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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가입납(本家入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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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83회 작성일 24-10-13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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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가입납(本家入納) 





당신의 걷는 모습이 수상했습니다. 세월에 기울어진 어깨, 절뚝거리는 세월,가까이 하기에 너무 힘들었던 당신이였기에 늘 먼 섬으로만 여겼던 당신이였기에 마음은 벼루처럼 먹먹했지요. 헤진 옷을 하나하나 벗기고 거울 앞에 앉힌 당신의 삐져나온 골격을 보면서 수건으로 여리고 여린 아이 같은 몸을 마지막으로 닦을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몸을 닦는 내내 미안하고 안도하는 모습의 당신의 등 뒤에서 땀인지 눈물인지 범벅이 되는지도 저는 몰랐습니다. 뼈의 골짜기마다 쌓인 삶을 섬섬히 닦아내고 한쪽 날개를 잡아 제 무릎에 올려 놓을 때 드디어 흐느끼며 우는 不肖가 거기 있었습니다. 강철 팔뚝에 철인처럼 강한 당신인 줄 알았습니다. 여섯 남매가 등골에 올라타고 당신의 목을 조이고 있었을 때도 당신은 미소짓고 있었습니다. 난파선처럼 뼈만 남은 당신을 보고 부모들은 다 그런 줄 알았습니다. 자식들은 그게 답니다.


"읍내에 가서 건강검진을 한 번 받아 보세요." 남의 일처럼 냉정한 맏이는 그 한 마디 남기고 삶의 터전으로 떠나버렸습니다. 겨울바람처럼 당신의 차가워진 가슴을 감히 어떻게 짐작이라도 했겠습니까. 미련퉁이도 그런 미련퉁이가 어디 있겠습니까. 달포쯤이나 지나서 당신에게 연락이 왔지요. 암송이가 여기저기 전이 되어서 반 년이나 넘길지 어떨지 모르겠다고요! 누군가 그랬지요.늘 불길한 예상은 빗나가지 않는다구요. 마른 날에 벼락이 치더라고요. 그러고 평온하던 하늘이 일시에 무너지더라고요.


당신은 재치가 있어 죽음의 순간에도 자식들을 미소짓게 했지요. 당신이 복이 많아 자식보다 먼저 간다고. 인생칠십고래희라고 했는데 과연 칠십을 서너발 앞두고 일찍도 가셨지요.태산 같은 가계의 운명을 어깨너머로 훌쩍 던져버리고 초개처럼 미련 없이 이승을 하직했네요.본인이 배움이 한이 되어 자식들만큼은 다 밥숟갈 뜰 정도로 손에 쥐어주고 떠나셨지요. 그래서 그런지 "큰애야! 나 죽기전에 서울대 한 번 가 보고 싶다." 하셔서 처음엔 그 소리가 무슨 말씀인지 몰랐습니다. 자식이 서울에 있으니 까짓 것 전화 한 통화면 서울대쯤이야 가볍게 들어가는 줄 그리 착각을 하시는 줄 알았는데요, 그게 아니고 죽기전에 서울대 병원에서 속 시원히 검진을 한 번 받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야말로 당신은 서울대에서 인생졸업을 하고싶다는 것이지요. 참으로 눈물겨운 당신의 마지막 부탁이었습니다.


서울대병원 본관 605호실은 당신의 마지막 소원의 장소였습니다. 간간히 기침으로 고생을 하셨지만 당신의 얼굴이 오래간만에 평온하고 행복해 보였지요. 매일 저녁 출근처럼 들리던 두 달여의 병원생활은 당신과 나의 인생의 연결고리를 굳고 깊게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그 지혜와 정서로 노년을 보내고 있으니 하해 같은 당신의 은덕을 어찌 한시라도 잊고 살겠습니까.


당신의 마른 주검을 싣고 천리길을 내려오던 세월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눈물도 메말라 달리는 차 속은 죽음처럼 고요했지요. 이 정도면 떠나는데 일생을 내 가슴에 그리도 칼질을 해대더니,,, 어머님의 마른 눈물이 두 뺨에 얼룩질 때 우리는 당신과 함께 그리던 고향집에 도착했지요. 기다리던 남매들의 통곡소리가 온 마을에 울려 퍼질 때 당신은 비스듬히 마당을 내려섰지요. 느닷없는 소나기가 천둥처럼 쏟아졌지요. 우리는 모두 당신의 울음이라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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