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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방조자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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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0회 작성일 24-10-14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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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방조자의 노래 




죽음이 주변에 널려 있지만 친소의 관계에따라 애착하는 죽음이 있고 그렇지 않으면 走馬看山의 허무한 죽음이 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건강할 수록 죽음을 무관심하는 방관자가 되기도 하는 듯 하다. 죽음은 늘 그렇게 우리의 발치에 어른거리지만 여사로 다루어지기도 하고 아침에 신문을 읽듯 일상으로 살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죽음이던 가벼운 죽음은 없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죽음은 당사자의 문제이기에 태산 같이 무거운 주제이기도 하다.


어느 날 갑자기 악착 같은 당신이 이부자리에 누워 자력으로 취사를 못 한다는 기별을 받았다.저으기 가슴이 놀라기도 했지만 긴 시간을 자식들 몰래 남의 손을 의지해서 살아 왔다는 얘기를 듣고 정신이 마비 되고 전두엽이 굳어져 깊은 터널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맏이라는 천륜에 이럴 수가 있나하고 치를 떨었다. 그러나 그것은 때늦은 후회였다. 기별이나 하시지 90이 다 된 몸을 혼자 가누시면서 철 없는 자식들을 위하여 혼자서 일어셔려 했던 당신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며칠을 굶었는지 무거워진 눈은 뜰 수가 없었고 앙상한 장단지를 만지며 엄마엄마 불러댔지만 만사를 포기했는지 당신은 희미한 미소만 자식들에게 피워 주고 있었다. 앰뷸런스를 타고 달리는 차안에는 여기저기 흐느낌의 소리가 들렸고 모두의 직무유기에 대한 가느다란 참회 같은 죽음의 울음소리가 여기저기 스물거렸다. 매달린 링거액의 방울이 사라져 가는 맥박처럼 늘어져 갈 때 다급한 인공호흡은 저 혼자 바빠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천만다행으로 이틀이나 지나서 당신의 무겁게 감긴 눈을 뜨자마자 당신은 애물 같은 당신의 남매들을 찾았다. 비록 겨우 고개를 가누며 비스듬히 침대에 몸을 뉘었지만 기적처럼 당신은 살아나서 긴 호흡을 시작하였다. 협착증이 심해 구부러진 허리와 메마른 다리로는 다시 이 세상을 밟고 서기란 불가능하다고 했다. 삶이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휠체어라도 타고 움직일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자식들은 남의 일처럼 떠들어대고 있었다. 당신의 힘으로 다시는 일어날 수 없는 몸뚱어리가 된 것이었다. 그래도 고향 집으로 어서가자고 했다. 마당에 널려 있는 고추하며 우물가 장독뚜껑과 채송화를 걱정하고 있었다. 평생을 몸이 기억하는 것은 농사일 뿐일 것이다. 고구마밭이며 김장배추와 김장무우 수확에 다른 생각은 나설 수가 없는 것이었다.


요양병원에서 엄마는 모범생이었다. 가끔 면회를 가면 얼굴이 그렇게 환할 수가 없었다. 세상에 이런 곳이 없다고 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아침상이 들어오고 자리에 일어나면 헝클어진 이부자리를 가지런히 정리해 주고 때마다 목욕시켜 물리치료까지 해 주니 천국도 이런 천국이 없다고 했다. 삼시세끼를 받아 보기는 시집와서 처음이라고 했다. 그간의 홀로살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가히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방조자들은 속울음을 삼키며 엄마는 참 현명하시다 했다. 자식들은 그져 그랬다.이상하게도 시간이 갈 수록 죄책감 같은 것은 사라지고 병원의 조무사들이 딸처럼 이무롭기까지 했다. 돈을 쥐어 주며 당신이 자식들보다 훨씬 정이 많으니 딸처럼 잘 보살펴달라는 부탁이 뻔뻔하게 늘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기약없는 영어의 세월이 흘렀다.


독거노인이 점심 한 술을 뜨는데 핸드폰이 방정맞게 울려 퍼졌다. 벽시계를 보니 멈춰 있었다.언제 멈추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낮 12시 30분이었다. 핸드폰의 시계가 12시 30분이었다. 현기증에 비틀거리며 문을 나섰다. 엄마가 숨을 몰아가고 있으니  서둘러 방문하라는 병원의 전갈이었다. 자동차도 허적허적 거렸고 마음은 허공을 휘저으며 무지개다리가 구불구불 거렸다.


아직도 이승의 온기가 다정했다. 참 평온한 표정의 엄마가 거기 누워 있었다, 엄마! 일어나! 이제 집에 가야지! 그 토록 반가워하던 표정도 아들의 삼시세끼를 걱정하던 모습도 없었다. 손을 잡고 볼을 비벼 보았으나 저승은 싸늘한 표정으로 누워 있었다. 그래 내가 살인자야! 엄마는 내가 죽였어! 우리 모두는 살인방조자야! 속울음으로 부르짓던 참회의 눈물에는 그 흔한 온기하나 없었다.


주일이 되어 6남매가 모여 구십도 훨씬 넘은 엄마의 생일을 다섯째의 커피숍에서 커다란 케이크를 가운데에 놓고 손뼉을 치고 있었다. 파리한 몰골의 어머니가 핏기 없는 눈동자로 6남매를 하나하나 기억하고 있었다. 이승의 기억들을 하나라도 놓칠까봐 꼼꼼히도 기록하고 있었다.

파리한 몰골로 6남매를 하나하나 기억하던 어머니의 메마른 동공에서 주르륵 뜨거운 눈믈이 흘러 내렸다. 엄마가 돌아 가시기 전 딱 일 주일 전 생일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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