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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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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5회 작성일 24-10-17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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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숲  




숲 속의 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돌면 작은 계단들이 냇가가 있는 계곡으로 나를 데리고 간다. 하늘이 보이지 않는 파아란 산소만 흐르는 오솔길은 풋내나는 향기로운 처녀의 젖가슴 같다. 냇물에 눈을 담그고 흐르다 보면 노오란 수련이 한 가득 피어 있는 포트가 나오고 나뭇닢들을 비껴나온 햇살에 모처럼 등을 내민 자라 녀석들이 젖은 몸을 말린다. 한참을 바라보다 노추에 조금은 위태한 목외나무 다리를 건너면 맞은 편 젊은 연인들이 어르신 잠깐만요 하면서 사진을 담는다. 외나무다리 위에서 문득 현기증을 느끼며 햇살을 쳐다본다.


책과 공책을 보따리에 싸고 가로로 어께에 동여맨 시절이 국민학교 삼학년생쯤이나 되었을까? 오리나 되는 거리를 어린 발걸음으로 더우나 추우나 한결같이 무던히도 다녔다. 냇가를 지나 버드나뭇길을 한참을 가다 보면 들판의 갱빈이 나오고 또 오분이나 걷다 보면 망덕숲이 나온다. 숲의 언덕을 넘어서면 길게 이어진 숲의 끝자락에 30여미터나 됨직한 외나무 다리가 좁다랗게 놓여 있었다. 이 다리를 건너야 거기 우리 국민학교가 있었다. 여름에 홍수라도 지는 날이면 다리 위까지 찰랑거리는 물 때문에 왠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감히 건널 엄두도 못냈고 만약에 건너더라도 어지러움에 물에 빠지기가 일수였다. 헐벗고 못 먹었던 시절이라 난간에라도 올라서면 거지반의 아이들이 현기증으로 얼굴이 노랗게 변하던 그런 시절이었다.


살을 에이는 어느 차가운 겨울날이였던가 외나무다리에 어린아이가 섰다. 입을 앙다물고 살금살금 건너는 아이. 외나무다리의 중간쯤이나 왔을까. 얼음이 군데군데 얼어 얼음장 밑으로 냇물이 일렁거렸다. 어지러웠다.순간 다리가 휘청거렸다. 햇살이 눈부시더니 갑자기 현기증이 얼음 위로 떨어졌다. 차가운 냇물에서 정신을 차려 나무다리를 잡았다. 그해 겨울은 참 건너기 힘든 추위였다.


왕궁의 정원은 언제 와도 푸근함이 있다. 천년 전의 왕궁의 정원을 복원했다. 절벽을 흐르는 작은 폭포와 산수화 같은 소나무는 천년의 전설을 슬며시 전해준다. 슬그머니 왕궁의 마루에 앉으면 마음은 천년을 향해 달려간다. 물고기 퍼득이는 연못길을 지나면 화려한 분꽃단지가 펼쳐지고 국화인 무궁화 꽃단지가 수호신처럼 이어진다. 갖은 묘목의 정렬을 보며 로마병사 같은 메타세콰이어 가로길에 들어선다. 메타세콰이어 길은 언제라도 그렇듯이 장수의 행렬 같다. 꼿꼿이 세워진 기개는 하늘을 찌른다. 수 많은 인파들이 그 길에 그림처럼 걸었다. 


먼지로 왔다 먼지로 사라지는 사람의 세월. 천년의 세월이나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네 삶이 그리 다르지 않다는 실 없는 생각이 금오산의 끝자락에 걸려 허적일 때 후박나무 위의 이름 모를 새 한 마리가 고운 노래를 지저귄다. 숲속의 햇살이 소녀처럼 참 해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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