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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연꽃 (수필)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96회 작성일 24-10-26 14:29

본문

황홀한 연꽃


  말로 표현하기조차 힘든 여름이었다. 악착 같이 울던 매미도 더위에 지쳐 쓰러지고 가을을 알리는 귀뚜라미조차 놀라 숨어 버렸다.

  베란다에서 키우던 다육이들이 덥다고 아우성이다. 선풍기를 틀어 주었으나 속수무책으로 쓰러져 빈 무덤의 화분들만 쌓이고 있다. 다육 맘 2년 차라고 단수도 하고 누런 잎들을 따 주었지만 자신만만하던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하나, 둘 무름병이 생겨 화분을 엎고 뿌리를 다듬어 옮겨 심어도 쓰러진다.

  얼마나 예쁘던 다육이였나. 잎 자체가 꽃이었다. 모양도 다양하고 실제로 피우던 꽃은 양귀비처럼 예뻤다. 저마다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며 미스 다육은 나라고 뽐내더니 여름이 오자 색이 빠지기 시작한다. 무더위에 지친 백여 개의 다육이가 하나, 둘 죽으며 눈에 보이게 줄어들자 빽빽하던 걸이 대가 휑하게 비기 시작한다.

  남향이고 오층이라 웬만한 집은 빛이 잘 들어와 화초 키우기에 적당한데 우리 집 베란다 앞엔 소나무가 울창한 작은 산이 있어 일조건이 나쁘다.

  다육이는 햇빛과 통풍이 생명인데 그 조건을 이루어 주지 못하니 살아남은 애들도 하나같이 색이 바래서 베란다가 온통 푸른 들판이다.

  어느 지인은 와서 보더니 상추나 심어 먹지 무슨 헛수고냐고 혀를 끌끌 찬다. 꽃나무라도 옆에 두라고 위로랍시고 훈수하고 간다.

  남편은 한 수 더 떠서 아직도 더 많이 죽어야 한다고 불난 집에 부채질한다. 바람이 잘 들어와야 한다고 방충망까지 열어 놓으니 모기가 먼저 들어와 성가시게 한다고 다육이들을 싫어하는 기색이 눈에 보인다.

  나 역시 죽어 나가는 다육이에게 실망을 하고 지쳐서 키우던 것을 다 뽑아 버리고 싶은 충동도 일어난다.

작년엔 실외기 위에 큰 화분을 놓고 방울토마토를 키워 손주들이 오면 자랑하고 따서 먹이곤 했는데, 그곳도 햇빛 좋다고 다육이에게 자리를 내준 것이 후회스럽다.

  실망스러움에 남은 다육이들은 쳐다보지도 않고 물도 안 주고 방관을 하였다. 될 대로 되라 하는 심정으로 애타던 마음을 무관심으로 무장했다.

  시간이 지나니 다육이들이 궁금해졌다. 내 팽겨쳐 둔 애들을 어찌해야 하나 하고 내디디기 싫은 발을 베란다로 옮기니 아직 살아남은 애들이 나를 봐 주세요하는 듯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중에서도 황홀한 연꽃이라는 다육이는 지친 가운데에서도 푸르둥둥하던 잎에 빨간빛을 띄우려고 한다. 팔불출이네 모지랭이네 하면서 구석에 밀어두었던 황홀한 연꽃, 무더운 여름 한 귀퉁이에서 살아남으려고 안간힘을 쓴 듯 밑의 잎들은 다 말라 낙옆처럼 되었다. 물을 안 주니 자기 잎의 수분을 빨아 먹으며 견뎌온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가 있다. 그러면서도 붉은빛을 들이기 시작했으니 가을 햇빛과 바람을 느낀건가.

  문득 어젯밤 바람이 차지고 서늘해 이불을 찾은 게 생각났다. 드디어 무더운 여름이 가는 건가, 계절이 바뀌는 건가. 다육이는 낮과 밤 기온 차가 10도 이상되면 예쁜 색을 나타내며 자기 역할을 한다.

