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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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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63회 작성일 24-08-26 08:29

본문

​종교의 자유 





오빠가 이번 간증에 참여해 주면 참 고맙겠어요. 서울에서 내려 오시는 유명한 목사님인데 주님의 은혜가 오빠와 함께했으면 원이 없겠어요. 꼭 한 번 들러 하느님과 함께해 주세요.제발 부탁이에요 오빠!


포항에서 자그마한 언덕에 손수 지은 조그맣고 예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미대나온 이종여동생에게서 폰메일로 네 번째 받은 문자메세지다. 여행사를 운영하다 술 좋아하는 남편을 일찌감치여의고 독실한 크리스찬으로 홀로이 살아가고 있다는 소식을 십여 년  전에 들었다.내가 귀향을 하고 한 번인가 찾아갔더니 홀 전체를 신세계처럼 꾸며 놓고 엔틱한 컬러의 치렁치렁한 커튼이 유럽의 어느 대저택처럼 늘어져 한옥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도저히 소화불량이었다.복장도 하느님 곁에서 노니는 천사의 날개처럼 입은 짧은 드레스에 머리까지 땋아 내렸으니 60 노인이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짙게짙게 드리워지고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시작한 하느님과 주예수님의 얘기에 무관심의 하품이 크게 찢어졌고 어린양에 대한 구원의 손길은 길게길게 이어졌다.


내가 금오산 기슭에 살고 여동생이 건너편 배반의 장재버들에서 살았으니 어릴 때는 왕래가 잦았다. 여동생이 오면 할머니를 따라 안산에 있는 관음사에 들러 손을 모아 삼배를 하기도 하고 부처님을 만져보기도 하면서 불향에 젖기도 하였다. 그 시절 향토 정서는 서라벌이 불국정토의 나라이다보니 너 나 할 것 없이 집에 불단을 조성하고 매일 새벽 할머니의 요롱소리에 잠을 깨곤 했다. 내가 초등이 될 무렵 천수경 절반을 흥얼거릴 정도로 염불은 생활의 일부처럼 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요즈음에야 십자가가 밤이면 별처럼 빛나는 시절이 되었지만 그 시절은 교회나 성당가는 것이 남의 눈을 의식하면서 조심조심 다니는 그런 세월이었다.

 

나는 동생의 신앙을 존중한다. 내가 동생의 신앙을 존중하듯이 동생도 내 영혼을 존중해줬으면 좋겠다. 내가 불심이 강한 것도 아니지만 새로운 구도의 길을 가기에는 삭신과 정신이 하얗게 바래졌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여동생이 오빠가 나이 들어가면서 하느님의 소리를 듣고 영혼이 평화롭고 은혜로운 삶을 살아가기를 소원하는 동생의 갸륵한 마음을 내가 왜 모르랴. 구구절절 구원의 온정이 넘치는 동생의 숨소리를 외면하는 차가운 오빠의 마음은 더 차갑다.


이제는 누워 있으면 부처님과의 대화도 들리고 하느님도 늘 가까이 있는 것 같아 이리 뒤척이면 하느님이고 저리 뒤척이면 부처님을 만나는 그런 나이다.내 아는 작은 지식의 세계도 헷갈리기 일쑤고 이게 옳은 건지 저게 옳은 건지 갸우뚱하며 사는 세월이다. 종교야 학문은 아니겠지만

지병에 짓눌리어 조석으로 변해가는 육신을 보며 하느님의 은혜로운 목소리나 큰스님의 법어도 건강이 있을때 眞言이구나 하는 깨달음이 무시로 감돈다.


좀 서늘해지고 기력이 좀 일어나면 여동생을 찾아가려 한다. 둘이 마주보며 따듯한 라떼 한 잔을 하고 싶다.종교는 차치하고라도 자유로운 영혼으로 초등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특별히 10년이 넘어 숙성된 와인 한 잔을 따뤄 주고 싶다. 혼자서 외롭게 살아가는 여동생에게 하느님의 감로주를 한 잔 따뤄 주고 싶다. 그래서 얼굴에 드리워진 남편에 대한 그늘을 걷워 주고 싶다.


담 넘어 배롱화가 유난히 붉다. 햇살이 뜨락에 자욱히 내리는 아침이다.

추천3

댓글목록

cheongwoon님의 댓글

profile_image cheongwoo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성들여 솔직담백하게 올려주시는 모든글을 읽고
느끼는것도 많고, 배울것도 많다고 생각되네요.
항상 건강하시기 기원드립니다.

은방울꽃화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은방울꽃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종교의 자유 잘 읽었습니다.
저는 아들만 둘 인데, 둘 다 결혼했고요.
문제는 큰아들이 기독교에 매우 열심이어서 명절이나 남편 제사 때 입니다.
그래도 저는 우리나라 관습에 따라 차레상을 마련해서 큰아들 가족은 서서 기도 하구요.
작은 아들만 절을 합니다. 그림이 참 아름답지는 않지만, 그니마 모일 수 있는 날이 많지 않기에
모른척하고 차레 지내고 같이 밥 먹습니다.
공감되는 글이기에 부끄럽지만, 댓글 달아봅니다.

계보몽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여늬 가정이나 흔히 있는 모습들이죠
둘 다 출가한 것만 해도 선생님의 복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참 아름다운 그림 같은데요
영혼이 자유로와야 인생의 향기를 누리며 사는 것 아니겠습니까?

공감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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