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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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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16회 작성일 24-11-07 08:12

본문

가을 나무     


  텔레비전을 보려고 채널을 돌리다가‘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그램에 머리가 하얗고 수염이 긴 할아버지가 큰 오토바이를 타는 것을 보았다. 작은 자가용에 두껑만 없는 것 같았다. 왜 노인네가 저런 큰 오토바이를 타는거지? 하며 체널을 고정시키고 보았는데 가슴이 뭉클한 사연을 보게 되었다.

  77세인 그 노인은 십 년째 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보고 있는데 아내를 태우고 경치 좋고 물 좋은 곳을 찾아다니느라고 큰 오토바이를 사게 되었다 한다.

  집을 안내하여 취재진들이 가니 곱게 늙으신 할머니가 활짝 웃으며 맞는다. 남편도 못 알아보고 아들도 못 알아보는데 천성이 착한 할머니는 누구든 보기만 하면 반긴다 한다.

  할아버지가 당뇨도 있는 아내의 식단을 짜서 밥을 하여 주는데 어눌하지 않고 일류 요리사처럼 손놀림이 빠르고 정결하다.

  방마다 자물쇠로 잠갔고 냉장고도 못 열게 묶어놨는데 무슨 이유냐고 취재진이 물으니 아내가 간장을 꺼내 먹고 이불마다 쏟아서 그런다고 웃는다.

  밥을 하여 아내에게 주며 ‘내가 누구요?’하고 물으니 ‘몰라요’하며 웃는다. 아내 이름을 부르며 ‘누구 이름이요?’하니 또 ‘몰라요’ 한다. ‘반찬은 맛 있소?’ 하니 ‘네 맛있어요.’한다.

  아내가 밥상을 차리면서 나도 누군가가 밥 좀 차려주었으면 좋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더니 이렇게 십 년을 내 손에서 밥을 먹는다고 씁쓸히 말한다.

  오랜 세월 힘들지 않냐고 요양원도 많은데 보내시지 그러냐고 물으니 아내를 요양원에 보내면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말한다. 비록 알아보지 못하지만,  아기처럼 나를 의지하고 나도 아내에게 밥을 지어주고 머리를 빗기면서 이야기해 주는 게 행복하다고 말한다.

  아내를 돌보아 주려면 내가 건강해야 한다며 아내가 자는 이른 새벽에 일어나 자전거도 타고 달리기도 하면서 건강을 유지한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삶을 감사하며 즐긴다한다.

  어떤 사람은 소년시절에 요절했고 어떤 사람은 청년 시절에 일찍 갔고어떤 사람은 화장실에서 넘어져 황당하게 세상을 등지는데 아직 건강하여 아내를 돌볼 수 있으니 감사하다고 한다.


  우리 지인은 오십 대에 황혼 결혼을 하여 알콩 달콩 살았는데 팔십 대에 아내가 치매에 걸리고 본인도 적립선 암으로 서로 돌볼 수가 없자 각자 자식들이 나누어 모시고 가서 다른 요양원에 보내지는 슬픈 일을 보게 되었다.

  남편이 아내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 전화하면 아내는 '누구세요? 나 몰라요~.' 해서 슬프다고 말한다. 그렇게 쓸쓸하게 남자분은 세상을 떠나고 여자분은 요양원에서 친구를 사귀면서 재미있게 살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텔레비젼을 감동으로 보다가 남편에게 물었다.

  “여보 나도 치매에 걸리면 돌봐 줄거야?”

  남편이 대답하기를

  “당신은 활동을 많이 하니까 치매 걱정이 안 되는데 내가 문제지.”

  한다. 걱정 말라고 내가 돌볼 거라고 큰소리로 약속하니 남편은 감사하다고 웃는다.

앞날을 어찌 장담하리요 마는 아프더라도 요양원은 안 가고, 안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자면 건강해야 하니 더욱 운동에 힘쓰자고 손가락 걸고 약속했다.

  젊은 시절엔 내노라하는 직장에 자랑할만한 직책으로 뽑냈지만 지금은 ‘어르신’이라는 단어 하나에 갇혀버렸다.

  건강이라는 나무 잎사귀가 달랑달랑 붙어있는 가을 나무는 언제 바람이 불어 그 잎이 떨어져 버릴지 걱정하며 오늘도 철봉에 매달린다.


추천1

댓글목록

물가에아이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물가에아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리네 삶이 끝까지 해피엔딩될거라는 보장이 없지예~
난데 없는 날벼락 맞듯이예~
부부끼리 서로 지켜 주겠다는 언약이 아름답습니다
나이들면 체력이 나이들지
마음은 그대로 이지예~
읽기 편하게 글 잘 쓰셨습니다~
편한 밤 되시길예~~~~

초록별ys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물가방장님
우리가 알게 된 것도 15년이 다 되는 것 같아요
시마을 이곳에서 만난 귀중한 인연이죠.

맞아요
마음은 아직인데
버스타보면
아~~나도 이젠.....
한답니다.
감사드립니다. 정다운 댓글, 응원의 댓글

안박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박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초록별ys* 任! 雅娥!!
 젊었을땐 내노라는 職場과,자랑스런 職責으로..
 뽑내셨다는 말씀을들으니,本人도 깊이 共感하면서..
"물가에"作家님의 말씀처럼,읽기便한 글句에 感辭오며..
"초록별"任과 "郎君"님의,百年諧老하심을  祈願드리옵니다..
"숙영"作家님!"초록별"任과 함께,늘상 健康하시고 幸福하세要!^*^

초록별ys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박사님
안박사님도 예전엔
한가닥? 하셨는데.....
(아 여기는 유머방 아니지...)

응원의 댓글 감사드립니다
박사님 복잡한 우리 자매들 거론하지 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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