들었다. " 여보세요~~" 목소리가 거의 죽었다. "머해요 형님! 운동하러도 안 오시고! " " 나 병원이야 ~~!" " 병원 ?! 왜요? " 다급하게 묻는 내 목소리에 한참을 뜸을 들이다 한 마디 하신다. " 나 엊그저께 저녁에 목욕탕에서 쓰러졌어! 야들이 고관절이니 뭐니 해서 검사한다고 나를 죽이네! " " 상태가 안 좋습니까? " " 몰라! 고관절에 금이 갔으면 이제 끝이지 뭐! " 요즘 노인들은 홍수 같이 쏟아지는 건강정보에 웬만한 돌팔이 정도급 의학상식은 갖고 있는 시절이니 자기가 자기병을 진단하고 처방까지 단호하게 내린다. 워낙이 건강체질이시라 상상을 못했지만 늘 저 나이에 과분하다할 정도로 설쳐대시는 걸 걱정하던 차였던터라 근심이 가중 됐다. 죽음이 이토록 가까이 있는 데도 사람들은 늘 자신을 과신한다. 그 것도 욕심일게다. 나도 그런 물건이기에 이 사태를 절감한다. 살금살금 조심조심 살아 보겠다고 다짐을 하지만 萬事分己定이란 말이 있듯이 그져 분수대로  사는 것이 정답이다.


고지혈증약 당뇨약이 떨어져 병원으로 간다. 허리도 우지끈하여 정형외과도 둘러 볼 예정이다. 밤새 오던 비가 그쳤다. 하늘에 흰구름이 남아있지만 쾌청한 초하의 날씨다. 오늘도 내일도 건강도 맑은 하늘 같았으면 좋겠다. 죽음이 어깨동무를 하더라도 반갑게 살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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