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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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를 흔히들 2인3각 경기로 비유 한다. 한 사람이 조금만 타이밍을 놓쳐도 그만 넘어지거나 다치기 일쑤다. 우리네 부부사이가 거지반 그런 상태로 살아가는 것 같다. 말 한 마디도 노심초사 해야하고 젊은 시절 그 당당하던 기백은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최대한 눈치를 보며 어부인의 기분을 맞추느라 스스로 알아서 기는 형국이 요즈음의 본인의 처세다. 다 지은 업보가 무거워서 그러려니 하고 짧은 세월 그져 편하게 사는 게 최고다 싶어 下心하고 초연하게 산다. 그러니 옛날 그 무감각했던 아내에 대한 촉각이 느지막히 살아나 은근히 스트레스가 되고 또 다른 싸움의 빌미를 주기도 한다.
초등시절 운동회 때 짝꿍과 2인3각 달리기에서 일등을 한 적이 있었다.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만장하고 만국기가 펄럭이는 운동장을 우리는 피부를 부비며 50미터를 뛰어 일등을 했다. 가을하늘이 파랗게 높이 쏫아 올랐고 운동장이 빙글빙글 돌았다. 짝꿍인 남숙이와는 부부처럼 잘 맞았다. 사사건건 배려하는 남숙이의 귀여운 모습이 눈에 선하다. 몽당연필이 되면 내 필통에서 연필을 끄집어 내어 깎아주기도 하고 얼굴에 먼지라도 묻으면 엄마처럼 닦아주기도 하였다.얼굴이 펀펀하게 생겨 웃는 얼굴이 꼭 우리 엄마 같아 같은 나이인데도 서로 손길만 스쳐도 야릇한 기분이 들어 서로 얼굴을 보며 히죽이 웃어댔다. 멸치볶음 도시락이라도(그 때는 거의가 김치반찬이었지) 해오는 날이면 둘이서 나눠 먹으며 부부처럼 즐거웠다. 世派에 시달려 주름진 얼굴로 지금 생각해 보면 청량한 아침이슬 같은 추억임에 틀림 없다. 10여년 후 초등동창회가 있어 서울에서 내려 갔더니 남숙이는 보이지 않았다. 소문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고 풍문에 지병으로 고인이 되었다는 얘기도 들렸다. 아니 그럴 수가, 어린나이에 무슨 지병이 있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초등시절 다른 아이들 보다는 늘 파리했던 얼굴이 문득 떠올랐다. 유독 하얀 얼굴이 고와 보였던 아이였는데 아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이 세상에 이상적인 부부는 없다. 그져 참아가며 살아갈 뿐 둘 다 속은 새까맣게 타서 죽어가고 있을 뿐이다.결이 비슷하다고 해서 잘 사는 것도 아니고 성격이 좀 다르다고 해서 못 사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서로 얼마나 인내하고 서로 얼마나 배려하는가 하는 것이 부부간의 金科玉條다. 이 모든 것이 사랑이라는 범주에 들어가긴 하지만 내 생각에는 부부생활의 골격은 인내심과 배려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사람이 감정의 동물이라 툭하면 욱하는 성질이 올라오고 욱하면 고약한 성격이 행동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욱하는 성질이 올라올 때 고놈의 성질을 주저 앉히면 그만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욱하는 성질을 못 참고 행동으로 나타내고 난 후에야 후회를 한다. 그 것도 근본을 들여다 보면 내가 옳다는 아집때문에 생기는 일들이다. 사단이 일어나면 한 번 정도는 易地思之하는 생각의 연습을 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다. 내 생각이 죽어도 옳다 하더라도 상대편 입장에서 생각할 때는 상대방 생각이 전적으로 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점심에 삼겹살을 먹고 싶은데 아내는 국수를 고집한다. 다이어트니 혈압이니해서 질색을 얹어 팔색을 한다. 여름에 더위를 견디느라 힘이든 남편이 삼겹살 몇 점을 먹고싶다고 하는데 그 것도 이해를 못 한다니 서럽기도 하지만 꼭 국수를 먹어야 한다니 그리하기로 했다. 밀가루가 다이어트에 좋은지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아내의 의견을 쫓기로 했다. 인내와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겠다. 현실을 살아가는 방법이니 어쩔 수 없다. 늘 배려와 사랑을 설파하지만 일방적인 인내와 배려가 된지 오래다.
인내가 일어서서 창문을 연다. 배롱꽃이 저리 만발해 있지만 내 마음은 모를 것이다. 인내와 배려가 갸우뚱해지는 오정이다. 나르는 새들이 평화롭다.
댓글목록
안박사님의 댓글

#.*계보몽* 詩人님!!!
"몽"詩人님의 글句를,吟味하며 깊은`共感을 ..
"培慮"하는 마음은,꼭 必要하다고 生覺합니다`如..
"夫婦"는 "一心同體"라 했으니,더욱`더 培慮해也겠져..
"계보몽"詩人님!"秋夕節"을,뜻깊게 지내시고..늘,康`寧요!^*^
계보몽님의 댓글

안박사님 오랜만이시죠,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인내와 배려의 굴레 속에서 연을 이어가긴 합니다만 요즘은
일방적인 틀 속에서 살다보니 더욱 더 인내가 필요한 듯 합니다
한가위가 글피로 다가오는데도 더위는 여전합니다
찬바람이 그리운 계절이지요
감사합니다ㅣ 박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