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웃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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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전에 다니던 직장 사무실 옆에 조그만 공원이 있었다.
공원이래 봐야 초등학교 운동장 사분지 일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규모지만 그 공원에는 어린이를 위한 놀이기구와 앉아서 쉴 수 있는 장의자 몇 개와 대여섯 명 정도가 둘러앉아 쉴 수 있는 팔각정까지 있었는데 이련 편의성 때문에 어린 학생들은 물론 동네 어른들까지 찾아와 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나 역시 공원을 찾는 인사들 중 한 명이었는데 점심 식사 후 한가한 시간이나 근무 중 조용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때 공원은 내게 꿀맛같은 휴식을 제공해 주는 장소가 되어 주기도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정자 마루에 동그랗게 앉아 노는 아이들의 담소를 엿들을 수 있었는데 담소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까르르까르르 연속으로 터지는 웃음소리는 내게 깊은 인상을 주었고 말로만 듣던 천사의 음성이 저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 소리는 한 톨의 먼지도 섞이지 않은 순수를 내 영혼 깊이 새겨주었다. 초겨울이 시작되는 만추의 투명한 하늘과 공기를 압도하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로 인하여 그날 나는 골머리 아픈 내 사연들을 말끔히 지울 수 있었고그 길로 사무실에 들어와 글 한 편을 썼는데, 발표할 곳이 없어 잠자던 그 글을 작년에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창작시방에 올렸었다.
맛있는 웃음소리 / 안산
추위가 잠시 쉬고 있는 공원 팔각정
동그랗게 모인 한 떼의 천사들이
저들만 아는 언어로 웃음꽃을 피운다
잠시의 휴식도 없이 돌아가는 웃음공장
방울방울 터지는 깨알 같은 웃음소리가
투명한 겨울바람에 실려 소문처럼 퍼진다
웃을 일이 없어 비어 있는 내 삶의 주머니를
가득 채우고도 남을 맛있는 저 웃음소리
순도 백 퍼센트의 열락悅樂을 맛보는 날이라
오늘의 삶에 선물 같은 여유가 붙는다
언젠가는 떠나고 언젠가는 돌아오리라
난포를 찢으며 떠났던 연어의 길을 더듬으며
눈물 없던 오늘의 추억과 만나리라
텅 빈 겨울공원을 왁자하게 흔들면서....
맛은 사람의 감각 중 미각에서 느끼는 결과물이지만 나는 공원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실체가 아닌 가상의 상징성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는데 나는 그 아이들의 웃음소리 때문에 그날 오후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고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웃음소리를 잊을 수 없어 내가 써놓은 글을 읽으며 그날의 즐거움을 되새김질하며 사는데, 벌써 몇 년이 지난 일이기에 지금쯤 중학생이 되었을지도 모를 그 아이들에게 지금도 정자에 모여 비눗방울 같은 웃음소리를 날려 보내고 있는지 묻고 싶다.
나는 시인도 아니고 등단은 꿈도 꾸어보지 못한 채 간간히 잡문을 써서 취미로 만든 내 블로그에 취미로 찍은 사진과 함께 보관하며 사는 인생 만년의 평범한 늙은이지만 청소년시절에 꿈꾸었던 문학에의 동경과 경외심은 아마도 생이 다할 때까지 버릴 수 없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영양가 없는 잡문이나마 발표할 수 있도록 장을 열어주신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사이트에 감사드립니다.
댓글목록
들향기님의 댓글

때 묻지 않고 순수의 그 웃음은 천사의 웃음이겠지요
공원에 가도 아기들은 보면 어쩜 그렇게 예쁜지
손이라도 잡아 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렇지만 혹시라도 오해받을까 봐 마음뿐입니다
안산님 좋은 글 감사히 감상합니다
안산님의 댓글의 댓글

들향기 님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람의 웃음에는 여러가지 뜻과 내용이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미소 폭소 실소 조소 등의 웃음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순수한 것은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이라고 생각하던 중 어느 날 그 소리를 듣고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릅니다.
들향기 님께서도 곰감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닉 네임이 참으로 정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