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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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여인
서출지는 매일 아침 산보처럼 걷는 연못이다. 특히 오늘 같이 물안개라도 자욱히 내린 아침에는 자다만 부시시한 얼굴로(누가 보는 사람도 없으니) 연꽃을 바라보며 걷는 못둑이 그렇게 정겨울 수가 없다. 수련이 핀 정자 가장자리에는 개구리 울음도 있고 이따금 물방개가 배를 뒤집고 수련 이파리에 버둥대다 사라진다. 갈대 같은 줄들이 병정처럼 서 있는 물가에는 붕어들이 아침을 헤집는지 바람도 없는 연못에 이리저리 춤을추고 혹시나 해서 한참을 들여다 보면 팔뚝만한 실루엣이 눈 앞을 지나간다. 연꽃이 주인이었던 연못이 수련과 줄과 잡풀에 밀려 여기저기 흩어진 채로 겨우 한 두송이 피우며 삶을 영위하고 있다.
해 걸러 한 번씩 늦가을이 되면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못에 물을 빼며 잡풀을 뽑아내고 얽힌 연뿌리를 정리하며 씨알 성실한 잉어 붕어를 다시 띄워 못을 재정비 하였다. 그 날은 온동네의 잔치가 벌어지고 저녁 늦게까지 풍물을 두드리며 마을의 복운을 빌었다. 못에 물이 반쯤 넘어 빠지기 시작하면 고기가 얼마나 많았던지 석자나 되는 소쿠리를 질질 끌고 오고 소구유마저 들고 나와 그물로 쳐올린 고기들을 바가지로 퍼 담는 것이었다. 그렇게 모인 고기들은 각 초가마다 들고 온 다라에 공평히 나누어주고 동리는 오랫동안 어탕이니 회요리니해서 난리법석도 아니었다. 물론 못주인인 종택도 손자들까지 입에 붕어즙 냄새가 나도록 먹기도하고 나중에 밭에 부어 버리다가 9대 독자가 혼줄이 나기도 했다. 그 때 먹은 과량의 붕어즙 때문에 칠순이 훨씬 넘도록 별탈 없이 사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과연이라는 생각을 했다.
못둑 은행나무 곁에서 몇몇 여인네들이 사진기를 들고 못가에 핀 연꽃을 찍고 있었다. 물안개 위로 부처님 웃음 같은 연꽃들이 송이송이 미소짓고 있었다. 새벽부터 고생 많으시네요 하니 네네하며 사진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내 아는 사진작가님도 얼핏 떠올라서 어디서 오셨어요 하니 포항에서 새벽 일찍 왔다고 했다. 참 대단한 열정들이다. 못이 너무 초라해서 죄송합니다. 내년에는 새로운 도면대로 못을 개보수한다니 다시 한 번 들러 주십시오 하고 물러섰다. 문화 유적지라 개인소유라해도 하명에 따를 수 밖에 없다.
한 여인이 정자안을 좀 보여줄 수 있나요 한다. 그러지요 하고 오래된 대문을 삐거덕하고 열어 젖힌다. 400년의 숨결이 대청에 고요하고 스며있는 전설과 편액을 일일이 돌아본다.연화석 앞에서 별채의 난간을 찍기도 하고 물 위에 뜬 돌기둥을 신기한 듯 부지런히 카메라가 움직인다. 마루 끝에 앉아 생각에 잠겨 보기도하고 옛향기에 젖어 잠시 인생의 행로를 접기라도 한 듯,한가한 마음들이 보인다. 일행중 한 사람이 야! 불국사도 가야지! 하니 잠에서 깬듯 일제히 서두는 모습이 군에서 긴장한 채로 잠든 오분대기조의 모습이 떠올라 설핏 웃음이 난다.
아침 햇살이 물안개와 치열하게 싸운다. 용트림하는 물안개 위로 아직 집을 짓지 못한 제비들이 근심으로 날으고 햇살은 윤슬따라 물안개를 걷워 올린다. 하루가 셍각보다 잔잔하다.
댓글목록
안박사님의 댓글

#.*계 보 몽* 詩人님!!!
"詩`마을"에서,"몽"詩人님의 詩香을 感味하면서..
"소설&수필`房"에서,詩人님의 隨筆도 즐感합니다`如..
"계보몽"詩人님의 人生經驗하신,隨筆을 感動으로 吟味여..
"몽"詩人님!장마`날씨에,疲害가 없으시길..늘,健康+幸福해要!^*^
(P`S:"서울`病院"에,다녀오셨군`如!"몽"詩人님의,快兪를 祈願해요.)
계보몽님의 댓글

안박사님 안녕하세요
습작의 난필에 늘 공감해주시고 흔적 남겨주시어 고맙습니다
원행의 병원 순례길에서 이제야 돌아 왔네요
예전의 모습으로 다시 뵙게 되어 감사드립니다
늘 건안하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