  이제 다육이의 계절이 왔나 보다. 붓으로 칠한 거같이 빨간색으로 라인을 그리겠지. 연꽃 모양이고 색도 비슷하다. 잎 바깥쪽으로부터 붉어지기 시작해 온몸이 물들여지는 예쁜 꽃. 이름처럼 황홀하게 예뻐지리라 기대해본다.

  그 옆에 있는 홍등. 몸 위에서 빨간 새싹이 나온다. 어미는 더위에 지쳐 색이 누렇게 바랬는데 새싹은 아주 빨갛고 예쁘다. 설레는 마음과 기대하는 마음으로 자세히 살피니 레드렌스도 붉은 기운을 띄우고 도태랑, 큐피트 유헨의 진주가 눈에 띄게 예뻐지고 있다.

  가을편지다. 실망하고 지친 나에게 주는 가을편지. 고진감래라는 어려운 단어를 쓰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고마움. 애썼다고 마음고생 많았다고 위로하며 내 마음을 안아 주는 곱디 고은 편지는 누가 보냈을까.

  다육이들도 내 마음을 안다는 듯 부슬비 속에 활짝 웃고 있다.

추천1

댓글목록

들향기님의 댓글

profile_image 들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초록별님 반갑습니다
잘 지내지요
안부가 궁금했습니다
다육이가 올여름에는 더워도 너무 더워서
힘들었나 봅니다
다육이도 무름병이라는 것이 있나보내요
내가 키우고 보살피는 다 내식구고 내 자식이지요
찬바람이 나니 다육이가 정신이 드나 봅니다
다육이 이름도 예쁘네요
아무쪼록 초록별님 마음을 알아주어서 잘 크기를 바라네요

변덕스러운 가을 날씨에 감기 조심하세요

초록별ys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들향기님
반가워요~~~
세월이 왜 이리 빠르대요?
며칠전에 재숙씨 사진전이 있었어요
들향기님에게 소식 주려다가 참았어요.
늘 오시는 것이 미안해서....
허접한 수필에 댓글 주셔서 감사해요^^*

안박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박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초록별ys* 任!!!
  間晩에 "소설`수필房"에서,만나봅니다`如..
"숙영"娘子와 "꼴통公主"도,安寧하시리라 믿고..
 예前의  寫眞同好`同志인,"들향기"任도 들`오셨네요..
"다육이"를 사랑하시는,"초록별"任의 精誠이 돋보입니다..
"초록별ys"任!&"들향기"任!"가을"이,깊어갑니다!늘,安寧요!^*^

초록별ys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박사님
감사합니다.
다육이를 키워보려고 했는데
마음처럼 안 되네요.
가을은 금방 지나가는데
마음만 조급하답니다.

물가에아이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물가에아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들향기님 다녀가시고
다양한 주인공들을 다 꿰차고 계시는 안박사님도 다녀가시고
옛님들이 한 자리에 모였네예
가만히 보니 화분에 꽃이나 다육이나 키우는 손이 따로 있는듯도 합니다
살아 생전 울 엄니 백개도 넘는 화분을 옥상에 키우셔서 집 무너지겠다 농담들 하셨는데
갈때 마다 하나씩 분양을 해 주셔도 물가에 손에만 오면 다 죽어버리니...
정성이 모자란 것도 아니듯 한데 잘 안되더라고예
그리고 올해는 화분의 꽃 뿐만 아니고 들에 자연에 피운 꽃들도 힘들게 버텨낸 표시가 나더라고예
취미 생활도 열심히 하시고 글도 열심히 쓰시면서 늘 건강 행복 하시길예~

초록별ys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다녀가신 고운 발자욱 감사합니다.
물가에님도 시 쓰신다 들었는데.....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운동은 탁구, 글쓰기, 다육이 키우기
시마을 들락거리기...
 
곱게 간직하신 글들
보여 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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