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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자야 영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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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5회 작성일 24-07-1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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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자야 영자야 





이모네는 장재버들에서 소문난 大農이었다. 조그만 마을의 앞들에는 거지반이 이모네 논밭이었다. 마을로 들어가려면 이모네 땅을 밟지 않고선 지나갈 수가 없었다. 오리 남짓대는 양지마을에서 장재버들로 시집을 온 이모는 大農家의 맏며느리가 되어 청상의 시어머니와 함께 가문을 이끌었다. 아담하고 당찬 이모가 혼례를 올릴 때 남편은 대구에서 사범대를 다니고 있었고 그 와중에도 한 해 두 해 걸러 아이들이 태어났다. 4남매의 막내가 태어날 무렵 임용고시 자격증을 받고도 발령을 못 받아 늘 시름에 빠져 있던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 내일부터 읍내에 있는 고등학교로 출근할 것 같애! 저녁에 친구들 만나 술 한 잔 하고 갈테니 먼저 주무시구료! 하고는 들뜬 목소리의 전화가 딱소리가 나도록 끊었다.

 

홀어머니가 덩실덩실 춤을 추었고 이모도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뻐하였다. 자정이 늦도록 이웃들의 축하인사는 계속되었고 버지기에 가득한 막걸리가 바닥을 끌고 그믐달이 기울어지고서야 이모는 살림방인 갓방의 불을 끄고 누웠다. 달뜬 마음에 이모도 잠은 쉬이 오지 않고 이리뒤척 저리뒤척 하고 있는 데 한 식간이나 지났을까 꿈결에 들리는 듯 누군가 영자 엄마! 영자 엄마! 하고 허공을 찟는 소리가 이른 새벽을 갈랐다. 허깨비처럼 공중잽이로 일어난 이모는 맨발로 문을 열고 뛰어 나갔다.


기막힌 사고였다. 하늘이 노랗게 물든 사고였다. 읍내에서 친구들의 임용축하연으로 만취가 된 이모부가 자전거를 타고 오다 장재버들입구 배반길 신작로에서 트럭에 부딪혀 즉사를 한 것이었다. 오종종 아이들을 두고 맨발로 뛰어나간 이모는 그자리에서 혼절을 했고 무심한 하늘은 저 혼자 빙빙 돌고 있었다. 이 무슨 운명의 팔자란 말인가, 집안이 삽시간에 검은 구름이 엄습하고 있었다. 고택의 기둥이 기울어지고 있었고 뻐꾸기 새끼 같은 아이들도 파랗게 질려 있었고 장녀인 영자도 기막힌 슬픔을 아는지 꺼이꺼이 울고 있었다.


맏이인 영자는 시골소녀 답지않게 하얀 피부에 서글서글한 미소가 귀여운 여고생이었다. 내가 가끔 이모네에 놀러라도 가면 오빠 오빠하고 참 이무로운 동생이었다. 너는 크면 미스코리아 나가도 등수안에 들겠다하면 오빠 동생이니까 그렇지 하면서 수줍은 볼우물을 감추기도 했다.하얀 카라에 까만교복을 입은 영자의 모습은 애비 없이 자랐어도 여장부가 된 이모의 지극정성이 느껴질 정도로 둥근달처럼 아름다웠다.


한동안 잠잠하던 이모댁에서 마른날에 날벼락 같은 소식이 들려 왔다. 장녀인 영자가 어머니를 도우려 마굿간에서 소죽을 쑤다 소죽솥에 엎어져 간질증세로 일어나지를 못했다는 것이었다.세상에 이럴 수가! 귀를 의심했고 눈앞이 캄캄했다. 믿고 싶지 않았다, 얼굴은 물론 상부화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으나 대책이 무대책이었다. 그 곱던 영자가 그 미소가 둥글던 영자가 화상이라니 꿈만 같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모가 내가 죄 많은 년이야! 내가 기구한 팔자를 타고나서 남편을 잡아 먹고 그것도 모자라 자식들마져 잡아먹는 년이야! 하고 벽을 치고 악을 쓰는 곡소리가 허공에 흩어지고 있었다.


오빠가 귀향했다고 영자가 엄서방과 함께 인사를 왔다. 형님! 오랜만이지요 참 많이 늙었네예,우리 결혼식 때는 청년 같았는 데! 자네는 나 보다 나이가 많은데도 꼿꼿하다야! 마누라 잘 만나서 그런가! 하고 너스레를 떤다. 처가쪽 논 몇 두락을 떼주고 데릴사위 엇비슷하게 붙여 놓은 부부라 처음에는 참 말도 많았다. 얼굴에 화상의 흔적을 평생 갖고 살아야 할 영자의 새까만 심정을 홀어머니는 알았을까, 당신 눈 감기전에 짝이라도 만들어 놓고 죽으려고 시도한 혼사가 구구절절 곡절도 많아 짝을 묶어 주던 그 끝물에 이모는 저승으로 떠났다. 일흔이 가까워진 영자의 얼굴이 참 이쁘다. 수하에 아들 둘이 다 의사를 하고 있고 잘 살아줘서 영자가 참 이쁘다. 영원한 내 동생이기에 머리칼로 얼굴을 가려도 옛날의 달덩이처럼 하얀얼굴로 웃는 영자가 이쁘다. 엄서방! 마누라에 잘해 주게! 요즈음은 여차하면 남자들이 소박받는다 그러잖아! 특히 자네나 나나 그간 지은죄가 산더미 같으니 마누라를 잘 모셔야 하네! 


영자도 술이 취해서 오빠가 내려와서 참 좋아! 하고 형님! 술맛 참 좋심니데이 하고 엄서방이 눈을 뒤집는다. 그래 우리 얼마 남지 않은 인생 잘 함 살아보세! 하고 권주하며 이 세상에 하나뿐인 사랑하는 영자씨! 하고 그 다음 가사를 몰라 엄서방을 쳐다본다. 모가지 꺾인 엄서방의 어깨를 슬며시 감싼다. 엄서방의 어깨가 참 왜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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