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축제
저녁을 서둘러 마무리 하고 신라문화제 개막식 겸 빛축제를 한다고 해서 아내와 함께 대릉원으로 출발했다. 화려한 월정교를 지나니 벌써 인근의 거리는 모두 주차장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노구에 좀 거리가 있지만 반월성 건너 월정교 부근에 주차를 하고 밤거리를 걷기로 했다. 조명으로 눈부신 월정교를 건너 교촌 최부자댁이 있는 마을을 지나 계림숲 사이로 첨성대가 보이기 시작했다. 후유 하면서 대릉원 앞으로 가서 축제 안내문을 보니 아지 1시간여가 남아 있었다.
부근 황리단 앞길 왕릉의 잔디밭에서 꽃축제를 한다니 5분이나 또 걸었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북쩍거렸고 수려한 가을의 꽃들이 반달이 내려다보고 있는 가을밤을 수 놓고 있었다. 갖은 꽃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으나 노오란 가을 국화가 단연코 압권이었다. 하얀억새가 나란히 줄을 지어 있는 가로길 끝에는 화려한 꽃장식의 포토존이 아기자기한 자태로 관람객들을 품고 있었다. 노년의 밤을 화려한 영상으로 연신 눌러대는 아내, 어머나!하고 감탄을 하는 아내를 보며 공감능력이 이미 죽어버린 나로서는 참 아내가 부럽다는 생각이 철없이 들었다.
대릉원 신라천년 불빛축제 현장에는 벌써 수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있었고 숲속의 무대에는 화려한 조명으로 노추의 마음도 동동 뜨고 있었다. 오늘밤의 사회자인 티브이 동물농장의 유명 나레이터가 재담으로 관중을 요리하고 있었고 밤하늘에는 반딧불이 같은 드론이 반짝거리며 날고 있었다. 이윽고 사회자의 소개로 경주시장을 필두로 하여 신라의 관복을 입은 여러 국가의 동량들이 대화랑이 되어 무대를 장악하고 대화랑은 삼국통일의 주역이 되었던 花郞五戒를 엄숙히 낭독하였다.
한반도 최초의 삼국통일을 평정한 태종무열왕 문무대왕 김유신장군의 세 영웅이 관복을 입고 무대를 장악하고 뒤이어 선덕여왕이 등장을 하니 객석의 함성이 신라의 밤하늘을 불태우고 있었다. 각가지 신라의복식들이 화려한 조명 속에 1시간여를 행진을 하고 드디어 밤하늘을 수놓은 드론의 행렬. 말을 타고 허공을 날으며 칼을 부딛히는 장면에서는 하늘이 무너지는 관객들의 함성에 가을밤도 무너지고 있었다. 연신 감탄의 소리가 메아리치는 가운데 내년에 열리는 아페크25라는 그림이 반달이 떠 있는 가을밤 하늘에 수 놓자 함성이 하늘을 찌르는 듯 했다.
대릉원 하늘에 폭죽이 쏟아지고 있었다. 굉음이 터지면 비처럼 별처럼 흩어지는 수 많은 폭죽의 향연, 천년의 대릉원 위로 천년의 소나무 위로 천년의 봉화대 위로 꽃처럼 꿈결처럼 마구마구 쏟아지고 있었다. 폭죽의 꽃이 만장으로 피어나면 기뻤던 어린날의 기억을 소환하고 폭죽이 비처럼 내리면 굶주린 옛기억을 불러냈다. 굽어진 허리로 찾은 늦은 귀향이 임의로와 주름에 미소가 번진다. 발걸음을 멈춘 가을밤이 소나무에 기대어 한참을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메마른 동공에 철 지난 눈물이 주책없이 흘러 내렸다. 수 많은 눈동자들이 하나 같이 통일을 기원하고 국가의 안녕을 빌고 있었다. 참 멋있는 가을밤이었다.
댓글목록
들향기님의 댓글

너무나도 섬세하게 상세하게
풀어놓으셔서 직접 가본 것 같습니다
사모님하고 즐거운 보람찬 하루였겠습니다
화려한 조명 드론으로 밤하늘의 수놓은 풍경이
장관일 듯합니다
월정교 꽃축제 대릉원 신라천년 불빛축제
계보몽님 좋은 축제 저도 감상 잘했습니다
계보몽님 환절기에 감지 조심하세요
계보몽님의 댓글

들향기 장외숙님 안녕하세요
일상을 잔잔하게 풀어내 주시는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이곳 경주는 늘 10월이면 축제의 도시로 변모하는 것 같습니다
여생을 이곳에서 마무리한다니 행복하기도 하지요
새벽안개가 자욱한 신비로운 여명이군요
환절기 늘 감기조심하세요!
들향기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